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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실상' 메르스 종식 선언했지만…


입력 2015.07.28 18:04 수정 2015.07.28 18:05        하윤아 기자

"국민 불신 여전한데 종식됐으니 샴페인 터뜨리자는 모습은 부적절"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한 2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에서 내원객들이 메르스 종식 관련 방송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69일 만에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한 2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에서 내원객들이 메르스 종식 관련 방송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69일 만에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첫 환자가 발생한지 69일 만에 정부가 ‘사실상’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 기준에 따른 ‘공식’ 종식이 아닌 ‘사실상’ 종식 선언을 천명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등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감염병의 종식 선언은 마지막 확진자가 음성판정을 받은 뒤 통상 잠복기의 2배인 약 28일 후에나 가능하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 12명 가운데 1명이 유전자 검사(PCR) 검사 결과에서 음성과 양성 판정이 번갈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 환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28일이 지난 뒤에야 공식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오는 8월 말쯤 국제적 기준에 따른 공식 종식 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한 달 전부터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배경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황 총리는 28일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메르스로 인해 침체되었던 우리 사회․경제 전반의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것이 시급하다”며 “추경예산의 신속 집행, 메르스 피해 지원, 내수 활성화 등 부처별로 주어진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28일 데일리안에 “일단은 경제도 어렵고 국민들의 일상생활도 빨리 정상화돼야 경제도 회복되고, 추경도 맞물려 조속히 정상을 되찾아야 하겠다는 그런 의미도 있다”며 이번 사실상 종식 선언이 ‘경제 살리기’ 일환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에서 의료계가 일반적인 감염 우려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이러한 의료계의 판단을 존중해 정부 차원에서도 국민들이 안심해도 좋겠다는 내용으로 총리께서 말씀하신 것이지 이것이 공식적인 종식 선언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면서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총리실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종식 선언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라는 말은 총리실에서 주관한 것이고, 저희는 계속해서 방역이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저희는 어쨌든 WHO 기준대로 마지막 환자가 다 (완치)되고 나서 28일 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고 종식 선언도 국제기준에 따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본보에 “위험성이 떨어진 게 사실인 것과 공식적으로 무언가 천명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라며 “문제는 일련의 조치들에 국민들이 계속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송 센터장은 “만약 홍콩독감이 상륙했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모든 일에 좀 더 신중해야 하고 ‘종식됐으니 샴페인을 터뜨리자’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 네티즌들도 정부의 메르스 발표에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사실상 조기 종식 발표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불안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버 아이디 ‘mikp****’은 “확진자분들 다 완치되고 잠복기간 2주 뒤가 사실상 종결이지 무슨 지금이 사실상 종결임 이해할수 없다 난”이라고 의구심을 표했고, 다음 닉네임 ‘be****’은 “제 기준으론 종식은 한참 멀었음. 마지막환자 완치 후 잠복기 곱하기 2가 공식 종식기준인데 아직 완치 안 된 환자들이 남아있고 그 삼성병원 의사는 호흡기 달고 있다는데 무슨 종식?”이라고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다음 닉네임 ‘여****’은 “뭐가 그리 급한가요? 아직 환자가 있는데 '종식'이라니. '종식'이 급한건가요?”라고 말했고, 네이버 아이디 ‘joyt****’은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직은 시기조조...”라고 여전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엄격한 국제기준에 따른 종식선언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집중관리병원(15개)이 모두 관리 해제되었고, 23일 동안 새로운 환자가 없었으며, 어제로 격리자가 모두 해제되는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국민들께서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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