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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일'이 '국가기념일'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입력 2015.07.28 08:50 수정 2015.07.28 08:56        하윤아 기자

보훈·안보전문가, 탈북자들 "안보의식 고취하는 계기로 삼아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인 27일 0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인 27일 0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3년간 지속된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7월 27일을 북한은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로 지정, 매년 대대적 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날을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로 명명해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북한은 매년 7월 27일을 ‘미국과 싸워 이긴 승리의 날’이라고 주장하며 경축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수령 결사옹위’ 정신과 애국심을 강조하고 반미·반한감정을 불러일으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0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은은 선대의 영도력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동상에 본인 명의의 꽃바구니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면 사설을 통해 “7월 27일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탁월한 영도 밑에 우리 군대와 인민이 미제 침략자들을 타승하고 조국해방전쟁의 빛나는 승리를 안아 온 제2의 해방의 날”이라고 선전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찬양했다.

이렇듯 북한이 매년 7월 27일을 국가 명절로써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는 것과 관련, 탈북자 출신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데일리안’에 “이날 평양에서는 무도회도 하고 불꽃놀이도 하면서 상당한 돈을 들여 크게 행사를 치른다”며 “북한에서는 이날을 김 씨 일가가 영도를 잘 해서 북한이 잘 살게 됐다는 식으로 업적을 찬양하는 날로 사용하기 때문에 남한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안보 강의를 많이 다니는데 우리나라는 군인들도 이 날이 무슨 날인지 모르더라”라며 “이날이 남한에서는 굉장히 무시 받고 있고, 어찌 보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 중에 한 날인데 국민들이 자유가 어떻게 왔다는 것을 너무나도 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역시 탈북자 출신인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도 본보에 “북한에서는 체제선전 차원에서 ‘6·25가 남한이 일으켰는데 우리가 영토를 사수해서 결국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했다’면서 국가적인 보고대회도 하고 무도회도 하고 굉장히 자축하는 분위기”라며 “그런데 남한은 정전협정으로 비극을 막은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더 자축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고 너무나도 허술하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국장은 이어 “아마 남한에서는 정전협정일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며 “국민들이 아직 전쟁 종결이 안 된 상태라는 사실을 망각하며 살고 있고, 실제 전쟁에 준하는 무력과 대비태세를 갖추고 군대가 맞서고 있다는 것도 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전협정일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안보를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6·25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 6·25 참전용사, 참전국 외교 사절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25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 6·25 참전용사, 참전국 외교 사절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정부는 지난 2013년 개정·공포된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7월 27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때문에 보훈·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직시하도록 해 국가 차원에서 안보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날 일부 보훈·안보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 전 세계 21개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의미 있는 국가기념일을 여전히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전협정일을 국민의 안보의식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영옥 국가보훈안보연구원 원장은 이날 본보에 “사실은 정부 차원에서 정전협정일을 국가의 큰 행사로 생각하고 치러야 한다”며 “그런데 정작 정부는 단지 6·25 참전용사들, 국가유공자들만 모아놓고 행사를 하고 있어 자신들만의 축제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단순히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식만을 개최할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국가 안보교육의 날로 정전협정일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유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전협정일 자체로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키울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며 “물론 그 당시 우리가 정전협정에 불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일부 사람들만의 행사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널리 알려서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날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도 “오늘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정부 기념식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이 기념하는, 국민들 마음에 새겨지는 기념일로 드러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우리 체제를 수호하는데 있어서 정전 협정이 매우 유효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 있는 기념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장은 재차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정전협정일을 기념했어야 하고 이것이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면서 “앞으로 국민 모두가 이날을 기념해 대한민국이 이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오고 번영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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