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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김연우의 복면이 필요한 사람들


입력 2015.07.27 08:00 수정 2015.07.27 08:01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청춘들에게도 가면의 기회를...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활약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예상대로 가수 김연우였다.MBC '일밤-복면가왕' 화면 캡처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활약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예상대로 가수 김연우였다.MBC '일밤-복면가왕' 화면 캡처

가면을 벗은 김연우가 노래를 부르며 걸어들어왔다. 지금까지 김연우에게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26일 방영된 '복면가왕'에서 김연우가 특별출연했을 때의 모습이다.

물론 이전에도 김연우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가창력의 끝판왕이었지만, 대중적으로 그만큼 지지를 받지는 못했었다. 이것은 김연우가 과거 '나는 가수다'에 나왔을 때 대중의 투표에 의해 순식간에 탈락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바로 그렇게 광속도 탈락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이젠 가왕이 되었다.

김연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에도 그는 김연우였고 지금도 김연우다. 하지만 복면을 썼다가 벗은 후 대중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바로 이것이 '복면가왕'의 힘이다.

'나는 가수다' 땐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퍼포먼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것은 때론 다양한 출연자로, 때론 열창하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음악도 열정적인 락의 요소가 많이 포함된 쪽이 유리했다. 반면에 김연우는 조용히 서서 마치 CD처럼 정확하고 차분하게 부르는 스타일이었다.

'복면가왕'은 가면을 쓰고 혼자서 노래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퍼포먼스적 요소와 거리가 멀다. 마치 음악전문 FM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노래에만 집중하게 되는 분위기다. 그러자 김연우의 목소리가 관중에게 온전히 전해지기 시작했다.

김연우가 그동안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한 것엔 사실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가 이상적인 ‘발라드 스타’형 외모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작은 체구와 평범하게 생긴 얼굴에 여심이 반응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겉으로만 보고 마음을 닫아버린 것 같았다.

'복면가왕'에서 그가 겉모습을 숨기자 비로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하여 김연우는 가수 데뷔 이래 처음으로 국민적 호응을 얻어내는 대중 스타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복면열풍의 이유를 말해준다. 편견에 가려, 외모에 가려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복면을 쓰고 오직 목소리로만 대중과 만난다.

간판사회에 치여 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갈구하는 모습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것, 나를 능력으로 인정해달라는 것 말이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회가 아니다. 그의 배경과 간판을 보는 간판사회였는데, 최근 들어 그것이 더 심해진 스펙사회가 되었다.

거기에 루키즘까지 끼어들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차별을 말한다. 외모까지 스펙의 일종이 되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취업준비생이 늘어갔다. 뿐만 아니다. 요즘엔 할아버지 재력, 부모님 직업도 스펙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사람들은 엄친아라며 경탄의 시선을 보낸다.

복면을 쓴다는 건 외모를 비롯해 이 모든 스펙, 배경을 감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들을 감추고 모두가 똑같은 입장에서 오직 능력으로만 인정받는 사회.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사회와는 정반대인 곳에서 살고 있다. 이런 곳에선 복면으로 나를 가림으로서 진정한 나 자신을 드러내려는 열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복면가왕'은 바로 이런 원리로 김연우를 살렸다. 복면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김연우의 목소리를 편견없이 듣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김연우도 '복면가왕'을 살렸다. 복면 하나 썼을 뿐인데, '나는 가수다'에선 광속으로 탈락했던 사람이 절대 가왕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확고하게 알릴 수 있었다.

'복면가왕'에선 복면을 벗을 때 나타나는 깜짝 반전쇼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김연우의 노래를 통해 반전쇼보다 음악 그 자체가 더 중요해졌다. 일체의 편견 없이 음악을 듣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김연우가 알게 했다. 이런 구조에서 '복면가왕'은 김연우를 살렸고, 김연우는 '복면가왕'을 살렸다.

가수들에게 복면은 방송국이 씌워줬는데,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우리 청춘에게는 누가 복면을 씌워줄까? 오늘도 누군가는 스펙 때문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고, 외모나 뒷배경이 부족해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이런 청춘들에게도 김연우가 썼던 것과 같은 복면이 필요하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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