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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이 불끈불끈 선 남근석을 마을에 세우자...


입력 2015.07.25 09:21 수정 2015.07.25 09:37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성석기행>대전 일대 선돌

대전 읍내동은 개발 전까지는 농촌이었다. 하지만 이제 옛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했다. 남은 것은 마을을 지켜주던 괴이한 돌덩어리 하나가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마을사람들은 옛부터 이 돌을 장승으로 부른다. 하지만 형태가 장승보다는 남성을 상징하는 성기를 닮았다. 아래 부분은 굵고, 중간은 고부라지며, 귀두부분은 뭉뚝하게 다듬어져 있다. 높이는 약 80cm이며, 둘레도 86cm 정도다. 장승을 세운연대는 알 수 없으나 마을에 질병과 흉사가 잦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한다.

매년 음력정월 14일 저녁에 장승에 주민들이 동제를 지낸다. 동제 날에는 장승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왼쪽으로 꼰 새끼에 한지를 매달아 금줄을 친다. 그리고 장승 앞에는 황토를 뿌려 부정을 막고 장승 몸에도 황토를 바른다. 마을의 공동우물도 말끔히 씻어낸 다음 깨끗한 물이 고이면 그물로 다시 음식을 만든다.

마을의 역사로 남은 당아래마을 남근석ⓒ최진연 기자 마을의 역사로 남은 당아래마을 남근석ⓒ최진연 기자

그런데 1970년대 초 새마을사업 때 동제를 잠시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자 마을에 흉사가 일어나고 좋지 않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했다. 주민들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 동제를 부활시켰다. 읍내동 장승이 있는 곳은 읍내동 사거리에서 대덕연구단지 방향인 원촌교 쪽으로 약 50m 가면 SK 당산주유소가 나오고 그 건너편에 장승이 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법2동 77-8 보람아파트 입구 사거리에는 남녀 한 쌍의 돌장승이 있다. 대전민속문화재 1호로 지정됐는데, 거친 자연석에 눈·코·입 등을 다듬어 세웠다.

남장승은 높이 1.5m, 여장승은 1.3m이다. 옛날에는 법천골 마을 한복판을 흐르는 냇가오른쪽에 천하대장군, 왼쪽에 지하여장군을 세웠는데, 이 일대가 개발되자 지금자리로 옮겼다. 남장승의 몸통에는 ‘천하대장군’, 여장승은 ‘지하여장군’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으며, 머리위에는 모자모양의 돌을 조각했다. 각진 얼굴 형태를 가진 남장승은 강인함이 엿보이며, 작은 입과 턱 선을 둥글게 처리한 순한 인상의 여장승은 남장승과는 달리 귀를 만들어 사실적 느낌을 준다. 장승을 세운 시기는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법동 장승옆에 있는 길쭉한 남근석ⓒ최진연 기자 법동 장승옆에 있는 길쭉한 남근석ⓒ최진연 기자

특히 남장승과 여장승 옆에는 각각 선돌을 세웠는데, 자연석을 가공한 것이다. 남장승과 함께 세운 것은 가늘고 길쭉해 남성을 상징하고, 여장승은 펑퍼짐하게 생겨 여성을 상징한다. 남근석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다가 귀두부분이 뭉툭하게 다듬질 했으며, 높이는1m 정도다. 여근석은 임신한 여인처럼 배가 불룩 나와 있다. 높이는 약 70cm 정도다

이 남녀근석이 장승 옆에 세워졌다는 것이 흥밋거리다. 장승이 마을지킴이 역할을 했다면 남녀근석은 자손번성을 통해 풍농을 기원한 것인데, 즉 음양의 조화를 위해 세운 것이다. 이곳 역시 매년 음력정월 14일 밤, 12시에 동제를 지내는데, 마을의 액운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라 한다.

대전동구 판암동에서 옥천으로 가는 옛길에 대전 동신과학고등학교가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비룡동 마을회관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언덕이 나오는데, 도로변 양쪽에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으로 부르는 석장승 2기가 마주보고 있다. 남장승은 북쪽을 향해 서 있고, 여장승은 남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도로가 확장되기 전에는 2.5m의 간격을 두고 있었으나 지금은 10m의 간격으로 벌어졌다. 아마도 우마차가가 다닐 적의 풍경이 정겨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직도 주변은 농촌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남장승의 모양은 전형적인 문관석 형이며 높이가 2m, 여장승은 1.7m정도로 길쭉한 화강암 기둥 상부에 사람의 얼굴을 새겼다.

대전 비룡동 고갯마을에 세운 선돌ⓒ최진연 기자 대전 비룡동 고갯마을에 세운 선돌ⓒ최진연 기자

이곳에서 약 3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 밭둑에 선돌이 있다. 이 선돌은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아래는 사각형이며, 위로 갈수록 점점 둥근 형태로 좁아진다. 생긴 모양이 투박한 남근석을 닮았다. 높이는 약 1.8m이며, 둘레가 2.6m나 된다.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 전날인 14일 밤 자정에 동제를 지내는데 특이하게도 대전지역에서는 거리제(장승제)로 부르고 있다. 제사를 성의 없이 지내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제사 후에는 짚으로 만든 주머니에 떡과 과일을 넣어 장승의 목에 걸어둔다고 한다.

이곳의 지형은 경작지가 없는 산속의 고갯마루다. 따라서 장승과 선돌은 이정표나 지킴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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