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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전지현 "전지현으로 사는 삶이란"(인터뷰)


입력 2015.07.23 09:10 수정 2015.09.22 17:19        부수정 기자

극 중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 맡아 열연

"최동훈 감독님 믿고 출연, 의미 있는 작품"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천방지축 '천송이'는 잊어라. 배우 전지현이 묵직하고 진중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쟁쟁한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긴 팔과 긴 다리를 이용해 우아한 액션신을 펼친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겨누고, 쏘는 모습에선 탄성이 나온다. 전지현은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을 연기했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암살'은 지난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 요원, 이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지현은 이정재 하정우 등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남자 배우들 틈을 뚫고 전면에 나섰다. 여배우가, 그것도 대작에서 이런 역할을 해냈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액션과 연기, 카리스마 등 세 가지를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여배우라는 얘기다.

영화 개봉 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은 기자가 예매율 수치를 언급하자 "어머, 진짜요?"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 감독님 영화이면서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라 기대가 돼요. '도둑들' 개봉 당시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전지현은 '암살'의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출연을 결심했다.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다.

"제가 뭔가를 좋아하면 감독님도 좋아하시고, 반대로 제가 싫어하면 감독님도 싫어하시는 편이에요. 뭐든지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입니다. 감독님은 제가 뭘 잘하는지 아세요. 100% 신뢰합니다."

전지현이 맡은 안옥윤은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는 인물이다. 1930년대 살았던 독립군 역할이라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전지현은 토로했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내용이라서 처음에는 안옥윤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죠. 이야기는 완벽하고 멋은 있는데 어떻게 연기해야 될까 고민했지요."

전지현의 숨통을 틔워준 사람은 최 감독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차근차근 들려준 것. 전지현은 "시대 이야기를 듣고 감이 왔어요. 최 감독님이 역사 선생님이었습니다. 하하. 감독님이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었더라면 역사 시험에서 100점 맞았을 거예요. 감독님이 저한테 퀴즈도 내고, 역사를 요약해주기도 하셨죠."

그러다 보니 역사에 흥미가 생겼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영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전지현은 안옥윤이 됐다.

전지현은 극 중 쌍둥이로 분해 1인2역을 소화했다. 그는 "쌍둥이 언니 미츠코를 보면서도 안옥윤을 이해했다"며 "쌍둥이인데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을 통해 시대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것은 '안옥윤이 집을 떠나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이다. 극 중 악역 염석진(이정재)이 죽을 때도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안옥윤이 자기 바람처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어요.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몸을 바치는 삶이 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마지막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을 땐 '울컥' 했어요."

극 후반부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찍은 키스신에선 안옥윤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고 했다. "안옥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여자예요. 그런 상황에서 앞에 있는 남자를 다시 못 볼 것 같다고 직감하는 장면인데 안옥윤이 안쓰러웠죠."

'암살'에서 전지현의 촬영분은 전체 분량의 80%다. 포스터와 크레디트에 맨 먼저 올라오는 이름이 '전지현'이다. 사실 이름 순서는 배우들에게 민감하다. 소속사와 배우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할 정도다. 이를 언급하자 전지현은 "촬영이 많은 순이라고 하던데요?"라며 당차게 말했다.

여배우가 중심에 서서 대작을 이끄는 경우는 드물다. '암살'을 통해 소중한 기회를 얻은 전지현은 보란 듯이 극을 휘어 잡았다. "한국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기억에 남은 작품이 별로 없어요. '친절한 금자씨'나 '엽기적인 그녀'는 오래된 작품이고 최근 몇 년간은 없었어요. 이런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제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우월한 기럭지'를 뽐내며 선보이는 액션신은 전지현만이 할 수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화려한 액션신 뒤에는 작은 부상이 있었다. 총을 장전할 때 살이 낄 때도 있었고, 헐거운 신발을 신고 촬영하다 발톱이 빠지기도 했다. 5kg의 장총을 들고 하는 와이어 액션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지현은 "몸으로 표현하는 액션 연기를 좋아해서 즐기면서 했다"며 "몸이 알아서 따라준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감은 철저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매일 하는 운동이 비결이란다.

'시월애'(2000), '도둑들'(2012)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이정재에 대해선 "정재 오빠"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정재 오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배우예요. 오빠가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절 봐요. '너 진짜 잘한다'라고 새삼스럽게 보는 것 같아요. 하하."

'베를린'(2014)에서 만났던 하정우에 대해선 "옆에 있으면 유쾌해진다""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기고 재미있는 배우"라고 했다.

'암살'은 광복 70주년에 나온 독립군 영화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전지현은 "평소에 나라를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 극 중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는 장면을 찍을 때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순 제작비만 180억원이 들었다. 손익 분기점이 높지만 영화계에서는 천만 관객은 돌파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한다면 전지현은 '도둑들'에 이어 최 감독과 두 번째 천만 관객의 작품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된다.

"잘 되면 좋죠.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지금 하는 작품은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요. 작품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에요."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지현은 '도둑들'(2012), '베를린'(2012), '별에서 온 그대'(2014)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사실 이전까지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엽기적인 그녀'(2001)의 성공 이후에는 '4인용 식탁'(2003)을 시작으로 '데이지'(200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블러드'(2009),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까지. 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참패했다.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다.

배우보다 '광고에만 나오는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연이은 작품 실패와 연기 혹평으로 조바심이 나거나 우울하진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전지현은 "그땐 어려서 '성공했다',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게 이르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할 건데 저 자신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 싶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4월 동갑내기 최준혁 씨와 결혼한 전지현은 이후 촬영한 작품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이 때문일까. "결혼 후 연기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단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지는 건 맞아요. 주위 시선이 부드러워진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경계심이 줄어들었달까요? 제 평가들이 부드러워졌고, 절 바라보는 벽이 사라진 느낌이에요."

어린 나이에 돈과 명성, 인기까지 얻은 사람이 전지현이다. 수많은 광고엔 그의 얼굴이 있고, "예쁘다", "닮고 싶다"는 말은 질리도록 들었다. 스타 전지현으로 사는 삶은 어떨까.

"과거에 힘들어서 훌쩍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그럴 때 '사람들은 날 기억하겠지', '난 잊혀지고 싶어도 기억엔 남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도망가지 않고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제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분야는 연기뿐이에요. 배우 전지현으로 살아갈 일밖에 없어요. 그래서 연기를 더 잘해야 하고요."

전지현은 '잘' 살고 싶다고 했다. '잘 산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복잡한 삶은 피한다고. "전 근심과 걱정이 없어야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어요. 장황하게 어떻게 잘 살겠다는 생각보단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길이죠."

낙천적인 성격에서 나온 가치관이다. 힘들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단다. 고통도, 슬픔도, 힘듦도 익숙해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극복해야지!"라는 의지가 지금의 전지현을 만들었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편이죠."

대한민국에서 전지현으로 산다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지현이란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만 특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도 '나 전지현이야!'라고 생각하면 외로워져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주변 시선에 대해선 무딘 편이에요. 싸울 일이 있을 땐 싸우기도 한다니까요(웃음)."

자신이 나오는 광고를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아무 생각 없어요. 근데 가족 중 한 사람이 채널을 돌리면 짜증 나기도 합니다.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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