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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절하 ‘연평해전’ 한국영화 자존심 지켰다


입력 2015.07.07 09:42 수정 2015.08.12 10:13        민교동 객원기자

일부 정치 성향 등 지적…논란 여전

갑론을박 속 흥행 선전 '관객몰이'

지난 달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이 논란 속 선전하며 한국영화 자존심을 지켰다.ⓒ NEW 지난 달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이 논란 속 선전하며 한국영화 자존심을 지켰다.ⓒ NEW

논란이 많은 영화였음에 분명하다. 수년 전부터 영화계에도 정치색이 짙어졌다.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영화에 대한 보수 성향 네티즌들의 비하 발언이 끊이지 않는가 하면 몇몇 단체가 진보 성향 영화에 대한 상영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화계의 한 가지 분명한 객관적인 수치는 진보 성향 영화에 대한 관객의 선택이었다. 많은 관객이 관람한 영화는 진보와 보수의 논란을 벗어나 좋은 영화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진보 성향의 영화가 꽤 여러 편 제작돼 개봉됐으며 흥행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이처럼 진보 성향의 영화가 많아지는 까닭을 영화권의 진보화로 설명할 수는 없다. 어차피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배급사가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시장 논리다. 진보 성향의 영화에 관객이 많이 몰리면 그만큼 그런 성향의 영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의 논리 역시 가능하다. 보수 성향의 영화에 관객이 많이 몰릴 경우 이런 성향의 영화가 급증할 것이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국제시장’의 흥행 대박에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각광했다. 사실 이 영화를 진보와 보수의 틀에서 봐야 할 지 여부에는 논란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까지 정치색을 칠한 색안경으로 보는 것은 반대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런 해석이 가능한 영화라는 점에서 ‘국제시장’의 흥행 대박은 영화계의 좌우 균형 맞추기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성과라 평가할 수 있다.

‘연평해전’은 보수 성향의 영화라고 보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영화라고 여기저기서 투자가 많이 이뤄져 손쉽게 제작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편견이다. 제작 기간만 무려 7년이 걸렸는데 그만큼 대작이라서가 아니라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보수 성향의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터라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 진보 성향의 영화들이 그랬듯이 ‘연평해전’도 3차례의 크라운드 펀딩을 거쳐 7억여 원의 제작비를 조달해 완성된 영화다.

그렇지만 흥행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240만 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최초로 공개된 이후 분위기는 더 좋지 않았다. 평단은 ‘연평해전’에 매우 인색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130분간의 예비군 안보교육’이라는 한 기자의 평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을 정도다.

게다가 개봉 시점을 한 차례 연기했다. 메르스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영화계에선 막강한 할리우드 대작인 ‘쥬라기 월드’와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렇게 ‘연평해전’은 극장가에서 ‘쥬라기 월드’의 매서운 돌풍이 잦아들 무렵에 개봉했다.

지난 달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은 8일 동안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렸다. 역시 ‘쥬라기 월드’는 흥행력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었고 한국 영화 경쟁작인 ‘극비수사’도 그리 막강한 경쟁작은 아니었다. 진보 성향의 영화인 ‘소수의견’과 영화계 좌우 성향 영화 맞대결이 펼쳐졌지만 압도적인 스크린 수를 확보한 ‘연평해전’의 압승이었다.

문제는 ‘쥬라기 월드’보다 더 강력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였다. ‘연평해전’은 개봉 9일 째인 지난 2일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관객수 25만 3720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로 개봉과 동시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가 됐다.

‘연평해전’은 2위로 내려 앉았다. 그렇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극비수사’와 ‘쥬라기 월드’가 40%의 일일 관객수 감소, ‘소수의견’이 70%의 감소로 크게 흔들린 데 반해 ‘연평헤전’은 전일 대비 10%의 하락으로 ‘터미네티터’ 돌풍을 꿋꿋이 버텨냈다.

흥행 여부를 가늠할 금토일 주말 전쟁에서도 ‘연평해전’은 선전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 이틀째인 금요일(3일) 27만 9303명으로 역시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연평해전’은 23만 476명으로 2위에 올랐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금요일임에도 전일 대비 10%의 상승세에 그친 데 반해 ‘연평해전’은 무려 40%의 관객 급증이 이뤄졌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지난 4일 개봉 이후 첫 토요일을 맞아 무려 51만 8329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전일 대비 90%의 관객 급등세를 기록하자 ‘연평해전’ 역시 40만 8017명으로 전일 대비 80%의 상승률을 일궈냈다.

일요일인 5일에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44만 919명을 기록한 데 이어 ‘연평해전’은 35만 8575명을 기록하며 두 영화 모두 전일 대비 10%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따라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개봉 첫 주말 극장가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연평해전’과 극장가를 양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엄청난 예매율을 기록하며 단 번에 한국 극장가를 장악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기대됐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입장에선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5일 기준으로 ‘연평해전’은 323만 2544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40만 명을 훌쩍 뛰어 넘어 500만 관객 동원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 4일 만에 149만 3255명을 불러 모았으며 ‘쥬라기 월드’ 역시 누적 관객수가 500만 명을 넘긴 상황에서 ‘연평해전’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이런 흥행 성적을 통해 적어도 ‘메르스를 핑계로 쥬라기 월드와의 맞대결을 피하려 했다’는 오해는 확실히 극복했다. 이 정도 흥행 성적을 감안하면 만약 ‘연평해전’이 ‘쥬라기 월드’와 맞붙었다면 오히려 ‘쥬라기 월드’에 더 치명타가 됐을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의 500만 관객 달성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 반대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연평해전’과의 맞대결로 흥행 돌풍의 초반 기세가 상당히 꺾였다고 볼 수도 있다.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기대작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대작이 쏟아질 예정이다. 그리고 여름 극장가 대결전을 앞둔 전초전에서 ‘연평해전’이 한국 영화 흥행 전선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했다.

‘연평해전’의 성공 요인이자 한계는 보수 성향의 영화라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인 색깔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번 흥행 성공을 통해 보수 성향의 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이는 단순히 보수 성향의 영화가 좋다는 정치적인 구분점에 의한 환영이 아닌 다양화에 대한 환영이다. 진보 성향의 영화나 보수 성향의 영화나 모두 다양성의 측면에서 환영해야 한다.

과거 영화의 노출 수위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던 당시와 마찬가지다. 당시 영화계는 야한 영화가 좋아 노출 수위에 대한 심의에 맞서 투쟁한 게 아니다. 보다 다양한 영화, 보다 폭넓은 창작의 자유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평해전’의 흥행 성공은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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