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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흐-라모스, 레전드와 결별하는 상반된 태도


입력 2015.07.03 15:21 수정 2015.07.03 15:2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첼시, 앙숙 아스날 이적 수락 ‘통 큰 결단’

레알, 맨유에 무리한 이적료 요구-언론플레이

페트르 체흐(왼쪽)는 티보 쿠르투아에 밀려 첼시를 떠나게 됐지만, 구단과의 아름다운 결별로 팬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페트르 체흐(왼쪽)는 티보 쿠르투아에 밀려 첼시를 떠나게 됐지만, 구단과의 아름다운 결별로 팬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의 세계는 비즈니스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계약을 맺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비정한 세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최소한의 예의와 낭만은 있다. 선수는 팀을 위해 열정을 바치고 구단은 떠날 때 그 선수의 업적과 공헌도를 존중해 예우하는 게 진정한 프로다운 문화의 일부다.

최근 페트르 체흐(33)와 세르히오 라모스(29), 두 거물급 스타의 대조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둘은 각각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문클럽을 대표하는 스타로 유럽무대에서 오랜 시간 명성을 떨친 선수들이다. 하지만 소속팀이 이들과의 결별에 대처하는 방식은 각기 달랐다.

체흐는 최근 아스날 이적을 선택했다. 첼시에서 무려 11년간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해온 체흐지만, 지난 시즌부터 티보 쿠르투아에 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체흐는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 상대가 첼시의 최대 라이벌 중 하나인 아스날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과 첼시 조세 무리뉴 감독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앙숙이기도 하다.

당초 첼시는 체흐의 EPL 내 이적에 부정적이었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그동안 체흐가 팀에 바친 공헌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아무 제약 없이 선수가 원하는 대로 이적을 수락했다. 요즘 유럽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장면이었다.

체흐의 아스날행을 반대했던 무리뉴 감독도 체흐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선택을 존중했다. 무리뉴 감독은 체흐의 아스날행이 확정된 지난 1일 공식 웹사이트에 남긴 인터뷰에서 “체흐의 첼시를 위해 헌신해왔으며 앞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극찬하며 “첼시는 체흐의 업적을 기억할 것이고, 그가 해냈던 모든 것에 감사한다”며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남겼다.

체흐 역시 “무리뉴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며 화답했다. 첼시에서 마지막 시즌 주전 경쟁에 밀렸지만 “무리뉴 감독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적으로 만나더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할 것”임을 확인했다. 그야말로 레전드 선수와 감독 간 아름다운 결별의 모범과도 같은 사례다.

레알 마드리드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이적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알 마드리드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이적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면 레알 마드리드와 세르히오 라모스의 관계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지경이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직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지만 스스로 구단에 이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모스는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이적을 강력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모스와 레알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결여에서 비롯됐다. 라모스는 팀의 부주장이자 핵심 수비수로서 10년 넘게 팀에 공헌해왔지만 정작 팀 내 주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최근 레알이 몇 년간 대형 선수들을 이적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면서 라모스처럼 수비수나 팀에 오랜 공헌한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가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한 레알의 대응도 감정적이었다. 레알은 라모스와의 재계약에 부정적이었고 오히려 라모스가 지나치게 돈을 밝혀서 이적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구단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라모스가 과거 무리뉴 감독과 마찰을 빚고, 카를로 안첼로티 전 감독의 경질에도 반대하는 등 구단 운영과 대립각을 빚으면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과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맨유는 최근 레알에 라모스의 이적료로 제시한 3200만 파운드(한화 약 558억 원)를 제시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이 라모스의 이적료로 요구하는 액수는 무려 6,500만 유로 정도(약 807억 원)다. 그러나 30대를 넘긴 수비수에게 요구하는 몸값으로는 비정상적인 액수다.

레알이 라모스를 정말로 이적시킬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괘씸죄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유다.

라모스에 대한 홀대는 낯설지 않다. 과거 라울 곤잘레스나 페르난도 이에로 등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레전들들도 말년에는 찬밥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때문에 레전드에 대한 홀대는 레알의 전통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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