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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김태호 "나는 오늘도 유승민 사퇴" 도대체 왜?


입력 2015.07.02 18:04 수정 2015.07.02 18:19        조소영 기자

김태호 측 "이번 사태 발단인 유승민에게 책임 묻는 것"

당내 "'튀는 행보'로 쇄신파 이미지 보이고 싶어하는 듯"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떠난 직후 발언을 제지당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위원을 달래며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떠난 직후 발언을 제지당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위원을 달래며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저는 오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태호 최고위원이 '아수라장 회의'의 포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과 나라 모두를 위해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라며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거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평택 현장 최고위, 비공개 긴급 최고위를 비롯해 여러 번 '유승민 사퇴'를 말해왔다.

뒤이어 그간 침묵을 지켜왔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김 최고위원을 향해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한다"며 "역지사지 입장에서 미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큰소리를 내면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짝을 지어 함께 선거에 나서기 때문에 당선을 위해 전략적으로 짝을 이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까울 수밖에 없다. 김 최고위원은 여기에 한마디를 더 덧붙이려 마이크를 켰고 김무성 대표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난듯 회의를 일방적으로 끝내버렸다.

함께 있던 동료의원들은 '김태호발(發) 회의 파행'에 당황하고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퇴장하는 김 대표를 향해 불만을 토해내자 욕설과 함께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더 난감한 낯빛을 비쳤다. 이날 아예 발언을 하지 않았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뒤따라 퇴장하면서 불만을 쏟아내는 김 최고위원을 말렸다. 또 다른 친박계인 김을동 의원도 "이래갖고 무슨 당을 위해서"라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뭐하는 짓이야, 도대체가"라고 읊조리며 회의장을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난처한 표정으로 원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눴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 최고위원은 대표적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됐었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등과 관련, 거짓말 논란으로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놨었다. 이때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꼽은 '박근혜 대항마'라는 설이 많았다. 40세에 거창군수 당선(2002년), 42세 때 경남지사 재보궐선거에 당선(2004년)돼 최연소 기초단체장, 최연소 광역단체장을 한데다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젊고 능력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던 때였다. 당시 친박계는 이런 김 최고위원을 무척 경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친박계도 난감해할만큼' 비박계인 김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 사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대체 왜 유 원내대표 사퇴에 앞장서는지 알 수 없다"는 의문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 측은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의 잘못이 있는 만큼 그것을 제대로 따지려는 것뿐이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 당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 뿐"이라며 '계파논리'로 보지 말라고 말했다. "혹시 친박계와 접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친박의원들과는 따로 얘기할 것도 없다. (괜한 만남을 가져) 그런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는 친박이 잘못하면 친박을 비판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곳곳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튀는 행보'를 통해 대중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으려는 속내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김 최고위원이 특별한 명분없이 최고위원을 사퇴했다 복귀한 것도 이번 일과 함께 언급된다. 한 당직자는 "모두 김 최고위원의 행보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최고위원이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같은 쇄신파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튀는 행보'를 하는 듯하다. 당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튀는 병'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김 최고위원이 대선후보에도 나갔었던 만큼 대통령에 대한 꿈이 큰 것으로 아는데 최고위원을 할 동안 당에서 '입지 다지기'가 여의치 않자 마음이 다급한 듯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당직자도 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김 최고위원이 현재 특별한 친박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듯하다"며 "김 최고위원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급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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