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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동제 첫 단계…은행 '출혈 경쟁' 불가피


입력 2015.07.03 09:20 수정 2015.07.03 09:21        이충재 기자

은행들 '수수료 인하' '우대 금리' 내놔…"금융 조언자로 역할 바꿔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은행들이 금융거래 전반에 대한 조언자로서의 포지셔닝에 성공할 때 충성고객 확보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10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시범단계’성격의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페이 인포)’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장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나 급여이체 등의 내역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주거래 은행을 갈아타기가 쉬워지지만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기존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 주거래 고객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약 226조원에 달하는 개인 고객들의 수시입출금식계좌 자금이 대거 이동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226조원 예금 경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은행들 우려와 기대 "출혈경쟁 불가피", "계좌이동 많지 않을 것"

우선 페이 인포는 은행 등 52개 금융사에 개설된 개인이나 법인 계좌의 전체 납부목록을 조회하고 불필요한 자동납부는 해지할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계좌이동제가 확대되면서 오는 10월부터는 통신비나 보험료, 카드 대금의 자동이체를 변경할 수 있고 내년 2월부터는 적금 등도 변경한 계좌에서 자동 송금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계좌이동의 불편함으로 발이 묶여 있던 은행 자금의 대이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서비스와 금리 차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수수료 면제나 우대 금리 등 당근책을 내놓으며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들에게는 돌아가는 혜택이 많겠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되는 긴장의 시간”이라며 “고객을 붙잡아 두기 위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혜택을 보면 비슷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계좌이동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유럽을 비롯한 해외 사례에서도 보면 갑자기 특정 은행의 계좌가 대이동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은행들 '산토끼 전략' 보다는 '집토끼 사수'…"위기이자 기회"

은행들은 대부분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산토끼 잡기’전략 보다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집토끼 사수’가 현실적이고 비용부분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마다 비슷한 수준의 혜택 제공보다는 이미지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은행 점포수와 계좌이동제는 미묘한 역학관계에 놓였다. 계좌이동제가 은행창구에 들러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 클릭 한번으로 계좌 변경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점포수’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은행은 ‘점포수가 많은 은행’이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은 “주거래은행을 변경하고 싶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래 은행 변경을 원했던 이유에 대해 ‘가까운 영업점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43.4%로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수를 가진 은행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조사결과다.

이미 계좌이동제를 시행한 영국 등에선 계좌 동시 캐시백, 대출금리 우대 등 직접적인 금전 인센티브를 제공한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의 수혜를 받은 사례가 있어 국내 은행들도 이를 참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근과 거래의 편의성”이라며 “은행에게 금융상품 간 비교 정보, 고객과 유사한 고객들의 금융거래 정보, 경제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금융거래에 대한 조언자로서 입지를 다져야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원 나성호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의 시행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은행들은 주거래 고객의 선정 기준을 낮추고 우대 혜택의 범위를 관계사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장기거래 고객 확보를 위해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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