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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온 김무성 결국 '폭발'한 이유 들어보니...


입력 2015.07.02 18:32 수정 2015.07.02 18:33        문대현 기자

당내 잡음에 '민주적이라는 증거'라며 넘기던 김무성의 '분노'

평택 현장최고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발언이 끝난뒤 이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거듭 발언하자 이를 한번 제지한뒤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발언이 끝난뒤 이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거듭 발언하자 이를 한번 제지한뒤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관련해 그동안 묵묵히 참아오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결국 폭발했다. 계속되는 만류에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공세를 멈추지 않는 김태호 최고위원을 향한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놓고 김 최고위원과 원유철 정책위의장 간 갈등이 표출되자 "회의를 끝내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김 최고위원을 향해 "마음대로 해라"며 쏘아붙였다.

그간 시끄러운 당내 상황에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며 차분한 모습을 보여오던 김 대표의 모습에 비춰볼 때 이번 행동은 다소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당내에서의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철저하게 중립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유승민 책임론'이 확산될 당시에는 유 원내대표를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으면서도, 이후 청와대가 계속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나"며 청와대 쪽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서 계파 갈등이 심화됐을 때도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간 계파 갈등에 침묵해오던 그는 지난달 29일 평택 현장최고위원회의 당시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최고위원이 갑작스레 불참했을 때도 "사정이 있었겠지"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앞서 당직 인선이나 당협위원장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당내 반발이 거셌을 때에도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당이 민주적이라는 증거'라며 받아넘기곤 했다. 그런 그가 공개 석상에서 김 최고위원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이같은 행동은 그동안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쌓인 것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된 마찰'…김태호 같은 말 반복에 분노한 김무성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 간 마찰은 사실 어느 정도 예고가 됐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평택 현장최고위에서도 유 원내대표를 향한 공격을 퍼붓다 김 대표에게 한 차례 제지를 당했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제2연평해전을 기리는 회의 주제에 어긋나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초반부에서는 제2연평해전을 언급했으나 갑자기 방향을 튼 것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난 직후 김 대표는 마이크를 켜고 "오늘 현장최고위 주제는 메르스 극복과 제2연평해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평택 경제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서에서도 "김 최고위원이 협조를 하지 않아 경제인들이 3분 정도밖에 말을 못하겠다. 양해해달라"고 핀잔아닌 핀잔을 줬다.

당시 김 대표의 발언은 그리 무겁지 않았고 당시 참석자들사이에서는 약간의 웃음이 새어나오며 가볍게 흘러갔지만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이 일어난 지 불과 사흘 만에 최고위에서 엇비슷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고 이번에는 김 대표가 참지 못했다. 김 대표는 2일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한번 (유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한) 발언을 했으면 됐지 또다시 중복, 삼복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서울역에서 '부산관광캠페인'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여유를 갖고 생각할 시간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유 원내대표도 그런 의사를 밝혔는데 그새를 못참고 연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 지도부 정도 되면…얘기 안하겠다. 그만합시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김 대표의 주요 측근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월요일부터 좀 쌓인 게 있다"며 "메르스와 제2연평해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평택까지 갔는데 15분 넘게 발언해 평택 시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못 듣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이어 "그 후 비공개 최고위(29일)와 최고중진연석회의(1일)에서도 다 이야기했고 서청원·이정현·이인제 최고위원은 가만히 있는데 김 최고위원 혼자 튀는 모습에 김 대표가 분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김 대표의 이날 행동이 '유승민 감싸기'나 '친박계를 향한 메시지'는 아니라며 김 최고위원 개인을 향한 노여움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김 대표가 한 말에 뜻이 녹아 있는 것 같다"며 "회의 석상에서 모두 충분히 발언을 했고 이후 회의가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김 최고위원이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니 그냥 바로 회의를 끝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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