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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그후...' 측근도 모르는 김무성의 다음수


입력 2015.07.02 09:36 수정 2015.07.02 09:53        문대현 기자

유승민 나가도 막막 안 나가도 막막

해당 사안 함구령 "내가 알아서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근혜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유 원내대표 거취가 어떻게 결정이 나든 득보다 실이 많은 김 대표의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사퇴와 관련해 그동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왔다. 그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당 내에서 '유승민 책임론'이 불거지자 유 원내대표를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후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청와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나"며 청와대 쪽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박 대통령의 관계 설정과 무관치 않다. '원박'(원조 친박)이었던 김 대표는 현재 '탈박'(탈박근혜계)으로 돌아섰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와 인연을 정리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그는 자신과 '투톱'을 이루며 당을 이끌어 온 유 원내대표를 향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시 자신의 정치 행보에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고 비박계의 거센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 대표로서는 현재 어느 한 쪽과 뜻을 같이 하기 보다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중간자로서의 역할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거취에 따른 김무성 시나리오?…"내가 알아서 한다"

유 원내대표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사퇴 요구에도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며 버티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도 당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끝끝내 버텨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확률은 적지만 오는 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관련 건이 마무리되면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옷을 벗을 수도 있다.

현재 김 대표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확실하다면 당·청 갈등 수습이나 '유승민 달래기' 등 하나의 노선을 잡고 대처해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 거취에 따른 맞춤형 플랜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자신의 생각이 섣불리 외부로 나갔을 때 생기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현 상황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의중을 반영하듯 최측근조차도 해당 사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고 있지 못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측근은 '데일리안'에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김 대표가 직접 주위에 이야기한 것이 없다"며 "나도 언론에 나온 내용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표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도 나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물도 "김 대표가 이 일이 언론을 통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워낙 안 좋아한다"며 "내 입으로 뭐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 대표 측근의 말을 빌려 "이 사안에 대해 김 대표에게 어떠한 방도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는 피드백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유 원대대표 거취에 따른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김 대표는 본인 스스로 이 일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 뚜렷한 복안이 없을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사과하면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게 안된 상황에서 어떻게 다음 수를 내다 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따라서 앞으로 당직 개편이나 이런데 영향은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벌써 안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김 대표는 내심 유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버티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본보에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당내에서 파열음이 나오지 않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결자해지하는 것이 맞지만 물러나는 것만이 결자해지는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더 숙이더라도 당·청 관계와 당내 내분을 발생시키지 않기를 김 대표는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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