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그후...' 측근도 모르는 김무성의 다음수
유승민 나가도 막막 안 나가도 막막
해당 사안 함구령 "내가 알아서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근혜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유 원내대표 거취가 어떻게 결정이 나든 득보다 실이 많은 김 대표의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사퇴와 관련해 그동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왔다. 그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당 내에서 '유승민 책임론'이 불거지자 유 원내대표를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후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청와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나"며 청와대 쪽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박 대통령의 관계 설정과 무관치 않다. '원박'(원조 친박)이었던 김 대표는 현재 '탈박'(탈박근혜계)으로 돌아섰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와 인연을 정리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그는 자신과 '투톱'을 이루며 당을 이끌어 온 유 원내대표를 향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시 자신의 정치 행보에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고 비박계의 거센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 대표로서는 현재 어느 한 쪽과 뜻을 같이 하기 보다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중간자로서의 역할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거취에 따른 김무성 시나리오?…"내가 알아서 한다"
유 원내대표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사퇴 요구에도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며 버티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도 당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끝끝내 버텨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확률은 적지만 오는 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관련 건이 마무리되면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옷을 벗을 수도 있다.
현재 김 대표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확실하다면 당·청 갈등 수습이나 '유승민 달래기' 등 하나의 노선을 잡고 대처해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 거취에 따른 맞춤형 플랜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자신의 생각이 섣불리 외부로 나갔을 때 생기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현 상황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의중을 반영하듯 최측근조차도 해당 사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고 있지 못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측근은 '데일리안'에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김 대표가 직접 주위에 이야기한 것이 없다"며 "나도 언론에 나온 내용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표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도 나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물도 "김 대표가 이 일이 언론을 통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워낙 안 좋아한다"며 "내 입으로 뭐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 대표 측근의 말을 빌려 "이 사안에 대해 김 대표에게 어떠한 방도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는 피드백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유 원대대표 거취에 따른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김 대표는 본인 스스로 이 일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 뚜렷한 복안이 없을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사과하면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게 안된 상황에서 어떻게 다음 수를 내다 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따라서 앞으로 당직 개편이나 이런데 영향은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벌써 안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김 대표는 내심 유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버티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본보에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당내에서 파열음이 나오지 않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결자해지하는 것이 맞지만 물러나는 것만이 결자해지는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더 숙이더라도 당·청 관계와 당내 내분을 발생시키지 않기를 김 대표는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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