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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했음 그카겠노"-"그케도 좀 심했다"


입력 2015.07.01 11:51 수정 2015.07.01 18:21        대구 = 데일리안 동성혜 기자

<대구 민심 탐방>"우린 모르지예" 외지인들에 함구

박 대통령 심정 공감하는 분위기속 유승민에 동정도

대구 동구 용계동 유승민 의원 사무실 인근 도로에 걸린 유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사진 위과 동구 방촌동 방촌시장에 걸린 유 의원을 격려하는 현수막.ⓒ연합뉴스 대구 동구 용계동 유승민 의원 사무실 인근 도로에 걸린 유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사진 위과 동구 방촌동 방촌시장에 걸린 유 의원을 격려하는 현수막.ⓒ연합뉴스
친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대구 민심은 겉으로는 평온하나 속으로는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대구 도심 전경.ⓒ데일리안 친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대구 민심은 겉으로는 평온하나 속으로는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대구 도심 전경.ⓒ데일리안

“어휴, 우리는 모르지예.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 이런 거 전혀 모르지예.”

‘유승민’이라는 이름을 꺼내기가 무섭게 ‘모른다’고 딱 잘라 말했다. 60대 초반이라는 택시 기사 김모 씨는 질문도 하기 전에 이름만 듣고도 답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갈등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30일 오전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의 거리는 한적했다. 그나마 방촌시장 앞에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모여있길래 슬쩍 가봤다. 신문의 정치면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분위기를 물었다. 택시 기사와 반응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70대 비슷한 또래라는 어르신들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글쎄예”라며 시선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러다 최모 씨가 먼저 “그래도 대통령한테 그카면 안되지예”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던 김모 씨가 “유승민이 많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무슨...”이라고 뜸을 들였다. 잠시 묘한 분위기가 맞서다 다시 모르쇠로 돌아섰다.

시장 안에서 만난 주민들이나 동구 일대 거리를 다니며 만난 주민들의 대부분은 그 어느 쪽도 확실하게 편을 들거나 비판을 하기 보다는 상당히 말을 아꼈다. 대구의 주요 일간지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중앙 일간지들이 기사는 물론이고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정치면 기사를 제외하고는 사설이나 칼럼에 유승민의 유자도 나오지 않았다.(6월 30일자 Y일보 M신문)

이에 대해 공무원인 조모 씨(37)는 “아마 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박 대통령도 유 원내대표도 다 내 사람인데 이제는 둘이 좀 화합했으면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고 해석했다.

그나마 입장을 밝히는 주민들은 연령대별로 확연히 나뉘었다. 50대 이상은 박 대통령의 어려움에 혀를 찼고, 40대 이하는 차기 주요한 정치인인 유 원내대표를 이렇게 물러서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시장 안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안모 씨(73·여)는 “아버지 어머니도 다 돌아가셨는데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겠나”라고 혀를 차면서 “이제는 일 좀 하게 도와줘야지예”라고 대통령의 어려움을 두둔했다. 본인의 이름을 꼭 넣어달라는 이영길 씨(64·남)는 “대통령이 다 잘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일 좀 해보겠다는 것 아니냐. 창조경제가 안됐다고 하던데 여기 대구는 삼성하고 같이 창조경제를 잘하고 있다.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껀껀이 비판만 하는데 누가 일을 할 수 있겠나. 그것도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 권모 씨(54)는 “처음에는 박정희 대통령처럼 화끈하게 뭔가 밀어붙이는 게 없어서 답답했는데 지금 보니 대통령이 불쌍하다”며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이야기 했겠나. 유승민이 그러면 안된다. 정치하겠다고 (대통령한테) 도와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대통령을 막으면 안된다. 다음 총선에 당선되나 보자”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40대 이하 젊은층은 그나마 유 원내대표에게 안타까움 마음을 드러냈다. 회사원 최모 (35)씨는 “유승민은 차기 유력한 정치인이다”라며 “이런 일로 개인을 몰아세우면 안된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이런 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회사원 하모 (46)씨는 “지금 나라가 이 모양인데”라며 “정치인들은 자신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생각을 하지 않고 국민들과 똑같이 손가락질만 하려고 든다”며 에둘러 유 원내대표를 감쌌다.

이같은 동구을 주민들의 팽팽한 의견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의견은 45.8%로 찬성하는 의견 31.5%보다 14.3%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응답은 22.7%였다.

관심을 모으는 유 원내대표의 대구 여론은 대구·경북 지역을 통틀어 ‘반대 35.6% 대 찬성 42.2%’로 찬성하는 쪽이 6.6%p 높았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6.9%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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