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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야구사전에 없는 단어 '기복'


입력 2015.07.01 13:26 수정 2015.07.02 10:0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일본 진출 후 4년간 슬럼프 없이 꾸준한 활약

올 시즌 타율 0.329 17홈런 50타점 ‘절정’

이대호가 일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호가 일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율 0.329(4위) 홈런 17개(4위) 타점 50개(4위) 등 각종 기록 면에서 고르게 정상급 타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일본 진출 이후 처음으로 3할-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이대호는 KBO 리그에서도 국내 최고의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일본 진출 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10시즌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 통틀어 손에 꼽힐만한 활약이었다. 여기에 이대호는 한국보다 한 수 위로 꼽힌 일본무대에 진출해서도 4시즌 연속 정상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호 이전에도 한국무대를 평정하고 일본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위상과 달리 일본 무대에서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두 시즌 반짝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거나 한계를 절감하고 국내에 복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종범, 김태균, 이병규 등 KBO의 전설로 꼽히는 타자들도 그랬다.

이대호 이전에 그나마 일본무대에 가장 성공한 한국 출신 타자를 꼽으라면 역시 이승엽(삼성)을 떠올린다. 이승엽은 일본무대에서만 무려 8시즌 활약했으며 요미우리 입단 첫해였던 2006년에는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이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이승엽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2군을 오르내렸다. 2011년 오릭스 생활을 끝으로 한국무대로 복귀한 이승엽의 일본무대 성적은 '분명 뛰어난 시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흑역사' 정도로 요약된다.

이대호의 일본야구계 내에서 위상은 이승엽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역대 어느 해외파 타자보다도 돋보이는 이대호만의 매력은 역시 꾸준함이다. 올해로 일본무대에서 4시즌 째를 맞는 이대호는 통산 타율이 3할대에 이르고 84홈런 300타점을 기록 중이다. 오릭스에서 소프트뱅크까지 벌써 두 팀을 넘나들며 약간 주춤했던 시기도 있지만, 부진하거나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만한 시즌이 없었다.

이대호는 국내 무대에서 첫 MVP를 수상한 2006년 이후 일본 시절까지 포함해도 타율 0.280 이하로 떨어진 시즌이 한 번도 없으며 평균 20홈런-80타점 이상은 기본으로 올려주는 선수였다.

2004년 이후 매년 최소 120경기 이상 출장할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부상과도 거리가 멀다. 그 어떤 뛰어난 선수들도 부상이나 슬럼프도 한 두 시즌 정도는 주춤한 것과 달리 이대호의 야구인생에 '기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였던 이승엽과 달리, 이대호는 정교한 선구안과 유연한 타격 기술을 앞세워 출루율에 강점이 있는 중장거리형 4번에 가까웠다. 이대호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상대에 대한 현미경 같은 분석과 외국인 선수에 대한 텃세로 악명 높던 일본 야구에서도 이대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친화력이 좋고 팀과 리그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이대호의 강한 멘탈도 기술 못지않게 성공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 시즌 초반 이대호는 극도의 부진으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5월 이후 결국 자기 페이스를 찾으며 최악의 위기를 최고의 시즌으로 바꾸는 뒷심을 발휘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독보적인 위상을 쌓아가고 있는 이대호는 KBO 출신 '역대 최고의 타자'를 향해 오늘도 순항하고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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