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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는 ‘이름값’에 관심 없다


입력 2015.07.02 07:23 수정 2015.07.02 07:2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슈틸리케, 공정한 선수선발-세대교체 의지

축구계·언론, 여전히 선수 과거 명성에 집착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이름값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이름값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 연합뉴스

내달 1일부터 9일가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를 준비 중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세대교체'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동아시안컵은 기존 A매치에 나선 선수들을 주축이지만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하는 만큼 K리그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점검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성용, 구자철 등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부상과 군사훈련으로 결장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미얀마전에서는 과감히 신예들을 발탁해 좋은 성과를 냈다.

실제로 2부리거 소속인 이용재를 비롯해 정우영, 이재성 등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은 일부의 우려에도 결국 슈틸리케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입지가 급상승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한국축구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화두를 던진다. 국내 축구계의 오래된 낡은 관행 중 하나가 '이름값'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집착이었다.

과거에 한때 좋은 활약을 보였거나 혹은 명성이 있는 선수들의 경우, 현재의 위상이나 경기력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대표팀에 선발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이름값에 대한 환상과 집착으로 낭패를 본 가장 최악의 경우가 바로 2014 브라질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의 교훈에도 아직 국내 축구계는 이름값에 대한 환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한 듯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주영이다. 국가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여전히 박주영의 이름은 단골처럼 거론된다. 귀국 인터뷰에서도 또다시 박주영의 발탁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트라이커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득점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고작 3골에 그치고 있는 박주영의 활약이 아직 대표팀 발탁을 운운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박주영에 대한 평가는 이동국-염기훈 등 기존 베테랑 선수들을 바라보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과 일맥상통한다. 곽태휘나 염기훈처럼 30대임에도 좋은 폼을 유지하는 선수들에겐 여전히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지만, 비슷한 실력이거나 대체자가 있을 경우에는 되도록 가능성이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박주영은 2015년 들어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고 있다. 극도의 부진을 벗어나 최근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단계지만, K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활약은 아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표팀 발탁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도 피곤한 일이다. 무엇보다 국내 축구계와 언론이 흘러간 스타 선수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과 환상을 버리고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새로운 대표팀의 비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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