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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거날 오늘의 정치인들 집안싸움을 기억하자


입력 2015.07.01 09:17 수정 2015.07.01 09:25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여도 야도 민생 제쳐두고 권력다툼 골몰 추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발하며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메르스 관련 법안 등의 처리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지연되며 파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발하며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메르스 관련 법안 등의 처리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지연되며 파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면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여야는 집안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가운데 정치권은 정쟁에서 벗어나 멍든 민심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3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이틀 연속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메르스 사태는 조금씩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한 분위기다. 메르스로 인해 줄었던 나들이객들도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며 지난주말 전국 고속도로의 교통량도 예년 수준을 되찾았다.

그러나 국민의 삶까지 나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메르스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메르스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관광·외식·숙박·의료·서비스업 등 종사자들은 큰 피해를 극복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줘야할 정치권은 계파갈등에만 매달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집안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민생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먼저 새누리당의 경우 현직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맞붙은 형국이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당시 야당의 요구로 함께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단순 거부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사퇴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 한 관계자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와 국정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불같은 박 대통령의 모습에 친박계 의원들도 들고 일어섰다. 김태흠·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종용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최고위원은 말할 것도 없다.

밀려오는 거센 파도와 같은 파상공세에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그는 '버티기'에 나섰다. '의원들의 뜻에 의해 탄생한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로 물러나선 안된다'는 일부 지지 여론을 업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로 인해 당·청 갈등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당 내부서도 계파 간 파열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상황을 두고 "원래 야당은 언론에 대고 서로 대놓고 싸움을 하지만 여당은 물밑에서 조용히 싸우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못 보던 일"이라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년 총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의 내부 싸움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결국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파워게임은 총선에서 공천권을 손에 쥐려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싸움이라는 분석이 돌고 있다. 결국 '밥그릇 다툼'이라는 말이다.

당직 인선으로 틀어진 새정치연합 지도부, 신당설까지…

당직 인선과 관련해 친노계와 비노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야당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여당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야당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듯한 모양새지만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새정치연합은 당직 인선과 관련해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견을 보이며 내홍을 겪었다.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반대에도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인선했고 마음이 상한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불참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 원내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최고위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표면적 당내 갈등은 봉합될 것으로 보이나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 등 추가 인선을 놓고 다시 한 번 계파 갈등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갈등을 우려한 문 대표는 지난 23일 최 총장의 임명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후속 인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노계 중진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갈등이) 정리됐다고 볼 수 없다. 원래 잠복기가 무서운 것"이라며 "여당과 청와대가 싸우는 중에 승리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이 뭔 지, 차기 정권교체의 길을 생각하면 풀릴 일"이라고 당내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정계에서 흘러나오는 '천정배 10월 신당설'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전·현직 의원 그룹과 실무 참모그룹이 연대체를 형성하며 신당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것이 구체화된다면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를 중심으로 야권분열 프레임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당장 천 의원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긴장을 풀 수 없는 실정이다.

친노와 비노 세력이 당직을 놓고 정면충돌한 것 역시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 장악과 관련이 깊다. 비노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최 총장을 고집하는 것은 총선 과정에서 공천권 행사를 통해 당내 친노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신당설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연이어 터지는 재난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를 보며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고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할 일을 미루고 정쟁에만 치우치는 모습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아직도 각 상임위에는 먼지가 쌓인 채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민생경제 법안들이 수두룩하지만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개점 휴업 상태이다. 정치권은 각 진영의 집안 싸움과 권력 다툼으로 경제를 살릴 '골든 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정치권의 싸움을 보고 있을 여유도, 이유도 없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치권의 '구태'를 보며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 가운데 30일 야당이 국회일정 보이콧을 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국민을 절망케 하는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결국 정치인의 생명은 국민에게 달려 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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