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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된 '터미네이터' 전설의 귀환이 반갑긴 한데...


입력 2015.07.02 09:46 수정 2015.07.08 12:47        부수정 기자

1편 이후 30년 만에 돌아온 아널드 슈워제네거

이병헌, 악역 T-1000으로 분해 존재감 과시

'터미네이터'가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롯데엔터네인먼트 '터미네이터'가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롯데엔터네인먼트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는 약속은 지켜졌다. '터미네이터'가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1984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손을 거쳐 첫선을 보인 '터미네이터'는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설로 꼽힌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웅으로 나선 2편(1991)은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영화에 등장한 액체형 로봇은 신선한 충격을 줬고, 마지막 장면에서 터미네이터가 용광로에 빠지면서 엄지를 치켜드는 장면은 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그러나 다른 감독이 연출한 3,4편(2003·2009)에선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혹평을 들었다. 3편까지만 출연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4편에서는 CG(컴퓨터 그래픽)로 등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편은 리부트(Reboot·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류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을 동시에 그렸다.

새로운 이야기와 반전을 넣어 명맥이 끊길 뻔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터미네이터5'의 기본 설정은 1편과 비슷하다.

로봇 군단 스카이넷이 지배하는 2029년. 인류 저항군 리더 존 코너(제이슨 클락)는 살아남은 인간들과 함께 스카이넷에 맞선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 T-800을 존 코너가 태어나기 이전 시대인 1984년으로 보내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없애려 한다. 이에 존 코너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훗날 자신의 아버지가 될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같은 시대로 보낸다.

여기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1,2편에서와 달리 사라 코너는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T-800 팝스(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카일 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강인한 여전사가 된 사라 코너는 팝스, 카일 리스와 함께 스카이넷을 탄생시킬 제니시스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2017년으로 향한다.

그들 앞엔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한 존 코너가 나타난다. T-3000은 '기계도, 인간도 아닌 그 이상의 터미네이터'다. "세상의 모든 총알을 다 써도 날 못 죽인다"고 선전 포고하는 T-3000.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는 로봇엔 없는 따뜻한 감정으로 뭉쳐 T-3000과 겨룬다. 로봇 팝스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로봇에서 진화된 그는 "사라 코너는 꼭 지킬 거야"라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터미네이터'가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롯데엔터네인먼트 '터미네이터'가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롯데엔터네인먼트

이번 편이 가장 반가운 이유는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때문이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그의 머리는 백발이 됐고, 얼굴엔 주름이 생겼다. 그러나 터미네이터는 역시 아널드 슈워제네거다. '툭' 건드리면 손가락이 튕겨나갈 것같은 근육질 몸매는 여전했고, 온갖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펼치는 맨몸 액션은 감탄을 자아낸다.

딸 같은 사라 코너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선 로봇이 아닌 아버지다. 의외의 모습은 또 있다. 중간중간 잇몸을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지을 때는 귀엽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는 대놓고 "난 늙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내 "그렇지만 쓸모없진 않아"라고 강조한다. 업그레이드된 터미네이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가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극 초반 T-800(젊은 시절 아널드 슈워제네거)과 팝스가 대결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1984년 당시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근육질 실리콘 복제 마네킹을 만들어냈다. 과거와 현재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느라 눈이 바쁘다.

원조 터미네이터 외에 다양한 터미네이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 차량 액션신 등은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만나 최대치의 몰입감을 준다.

영화에는 '터미네이터' 1,2편에 대한 오마주도 나온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대사 '다시 돌아올게(I'll Be Back)'를 비롯해 '살고 싶으면 따라와요(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 '날 믿어(Trust me)' 액체형 금속 로봇 T-1000 등이 그렇다.

T-1000은 한국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초반 10분가량 등장한 이병헌은 카일 리스, 사라 코너, 팝스와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쳤다. 한두 마디 대사만 뱉었지만 차가운 얼굴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영국 출신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는 역동적이고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새로운 여전사의 탄생을 알렸다.

아쉬운 점도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시간 여행을 설명하는 과정이 꽤 복잡하다. 영화는 세 주인공을 통해 쉽게 풀어나가려 하지만 조금은 난해하다. 카일 리스가 극 중 대사를 통해 "쉽게 설명해달라"고 말할 정도.

영화 '토르: 다크 월드'(2013)의 앨런 테일러 감독이 연출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1,2편을 존중한 작품"이라며 "'터미네이터'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할 것이다"고 밝혔다. 2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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