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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 꺼지자 이번엔 과일소주 열풍, 언제까지?


입력 2015.07.01 08:56 수정 2015.07.01 09:07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외연 확대는 성공 대세 진입은 글쎄...

서울 청계광장에서 롯데주류 모델들이 '순하리 처음처럼'의 누적판매량 천 만병 판매 돌파와 수도권 판매확대를 홍보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청계광장에서 롯데주류 모델들이 '순하리 처음처럼'의 누적판매량 천 만병 판매 돌파와 수도권 판매확대를 홍보하고 있다.ⓒ연합뉴스
2012년 10월 4일, 싸이는 서울 시청앞 공연의 끝 무렵 녹색 병에 담긴 물을 들이켰다. 단숨에 들이켠 이 음료에 대해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 덕에 실시간으로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싸이의 '행오버'(Hangover)의 뮤직 비디오에는 이 녹색병이 대량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예 작심을 하고 만들었던 면이 강했다. 마치 이 녹색병안에 있는 음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물론 이 녹색병 안에 있는 음료가 단순히 과일주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청앞 광장에서 들이킨 것이나 행오버 뮤비에 등장하는 것은 바로 소주였기 때문이다. 싸이의 각별한 노력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은 불러일으켰지만, 소주가 히트 상품이 되지는않았다.

이로써 아무리 히트상품이 되려해도 단지 인기 미디어 콘텐츠속에 나왔다는 이유로 '핫템'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즉 콘텐츠 그러니까 상품 자체가 어필할 수 있는 소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소주는 한국에게만 해당되는 문화적 소산이다. 한국인들이야 소주의 맛과 향기에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소주가 세계인들이 즐겨 마실 수 있는 고급술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도 그렇게 많지 않다. 저렴하게 대중적으로 알콜에 취하고 싶을 때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포장마차나 고깃집에 어울릴 술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소주에 대한 선호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취향과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파고든 것이 최근의 과일소주이다. 일단 알콜 도수를 낮추고 특유의 과일 즙과 향기를 첨가해 예전에 소주방에서 팔던 레몬소주의 추억을 연상시키고 있지만 내용물은 많이 다른 것이다.

일단 과일소주는 술이 순해지는 트렌드에 부합하려 했다. 왜 이런 트렌드가 생긴 것일까. 그것은 새로운 외연의 확장, 여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바로 여성들 때문이었고, 와인의 대중적 성공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알콜 도수가 연해진 면이 주효했다. 그런데 이를 간파한 소주업계는 많이 알콜 도수를 낮추었지만, 문제는 알콜 도수에만 있지 않았다. 기존의 소주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기가 외연 확대에는 걸림돌이었다. 순한 과일소주는 이런 인식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기능한 기획상품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회식 문화를 적절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 항상 와인만을 마실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이 분명 존재하는 것도 이에 부합한다. 와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도 소주를 완전히 밀어낼 수는 없었다. 와인을 매개로 해야 할 자리가 있고, 소주로 회합을 해야 할 자리는 분명 따로 존재한다. 와인에 대한 선풍적인 인기의 버블이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소주가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는 자리를 이제 순한 과일 소주가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20년전 레몬 소주가 2~3년 붐을 일으키다가 사그라진 것은 소주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둔 채 과일향 첨가물로 눈 가리고 아웅했기 때문이다. 레몬소주는 그 겉으로 풍기는 향기와 달리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순한 과일소주가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와인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문화적 요인이 강하게 부여 되었기 때문이다.

과일 소주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문화적 요인이 매우 튼실하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통하려면 공통의 문화적 공감대를 갖도록 해야 한다. 순한 과일소주가 소주시장을 모두 장악할 수 없는 것은 소주에 대한 문화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강한 취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마시는 것이다. 과일 소주가 그러한 인식을 가지려면 세대가 변해야만 할 것이다. 문화적 변화는 세대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몸에 좋다는 와인조차 많이 마시면 간질환을 유발한다. 여전히 와인이 술인 것과 같이 순한 과일 소주도 술이다. 막걸리가 아무리 일본에서 각광을 받아도 뒤끝이 작렬인 술이기 때문에 거품이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 술은 술이고 소주는 소주이며, 와인은 와인에 불과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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