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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보좌관들간에는 'TK를 저지하라'


입력 2015.06.29 05:50 수정 2015.06.29 05:51        문대현 기자

새보협 회장 선거, '보리' 이주엽 vs '비보리' 이상욱 양자대결에 관심

새누리당보좌진협의회(새보협)가 다음달 2일 신임 회장 선거를 진행하는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당선돼 온 '보리모임' 소속 후보와 '비보리모임' 소속 후보의 대결이 눈에 띈다.

새보협 회장은 통상 대구·경북 지역 보좌진 모임인 '보리모임'에서 배출돼왔다. 이번 선거에는 이주엽 보좌관(나경원 의원실)이 보리모임 후보로 나선 가운데 이상욱 보좌관(홍문종 의원실)이 도전장을 던졌다.

새보협은 의원실 보좌진의 권익증진과 단합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 성격의 자생조직으로 1990년대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 회원 수는 800여명에 달한다.

일반적인 노조와 같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는 단체는 아니지만 새보협 회원들에게도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만큼 등 당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모임이다. 24일 후보 등록을 마친 새보협은 내달 2일 투표에 돌입한다.

새보협 회장 선거는 정치인 보좌진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정치성이 포함 돼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새보협 회장은 단순히 보좌진을 대표하는 역할을 넘어 하나의 세력을 대표하는 모습을 나타내어 왔다. 그 대표적인 모임이 바로 '보리모임'이다.

10년 전 TK(대구·경북) 출신 보좌진들이 친목을 목적으로 결성한 보리모임은 정권을 내준 10년(보릿고개)을 잊지 말고 결속력을 다지자는 의미로 탄생했다. 현재 7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보리모임은 TK 출신이거나 TK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보좌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새보협 회장은 보리모임에서 '독식'해오다시피 했다. 가깝게는 2012년 권형석 보좌관(정희수 의원실), 2013년 이동창 보좌관(박대동 의원실), 2014년 김태훈 보좌관(주호영 의원실) 등이 보리모임 소속으로 새보협 회장직을 맡았고 그에 앞서 회장을 지낸 안일근·김성준 보좌관 역시 보리모임 출신이다.

이렇다 보니 보좌진 일각은 보리모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소속 수도권 지역의 한 보좌진은 "보리모임 세력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보좌진이 많다"며 "이들은 TK 위주의 새보협 구조를 깨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보리모임 소속 이 보좌관에 맞서 장성철 보좌관(김무성 의원실)이 나선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장 보좌관의 출마는 차기 대권을 준비한다고 알려진 김무성 대표와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장 보좌관의 출마는 김 대표가 대선에 대비해 보좌진을 중심으로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캠프를 꾸릴 당시 측근을 친박계 의원 보좌진들을 위주로 구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비보리모임 소속 보좌진에서 회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장 보좌관이 후보 등록을 포기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보리모임 출신이 계속해서 새보협 회장을 맡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일부 존재하지만 이미 기반이 탄탄하다보니 비보리모임 보좌진들이 회장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보리모임에 대해 안 좋게 인식하는 사람도 꽤 있다"면서도 "그래도 선거 자체가 일단 투표율이 높지 않고 (TK 중심의) 구조가 이미 형성 돼 있어서 새 인물이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지연으로 뭉친 세력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해 보리모임 측은 새누리당 자체가 TK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당내 대부분의 다선 의원의 지역구가 TK인 만큼 해당 지역의 세력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보리모임이 회장직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TK 지역 보좌진 수가 많고 그 중 의욕있는 인물이 많다는 주장이다.

보리모임에 창립 멤버인 이주엽 보좌관은 "보리모임 소속 여부와 관계 없이 나는 새보협에서 봉사를 계속해왔다"며 "좀 더 책임을 갖고 보좌진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도록 보리모임 출신이 회장을 하고 있으니 '보리모임이 독식한다'는 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내에 TK 쪽 다선 의원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그 쪽의 오래된 보좌관이 많고 그 분들이 보좌진의 애환이나 내부 상황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선거는 경쟁이다. 이견이 있으면 선거에 나와서 경쟁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누가 더 회원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지는 표로 승부해야 한다. 단순히 보리모임 출신이라서 회장을 맡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비보리' 이상욱 "보리모임에 감정 없다…보좌진 처우 개선 위해 나선 것"

이주엽 보좌관이 '표로 승부하자'고 선전포고를 한 가운데 이에 맞서는 이상욱 보좌관은 이번 선거가 보좌관 내 지역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며 보좌진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리모임을 견제하기 위해 나선 것은 결코 아니라면서도 새보협 내 지역 구도를 없앨 것임을 시사했다.

이상욱 보좌관은 본보에 "나는 TK 지역 의원을 모신 적이 있는 만큼 보리모임에 대한 악감정이 없다"며 "보리모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보협의 처우개선과 권익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좌관은 '보리모임에 대항마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리모임이 계속해서 회장을 하는 것이 싫어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하며 "나와 보리모임은 적이 아니다. 보리모임 중에서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답했다.

다만 "보리모임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부는 새보협을 운영하는 운영진에 대한 불만이 있다. 그런데 새보협이 모두 보리모임 소속이라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좌진은 팔도에서 다 모이는데 한반도에서 찢고 싸우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내가 회장이 된다고 경북 쪽 모임을 배척할 마음이 없다. 회장단 구성을 할 때에도 일하고 싶은 사람 위주로 다 같이 할 것"이라고 열어놨다.

그러면서 "특정지역을 배척하거나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며 "보좌진들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서 이야기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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