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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근석이 그리워 밤마다 우는 남근석의 사연


입력 2015.06.20 10:20 수정 2015.06.20 10:20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성석기행>충북 영동군 부상리

충북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는 인근 마을 중에서 해가 가장먼저 뜬다고 해 부상골로 부른다.이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선비들이 많이 배출된 고장이라 한다. 한문유 처사 원봉선생이 이곳에 국내서 최초로 서당을 짓고 많은 선비를 양성했다.

선비마을 부상리에는 오래전부터 흥미진진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부상초등학교 앞에 있는 자웅석이다. 남근과 여근을 닮은 이 자웅석은 약 50년 전에는 동쪽으로 약 20m 떨어진 편자(말굽)를 만들던 곳에 있었다.

이곳에는 원래 1710년경부터 남근석만 있었는데, 가뭄이 극심했던 1940년경 어느 날 이 곳을 지나던 노승이 남근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못마땅해 했다. 마을사람들은 이상한 생각에 물어보았다. 노승의 대답은 멀지 않은 곳에 여근이 있는데, 남근이 그리워 날마다 울고 있다고 했다.

떨어지면 흉사가 온다는 부상리 남녀근석ⓒ최진연 기자 떨어지면 흉사가 온다는 부상리 남녀근석ⓒ최진연 기자

노승은 여근과 남근이 함께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큰 재난이 올 것이며, 강제로 떼어놓는 사람은 흉사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주민들은 일대를 살살이 뒤진 끝에 가곡리 창바위 골에 여성형상을 한 여근을 발견하고 남근석 옆으로 옮겨 짝을 맺어 주었다.

그런데 마을주민 한사람이 집을 지으면서 남근과 여근을 지금의 도로 양쪽에 옮겨 놓았다. 바위를 옮긴 후 건강하던 부인이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자웅석을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자웅석을 제자리에 옮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가금씩 까치와 까마귀가 민씨 집 유리창에 날아와 울부짖으며 머리를 들어 받아 죽는 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뒤로 그는 두 번 재혼을 했는데, 새로 맞은 2명의 부인도 정신이상으로 가출해 집안이 풍비박산 됐다는 얘기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또 하나의 전설은 부상리 개천방향으로 5O0m 쯤 가면 논둑에 생김새가 자라처럼 생긴 남바위가 있다. 주민들은 1년에 한번씩 이 남생이바위에 제물을 대접하고 있다.

옛부터 주민들은 남생이 바위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남생이 입 부분에 해당되는 마을은 재물을 남생이가 입으로 삼켜버리기 때문에 생활이 궁핍하며, 꼬리부분에 자리 잡은 마을은 입으로 삼킨 재물을 뒤로 쏟아 내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고 믿어 왔다.

이로 인해 마을사람들은 남생이 바위의 꼬리를 서로 자기들 마을방향으로 바꿔 놓으려했다. 이 때문에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한쪽 마을에서 꼬리를 틀어 놓으면 밤사이에 다른 마을사람들이 그 꼬리를 자기마을 쪽으로 틀어 놓는 것이었다.

싸움이 그칠 날이 없자 마을노인들은 방안을 생각해 냈다. 두 마을을 다 함께 부자마을로 만들어 달라고 비는 방법은 합심해 매년 바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그 후 남생이 바위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술과 음식을 매년 진수성찬 받게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봉수대 안에 남근석이 세워져 있다ⓒ최진연 기자 봉수대 안에 남근석이 세워져 있다ⓒ최진연 기자

이곳에서 약 5km 떨어진 율리 봉화봉에도 언제 누가 세웠는지 알 수 없는 남근석이 있다. 봉우리 정상에는 ’영동군지‘에서 박달산봉수로 소개하는 봉수가 있는데, 자연석을 남성의 성기처럼 다듬어 세웠다. 높이는 약 1m 가량 된다. 봉수는 나라에서 관리하는 국방유적이다.
봉수대 주변은 일반사람들의 통제구역이다. 위법시에는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렸다. 이런 이유를 볼 때 이 남근석은 봉수제도가 끝난 조선 말기, 어수선한 시기에 무속인들이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남근석 가는 길은 율리 2리 마을회관에서 봉오둑골까지 자동차가 진입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도보로 3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지만 등산로가 없어 접근이 어렵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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