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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노건평 연루 논란 '사면, 지하시장 있다'


입력 2015.07.03 10:46 수정 2015.07.03 11:16        조소영 기자

'성완종 사면' 시작으로 정가 '사면로비' 이슈 연이어

박 대통령 지시한 '특사제도 개선방안' 마련될지 눈길

지금은 고인이 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검찰조사와 관련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금은 고인이 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검찰조사와 관련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997년 7월, 김영삼 정부 말기. 당시 공금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사면로비'를 기획한다. 그는 구치소로 자신을 면회온 한보 임직원 등에게 신한국당 대통령 경선후보 중 누가 가장 유력 후보인지 물으며 해당 후보 등에게 로비를 진행, 12월 대선 무렵 사면을 받자는 기획을 총 13장 분량의 메모지를 통해 언급한다. 정 회장의 이 기획은 당시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는 다음 정권 말기(김대중 정부, 2002년) 특별사면을 통해 부활, '사면받기'라는 궁극적 목적에 성공한다.

최근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성완종 리스트'의 주인공인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정 회장은 자신의 회사를 끔찍히 생각했다는 점,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 로비를 진행했으며 로비 리스트를 남겼다는 점 등에서 매우 닮았다.

그리고 또 하나 닮은 점이 바로 이 '사면'과 관계된 것이다. 정 회장은 위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사면스캔들'을 일으켰었고 성 전 회장 또한 2015년 현재 '사면스캔들의 주인공'이 돼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이례적인 '두 번의 사면'을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이 건은 정 회장 사면 당시 두 정권(김영삼-김대중)이 얽혀있는 모습 등과 묘하게 닮아있다.

성완종 '두 번의 사면' 논란부터 황교안 '사면로비' 의혹까지

성 전 회장은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2004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5월 석가탄신일 사면(첫 번째 사면)을 받았다.

이후 2007년 11월 '행담도 개발 비리사건'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12월 임기 마지막 특사(두 번째 사면)로 구제된다. 둘 중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두 번째 사면이다. 성 전 회장은 행담도 개발 비리사건과 관련, 서울고등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는데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사면을 받았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 전 회장의 상고 포기는 당시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선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당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때라 이명박 정부의 뜻이 반영됐다"고 주장해 양 정부 인사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조사하던 검찰은 지난 2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러한 '추측'을 '확정'으로 바꿔놨다.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사면 배경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 씨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사자를 비롯해 당시 특사에 관여한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비서관, 법무부 관계자 등을 조사해보니 두 번의 특사 때 성 전 회장이 건평 씨에게 청탁 및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특히 두 번째 사면 때 성 전 회장은 "특사가 어렵다"는 건평 씨에게 측근을 세 차례 보내면서 건평 씨의 고향 후배이자 경남기업이 하도급을 준 건설회사 운영자를 더 잘 챙겨주겠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청탁 직후 이 회사에 공사 금액을 5억원 늘려줬다. 단, 검찰은 두 건 모두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의 공소시효(7년)가 만료돼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건평 씨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성 전 회장의 이러한 '두 번의 사면' 논란을 시작으로 사면로비 관련 논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전해철 의원이 사면로비 논란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8차례 특사를 시행했는데 이때 문 대표와 전 의원이 각각 대표를 지냈던 법무법인 부산, 법무법인 해마루에서 변호한 피고인 40여명이 감형, 복권 등 특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문 대표는 사면을 총괄하는 민정수석비서관을 두 차례 맡았었고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비서실장을 역임했었다. 전 의원 또한 민정비서관, 민정수석 등을 지냈었다. 이는 성 전 회장 사건과도 연계돼있는데 문 대표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첫 번째 특사 때 청와대 민정수석, 두 번째 특사 때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지난 6월 8일부터 사흘간(10일) 진행됐던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사면로비가 핵심 논란으로 등장했었다. 황 후보자가 수임한 사건들 중 내역 제출이 안돼 문제가 됐던 19건과 관련, 추후 의뢰한 사람과 기업 이름이 가려지고 공개가 됐는데 이중 2012년 1월 수임한 사면 자문 건이 야당 청문위원들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야당은 같은 달 단행됐던 이명박 정부의 특사를 언급하며 황 후보자에게 사면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사면을 주도했던 인사가 황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것도 의혹의 불씨를 지폈다.

이에 황 후보자는 해당 의뢰인이 사면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사면이 없었던 그해 7, 8월 법률적 자문에만 응했다고 반박했으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황 후보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후보자는 국무총리가 된 후 그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 "고발은 잘못하면 무고가 된다"며 "신중히 해야할 일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측근 정치인·기업인 살리기…사면 관련해 지하시장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 이 같이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면'이란 무엇일까.

우리 헌법은 79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고 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에 근거해 사면 절차를 규정한 법률을 사면법이라고 한다.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사로 구분되는데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 등 기준을 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을 대상으로 형 선고 효과나 공소권을 소멸하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

반면 정치범 구제 및 나라의 경사 때 화합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특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없으며 시행 횟수 또한 제한이 없다. 이런 이유로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특사다.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 사면을 살펴보면 12대 전두환 대통령이 11회(11대 대통령 기간까지 합치면 14회)로 가장 많은 사면권을 행사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9회, 노무현 대통령 8회, 이명박 대통령 7회, 노태우·김대중 대통령 6회,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까지 1회다. 박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보통 자신의 측근에 속하는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왔고 이는 여러 번 사면로비 논란으로 비화됐다.

논란이 됐던 특사를 일부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 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12.12, 5.18) 김대중 정부 때 △권노갑·김현철·정태수(한보그룹 뇌물) △조양호(한진그룹 탈세) 등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임동원·박상배·이기호·박지원(대북송금) △김종필·이한동(불법 정치자금) △서청원·안희정·신계륜·여택수·최도술(불법 대선자금) △성완종(불법 대선자금, 행담도 비리) △박용성(두산그룹 비자금) △장세주(동국제강 비자금) 등이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기업인이 유독 많았다. △양윤재(청계천 비리) △정몽구(현대차 비자금) △최태원(SK그룹 비자금) △이건희(삼성그룹 비자금) △조현준(효성그룹 비자금) △김승연(폭행) △노건평·천신일(박연차 게이트) △변양균(신정아 사건) △최시중(파이시티 비리) △박희태(국회 돈봉투 사건) 등이 꼽힌다.

다만 특사 논란은 '한때'다. 보통 흐지부지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앞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던 정 회장의 경우만 봐도 이른바 '옥중 메모'에 대해 별다른 일없이 넘어간 뒤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이 됐다. 성 전 회장 건도 당초에는 크게 불이 붙은 모양새였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 당시 박양수 전 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이던 정국교 전 민주당 의원을 두고 그의 형에게 광복절 특사(8.15특사)를 약속한 뒤 금품(3000만원)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처벌(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3000만원 추징)을 받은 사례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다.

사실 로비의 실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게 '로비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통 당사자가 부탁하려는 인사에게 직접 찾아가는 '담판형 직접로비'가 성행하며 여기에 돈이 개입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회장과 성 전 회장 모두 정치권에 이 같은 방식으로 로비를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박범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2013년 사면법 개정을 위한 법사위 입법청문회에서 "사면과 관련한 지하시장이 있다. 어마어마한 거액의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청와대에서 나와 변호사로 활동할 때) 여러 차례 유혹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면심사위원들, 누군지 다 알아"…6월 '특사제도 개선방안' 나올까

국민들은 정부명(名)만 바뀌어 때마다 불거지는 사면 논란을 두고 바라보는 눈길이 매섭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4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경제인 가석방 찬반 여론조사를 한 결과, 찬성은 22.0%에 그쳤고 반대는 58.1%에 이르렀다.

앞서 동아일보가 1999년 7월 26일 한솔PCS가입자 543명을 대상으로 정치권이 광복절 특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를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 '사면권을 정치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은 83.2%를 차지했다.

2008년 '사면로비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위원장 포함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가 발족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데일리안'과 만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인사는 "사면의 기초자료는 법무부인데 이미 정권 차원에서는 (사면 명단) 준비가 다 돼있다"며 "또 로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외부에 사면심사위원들의 명단 공개를 하지 않지만 알 사람은 이들이 누군지 다 안다. 자기만 머리를 박고 다른 사람들에게 안보이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에 비추어봤을 때 앞서 문 대표가 성 전 회장 특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사면은 법무부 업무"라고 언급했던 것에 대해선 곳곳에서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면 때 주요기관이나 단체는 물론 정권 핵심들의 의견은 반드시 포함된다는 게 여야의 공통적인 귀띔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사면권 행사 자제를 내걸었던 만큼 지난해 1월 기업인 등이 포함되지 않은 사면을 한 외에 사면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해 9월 황교안 법무부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후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올해 5월 '성완종 사면스캔들'이 터지면서 이에 대한 가능성은 작아졌다. 대신 박 대통령은 정부에 '특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고 법무부는 실무작업에 들어가 6월까지 사면법 개정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근까지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측은 본보와의 통화서 "제도 개선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들은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사제도 개선과 관련, 대통령의 직접적 지시가 있었다는 점에서 '큰 폭의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는다는 심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함께 나온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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