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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변해도..' KIA 김주형, 똑딱이 어떨까


입력 2015.06.02 10:08 수정 2015.06.02 10:0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데뷔 후 10년 넘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간결한 스윙으로 장타 대신 안타 노려야

김주형에게 가장 필요한 건 ‘똑딱이 마인드’다. ⓒ KIA 타이거즈 김주형에게 가장 필요한 건 ‘똑딱이 마인드’다. ⓒ KIA 타이거즈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 중에는 프로에서 걸출한 타자로 성장한 케이스가 많다.

대구고 박석민(삼성)은 쉽게 공을 따라다니지 않고 항상 몸의 중심을 유지한 채 스윙을 했다. 자신만의 명확한 히팅존이 있는 데다 타격의 기본기가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수정보고 최진행(한화) 역시 소문난 강타자였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면서 타격 자세까지 간결했다. 상체와 하체를 모두 이용해서 타격을 했는데 소위 말하면 받쳐놓고 때리는 스윙의 표본이었다.

최진행의 동기동창 이용규 역시 체구는 작지만 근성 넘치고 빠른 야구를 펼치는 재간둥이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석민, 최진행, 이용규 외에도 전준우(롯데) 등 당시 졸업생 중 핵심 전력으로 성장한 선수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볼 때마다 KIA 팬들은 속이 터진다. 그 수많은 유망주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던 광주 동성고 김주형(30)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강산 변해도 김주형 제자리

듬직한 체구(185cm·93kg)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주형의 배팅 파워는 동성고 시절부터 “고교 레벨을 넘어섰다”는 극찬을 받았다. 하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손목만 가지고 스윙을 한다는 단점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워낙 배팅파워가 좋아 프로에서 어느 정도 다듬어지면 거포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명 당시 KIA는 장타자에 목이 마른 상태였기에 김수화라는 거물 투수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로 지명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김주형은 여전히 그대로다. 프로무대에서 통하는 거포는커녕 소속팀 KIA에서도 주전이 되는데 실패했다. 굳이 다른 팀 동기들과 비교할 것도 없이 나지완, 김다원 등만 봐도 이미 김주형과의 격차는 현격히 벌어졌다.

김주형은 여전히 자신의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빼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맞추는 데 능한 것도 아니고 장기였던 장타도 신통치 않다. 팀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박기남처럼 키스톤의 한 자리를 메울 수 있는 포지션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 이재주처럼 노림수를 바탕으로 대타로서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유형도 아니다. 장타 유망주라는 프리미엄 하나만 믿고 여러 지도자들이 기회를 줬지만 백업으로도 활용도가 떨어져 잠시 1군에 올라오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해까지 10시즌 뛰면서 510경기 소화했다. 지나치게 잦은 타격폼 수정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한다 해도 통산 타율이 0.214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통산 홈런 역시 40개에 불과하다.

배트 스피드가 느린 상태에서 스윙까지 간결하지 못해 노리던 공이 와도 제대로 정타를 치지 못하고 파울이 나기 일쑤다. 노리고 방망이를 휘둘렀음에도 공이 앞이 아닌 뒤쪽으로 크게 파울이 나는 광경은 팬들에게 이미 익숙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들어 그에 대한 팬들의 비난마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1군에는 더 이상 비교할만한 타자들이 없고 2군에서도 장타 유망주 박진두(19·좌투좌타) 등 새로운 재목들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김주형은 알루미늄 방망이의 마지막 세대다. 박석민, 최진행 등과 달리 김주형은 여전히 “나무 배트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배트 헤드를 이용해서 공을 때려내야하는데 여전히 팔 힘으로만 휘두르고 있어 힘도 많이 들어가는 데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주형은 좋지 못한 성적에도 KIA의 팀 사정상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하지만 나이도 적지 않고 젊은 거포들이 속속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방출이나 트레이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김주형으로서는 자신을 족쇄처럼 얽매고 있는 ‘거포’라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울 필요가 있다.

그는 장타자로서는 많은 약점을 노출했지만 다른 장점도 많은 선수다. 김주형은 덩치에 비해 몸이 부드러운 편이라 3루는 물론 1루까지 평균 이상으로 맡아줄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수비요정’이라는 또 다른 애칭이 붙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번트에도 일가견이 있어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최희섭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온 김주형은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NC전에서는 5타석에 들어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사사구까지 2개 얻어내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역할을 해냈다. 장타를 노리기보다는 맞춘다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가볍게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김주형은 이날 경기처럼 타격을 하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뛰어난 번트 능력을 감안했을 때 배트 컨트롤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타 욕심을 버리고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생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구안에 중점을 두고 자신의 주 공략코스를 만들어낸다면 출루율도 한층 좋아질 수 있다. 기본적인 파워는 갖추고 있는 만큼 안타가 계속 나온다면 장타는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거포 욕심보다는 ‘똑딱이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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