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벤치클리어링+사구’ 얼룩…어린이팬 안중에도 없나


입력 2015.05.28 11:14 수정 2015.05.28 17:5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최근 과도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비매너 논란

어린이팬들에게 감동은커녕 부적절한 모습만

최근 프로야구는 어린이팬들에게 차마 보여주지 못할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SBS 스포츠 화면캡처) 최근 프로야구는 어린이팬들에게 차마 보여주지 못할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SBS 스포츠 화면캡처)

어린이 야구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야할 KBO리그가 지나친 승부욕으로 그라운드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

27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는 두 차례 불미스러운 일이 마산과 대전에서 연출됐다.

먼저 NC와 두산은 해커와 오재원의 말다툼으로 인해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고, 한화와 KIA 역시 배영수의 잇따른 사구로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전개됐다.

두 사건 모두 과도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해커는 7회 오재원을 1루 땅볼로 처리, 자신이 직접 1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하지만 해커는 무언가를 외쳤고, 오재원 역시 이에 반응하며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달려 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은 그 다음이다. 두산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과정에서 해커를 향해 공이 날아들었다. 자칫 공에 맞았더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건은 장민석의 퇴장으로 마무리됐지만 공이 날아든 각도 등 정황을 볼 때 범인(?)은 따로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대전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한화 선발 배영수는 4회, 최희섭과 이범호에게 연속으로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최희섭 이전에 타석에 섰던 브랫 필에게도 위협적인 몸쪽공이 날아들었다.

KIA 입장에서 충분히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배영수는 "공이 손에서 빠졌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한화는 KIA와의 주중 3연전에서 주력 선수인 김경언과 이용규가 사구로 경기 도중 교체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게다가 김경언의 경우 검진 결과 4주 치료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현재 1위 NC와 8위 KIA의 승차는 불과 4.5경기차에 불과하며 무려 8개팀이 5할 승률을 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니 매 경기 총력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프로 선수들이라면 당연히 팀 승리를 위해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를 살펴보면 선수들의 승리 욕구가 엉뚱한 곳에서 분출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즌 초 한화와 롯데는 황재균을 둘러싼 보복성 사구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에는 경기에서 패한 kt 선수들이 분에 못 이겨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그라운드에 방망이를 던지는 믿기 힘든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프로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 팬이 없다면 프로로서의 가치를 따질 이유조차 없다. 여기에 팬이 있기에 고액 연봉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어린이팬 확보는 프로 리그가 지향해야 할 육성 정책으로 꼽힌다. 어린이날이 휴식일인 월요일일 경우, 일정을 바꿔서라도 성대하게 치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어린이 야구팬들은 승리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보복, 격분, 폭력 행위 등을 바라보고 있다. 야구를 통해 감동을 얻기는커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것만을 자의와 상관없이 체득하고 있다.

벤치클리어링에도 지켜야할 매너가 있다. 야구는 점수를 더 많이 얻느냐의 싸움이지 선수를 향해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투척하고, 누가 더 욕설을 잘 내뱉는가의 경연장이 아니다. 비매너 논란도 마찬가지다. 승리한 팀은 상대를 배려할 필요가 있고, 패한 팀 역시 패배를 받아들일 깨끗한 자세가 요구된다.

이제는 관중들도 성숙한 관전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처럼 경기장 내에서 과도하게 술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싸움이나 난동, 그라운드 난입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응원도 관중들이 한마음이 돼 즐기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선수들의 의식 수준도 이와 궤를 함께 해야 한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