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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벤치클리어링' 투수 겨냥 공 투척…야구판 책임감 실종


입력 2015.05.28 07:11 수정 2015.05.28 09:5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두산-NC]장민석, 투수 해커에게 공 던지며 돌진

사회적 책임감 있는 프로야구판 도 넘은 폭력행위

오재원과 해커의 언쟁으로 촉발된 두산-NC 벤치클리어링은 장민석의 퇴장으로 연결됐다. ⓒ 연합뉴스 오재원과 해커의 언쟁으로 촉발된 두산-NC 벤치클리어링은 장민석의 퇴장으로 연결됐다. ⓒ 연합뉴스

승부의 세계에서 신경전은 비일비재하다.

기싸움에서 밀리거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다보면 가끔 분위기가 과열되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동업자 의식이 없다면 스포츠가 아니라 패싸움에 불과하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NC전이 열린 27일 마산야구장에서는 그 선을 넘어선 행위가 나왔다. NC가 7-1로 크게 앞선 7회초 두산 오재원과 에릭 해커 언쟁에서 비롯된 양팀의 충돌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다.

앞선 타석에서 오재원이 해커의 와인드업 동작에서 타임을 신청했고 이것이 해커의 신경을 건드렸다. 해커는 공을 포수 뒤로 던지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상황에서 해커는 오재원을 1루에서 아웃시킨 뒤 '타석을 지켜라'라며 직전 타임을 신청했던 오재원을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격분한 오재원도 해커에게 달려들며 분위기가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규정상 투구동작에서 타임을 부른 오재원이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트래쉬 토크를 던진 해커나 모두 일정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야구 게임 가운데 있을 수 있는 신경전의 범위내 있었다. 이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특히, 양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 두산 더그아웃 방향에서 한 개의 공이 해커 쪽으로 날아왔다. 그 와중에 해커도 놀랐다.

공을 던진 선수는 이날 출전하지 않았던 두산의 장민석으로 밝혀졌다. 공은 해커의 몸에 맞지 않고 옆으로 비껴갔지만 자칫 정통으로 맞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야구에서 상대 선수에게 공을 던지는 행위는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폭력행위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간혹 빈볼을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나름의 룰이 있다. 투수에게 빈볼을 던지는 경우는 없다. 아무리 감정싸움이 벌어졌다고 해도 상대 선수를 향해 공을 투척하는 행위는 야구장의 금기를 어겨도 한참 어긴 것이다.

장민석은 벤치클리어링이 진정된 이후 심판으로부터 비신사적인 행동에 따른 퇴장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찜찜함은 남았다.

일부 야구팬들은 장민석이 아닌 다른 선수가 공을 던졌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어디서 공이 날아왔는지 심판들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중계화면에도 잡히지 않았다. 장민석이 다른 주전급 선수를 대신해 혼자 뒤집어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최근 프로야구가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적인 책임감이 부각되면서 예전만큼 과격한 신경전이나 몸싸움은 줄어드는 추세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져도 웬만해서는 서로 다독이며 큰 싸움을 말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데 이날 두산과 NC의 벤치클리어링은 동업자의식이나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길거리 싸움을 연상케 했다.

노골적인 폭력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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