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용철 해설위원 '편파 딱지'에 비친 그림자


입력 2015.05.27 09:03 수정 2015.05.28 07: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기계적 균형과 객관성 강조로 해설자들 소신 발언 어려워져

특정팀 입장에서 편파여부 따지기 보다 다양한 관점 수용해야

지난 23일 이용철 해설위원의 발언을 놓고 '편파해설'과 '소신해설'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KBSNSPORTS 캡처). 지난 23일 이용철 해설위원의 발언을 놓고 '편파해설'과 '소신해설'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KBSNSPORTS 캡처).

KBSNSPORTS 이용철 해설위원은 지난 23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kt위즈전 중계 도중 소신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한화가 6-1 앞선 가운데 9회 도루와 연이은 투수교체를 두고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한화 벤치를 향해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경기 직후 kt 주장 신명철 등 양팀 선수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는 프로야구의 '불문율'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이용철 해설위원의 ‘돌직구’ 발언도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용철 해설위원의 발언을 놓고 '편파 해설'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객관성을 지켜야할 해설자로서 균형을 잃고 한쪽 입장에서만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잘못인가" "한화이글스 사정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해설자로서 할 말을 하는 것은 소신"이라고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KBO리그 중계와 관련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시청자들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야구 정보와 지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팬들의 수준 또한 높아졌다. 과거에는 중계방송하는 캐스터나 해설자가 알려주는 정보들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나름의 지식과 안목을 지니고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만큼이나 이제는 시청자들이 '야구 중계의 수준'에 대해서도 품평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해설자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면서 가장 힘들어진 것은 바로 해설자들이다. 말실수라도 한 번 하면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고, 자칫 잘못하다간 수준 미달로 낙인 된다.

특히, 해설자들에게 민감한 부분이 바로 '편파 해설' 논란이다. 해설 중 한 쪽에 치우친 느낌을 주는 언급이 나오면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최근 이종열 해설위원은 롯데-한화전 도중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현역 시절 특정 구단이자 지역 출신인 야구인들이 해설을 맡을 경우, 이런 의혹을 받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기계적인 균형이나 객관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심해지면서 오히려 해설자들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부작용이다.

해설위원의 역할은 야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냉철하고 예리하게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민감한 부분도 있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해설자의 소신이나 판단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편파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하면 해설자들은 점점 민감한 부분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워하게 되고, 결국 뻔한 이야기밖에 할 수 없게 된다.

사실 국내 야구에서 해설위원들은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어느 정도 야구계 중견이나 원로급 경력의 베테랑 해설위원들은 조금 낫지만, 은퇴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야구계 현안이나 특정팀에 민감한 얘기가 나오면 조심스러워한다. 극성스러운 팬들의 반응도 무섭지만,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야구계에서 자칫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하루아침에 불편한 사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설은 해설일 뿐이다. ‘잘한 건 잘했다'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해설자의 역할이다. 해설자가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굳이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특정팀 입장에서 편파 여부에 집착하기보다 해설자의 다양한 관점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경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