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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파문]감독 승부조작, 얼마나 치명적일까


입력 2015.05.26 15:12 수정 2015.05.26 16:2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선수, 심판보다 감독의 승부조작 개입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선수, 심판보다 감독의 승부조작 개입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프로농구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2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창진 감독은 부산 kt를 지휘하던 2014-15시즌 승부조작에 관여해 자신의 팀이 대패하는 쪽에 돈을 건 혐의를 받고 있다. 배팅 사이트 역시 정상적인 경로가 아닌 불법도박사이트로 추정된다.

아직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았고 어디까지나 ‘혐의’일 뿐이지만 경찰은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프로농구연맹(KBL) 역시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발 빠르게 입장을 내놓을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종목을 불문하고 정정당당, 즉 페어플레이(Fair play)를 원칙으로 둬야 한다. 이 기본적인 명제를 지키지 않으면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 그들만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

승부조작이 이뤄지는 이유는 역시나 돈 때문이다. 사실 스포츠는 돈(내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대 로마 검투사들이 생명을 건 승부를 겨룰 때부터 내기가 이뤄졌고, 근대 사회로 넘어오며 스포츠의 개념이 정착되자 베팅의 규모도 함께 덩치를 부풀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더욱 다양한 베팅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보다 많은 돈을 챙기고 싶은 욕구는 불법 베팅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불법 베팅 사이트만 하더라도 국민체육공단이 공식 운영하는 토토 및 프로토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항목을 선택할 수 있고, 배당률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그만큼 돈을 잃게 될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반칙이 개입된다면 어떨까. 당연히 돈을 딸 확률은 크게 올라간다. 그것이 바로 승부조작이다.

승부조작은 선수 또는 심판, 그리고 감독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극소수의 인원이 일을 저지를 수도 있고 메이저리그의 블랙삭스 스캔들처럼 팀 전체가 조작에 개입할 수도 있다. 승부조작이 성공하려면 실수인 듯 실수 아닌 실수 같은 고도의 연기력이 따라야 한다.

사실 선수가 승부조작에 성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는 선수 1명이 승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심판 역시 눈에 띌 정도로 결정적 오심을 범할 리 만무하다. 또한 최근에는 각 종목에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판정 번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독이라면 다르다. 선수 선발권이라는 고유의 권한은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이스급 선수를 기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댈 수 있는 핑계는 많다. 특히 소수의 선수들이 좁은 코트에서 경쟁하는 농구의 경우, 감독의 지배력은 야구 또는 축구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농구사에 큰 획을 그었던 강동희는 원주 동부 감독 시절이던 2011년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총 4경기에서 주전선수 대신 후보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이로 인해 실형이 선고됐고, KBL은 고민 없이 영구제명이라는 단죄를 내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피트 로즈의 승부조작이 유명하다. 신시내티의 전설로 남는 듯 보였던 로즈는 현역 시절 4256안타라는 역대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였지만 감독 시절 승부조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당연할 것 같았던 명예의 전당 입성은 영구제명으로 인해 투표에 조차 오르지 못했고, 지금까지 눈물로 사죄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로즈를 동정하지 않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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