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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입력 2015.05.26 11:48 수정 2015.05.26 12:02        이슬기 기자

당 갈등 수습 책임자이자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 침묵

'친노-비노' 갈등 불씨 타올라도 '유체이탈 화법'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경제정책심화과정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경제정책심화과정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또’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계파 갈등으로 인한 내홍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건호 씨의 ‘김무성 비난 발언’이 일파만파 번졌지만, 정작 문 대표가 손을 놓고 있어서다.

노 씨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노 씨의 발언은 곧바로 ‘친노 대 비노’ 갈등으로 격화됐다. 박지원 의원 등 당내 비노계는 물론, 고종석 작가 등 외부 인사들까지 “상주가 추모객에게 예의는 지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배우 문성근·명계남 씨는 “김 대표의 방문은 예의에 어긋난 짓”이라며 노 씨를 옹호하는 한편 비노계 인사들을 겨냥해 “새누리에 질질 끌려다닌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노계 일각에서 노 씨의 연설문을 두고 ‘친노 배후설’을 제기하며 기름을 부었고, 친노 인사들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을 연상케 하는 코미디”라며 즉각 반발하는 등 SNS 상에서도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최근 혁신위원회 등으로 계파 갈등을 수습하려던 지도부의 노력에 처음부터 김이 빠져버린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같은 ‘난리’가 벌어진 지 3일이 지나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당시 다소 당황한 표정의 김 대표가 “(노건호 씨 발언을)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도 몰랐다’는 취지의 답을 건넸을 뿐, 추후 어떠한 공식적 발언도 없었다.

그간 회자됐던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또다시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노 씨의 발언은 단순히 연설내용 자체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당내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현 혼란국면을 추스르는 책임자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본인이 손사래를 쳐도 친노계의 수장이며 전직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지냈음을 인지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유족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갈등의 불씨를 수습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냈어야 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종걸 원내대표가 먼저 나서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문 대표가 발언할 틈을 열어줬지만, 문 대표는 이후에도 자신과는 별개인 양 “몰랐다”는 말 외에는 당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런 유감 표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연일 비판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몸소 보여준 격이다.

문 대표의 이같은 대응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하겠다”며 회의석을 박차고 나갔지만, 대표로서 정 최고위원의 막말과 주 최고위원의 돌발 행동에 대해 아무런 훈계도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 특히 사건 발생 5일만에 정 최고위원에 대한 ‘최고위 출석 정지’ 결정을 내리며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논란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으나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문 대표 역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유족 측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에서 언급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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