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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혁신위지 손에 피묻혀야..." 김상곤 예고된 독배?


입력 2015.05.25 12:09 수정 2015.05.25 12:24        이슬기 기자

내홍 수습 녹록지 않고 계파별 공격 난무, 향후 정치 행보에도 악영향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내홍 수습책으로 ‘김성곤 카드’를 내놨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고립 문제는 물론,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독배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표와 오찬을 함께 한 김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회견을 통해 “누군가 ‘위원장 자리는 독배나 다름없다. 혁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 역시 “아주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일을 맡는 어려운 결단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혁신위원회의 혁신 소관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제약은 거의 없는 셈”이라며 혁신위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짊어지게 될 계파 갈등 문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당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 추모식에서부터 불협화음이 터져나왔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일부 추모객들이 최근 친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향해 욕설과 물세례를 퍼부었다. 당내 친노와 비노 간 갈등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추모식에 참석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로부터 공식적인 비난을 듣자, 친노 인사들은 노 씨를 추켜세우는 동시에 비노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배우 명계남 씨는 자신의 SNS에 “항상 새누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자기 살겠다고 동료들까지 죽이는 데 혈안이 된 야당 정치인들, 오늘 노건호 씨에게서 한 수 배웠나”라며 비노계를 정면 겨냥했다.

이에 김 전 공동대표는 다음날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노 패권정치의 청산은 친노의 좌장인 문 대표의 결심에 달린 일”이라며 “우리당에는 친노와 ‘친노가 아닌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먼저 비노가 된 것이 아니라 먼저 친노가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비노가 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당초 혁신위원장직을 제안받았다가 고사한 안철수 공동대표까지 혁신위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문 대표가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당 수습에 대한 지원을 약속 받고 “19일 회동에서 안 전 대표, 박 시장과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이른바 ‘전직 대선주자군’의 지원 모임을 설명했지만, 정작 안 전 대표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 명확한 역할 규정이 없으면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계파 갈등의 연장선인 ‘인선’ 문제도 골칫거리다. 혁신위 구상 초기부터 조국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추천했던 친노계는 “조 교수가 빠진 혁신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조 교수가 혁신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비노계는 “친노 색채가 너무 강해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며 조 교수의 혁신위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상곤, 정치력 발휘할 수 있겠나” 회의론도 제기

“지난번 6.4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선에서부터 졌던 분이다. 말이 혁신위지, 손에 피 묻혀야 하는데 그런 분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나.”

‘김상곤호’ 출항 직후 비노계 한 핵심 당직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도 안하겠다, 조국도 안하겠다, 결국 돌고돌아 김상곤을 앉힌건데, 무슨 칼자루를 쥘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혁신위의 개혁이 결국 인적 쇄신과 직결되는 만큼,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딛고 공천 개혁을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혁신위원장직에 대해 “어느 분이 오든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 교수가 앞서 제시한 ‘4선 이상 의원 용퇴 또는 적지 출마 및 현역 의원 40% 이상 교체’안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동의를 표하는 등 혁신위원장에게 강력한 카리스마가 요구되고 있다.

비노계 의원실 한 관계자 역시 “진짜 개혁을 할 거면 아예 조국이 위원장을 맡아서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하다가 결국 친노가 엎드려지고, 새로운 세력이 이기는 모양새를 보여줘야 총선에서도 그나마 가망이 있다”며 “막말로 김상곤이 손에 피를 묻히겠나 뭘 하겠느냐. 솔직히 당 경험도 적은 위원장이 강하게 개혁을 단행할 수가 없다”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극심한 내홍 속에 뒤섞이면서 김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요구에 따라 결국 공천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혁은커녕 각 계파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사실상 끌어내림을 당하는 모양새로 막을 내릴 거란 추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원내 복귀를 노리는 김 위원장의 정치 가도에도 독배로 작용케 된다.

이에 대해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김 전 교육감이 보여준 그간의 행보를 볼 때, 혁신위원장으로 얼마나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사실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공천 문제 등 인사혁신 과정에서 각 계파 간 싸움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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