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야구 여신' 송지선 아나운서를 기억할 시간


입력 2015.05.23 08:35 수정 2015.05.24 07:35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스캔들로 인한 잡음, 2011년 스스로 목숨 끊어

'야구 여신' 잊지 않는 게 송 아나에 대한 예의

송지선 아나운서는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전달하고 싶었다. ⓒ MBC 스포츠플러스 송지선 아나운서는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전달하고 싶었다. ⓒ MBC 스포츠플러스

5월 23일은 매년 돌아오는 날짜다. 하지만 지나 버린 시간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 4년 전인 2011년 5월 23일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팬들은 2011년 5월 23일 '야구 여신'을 떠나보냈다. 돌아올 수 없지만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바로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다.

4년 전 이날은 송지선 아나운서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날이다. 야구를 좋아했던 제주도 소녀는 야구를 말하고 전달하겠다는 꿈을 이뤘으나 오래 누리지 못했다. 그녀의 야구는 야구장 안에서 치고 달리는 일이 벌어질 때만 따뜻했다. 야구장 밖에서는 오해와 추측이 뒤엉킨 채 불편한 시선이 한순간에 물밀 듯 날아왔다.

부적절한 선택 모두가 그녀의 몫이었다고 볼 수 없다. 송 아나운서는 자신을 조여 오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 앞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당시 의식 있는 몇몇 집단에서는 대중의 마녀사냥을 비판하기도 했다. 속보에 열을 올린 일부 언론들의 확인도 되지 않은 베껴 쓰기와 SNS 활동을 위시한 몇몇 네티즌들의 추측도 송 아나운서를 압박했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제주 MBC'와 'KBS N 스포츠'를 거쳐 2010년 3월부터 'MBC ESPN(현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했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과 더불어 오랜 기간 야구를 사랑했던 진실한 마음이 해박한 지식으로 연결됐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도 받았다. 최근 미디어에서 우후죽순 쓰고 있는 '야구 여신'의 원조이기도 했다. 함께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했던 김민아 아나운서(현 SBS 스포츠)와 잡지 화보를 찍는 등 남성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야구는 송 아나운서에게 차갑게 다가왔다. 특히 2011년 5월 7일 송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장문의 글이 올라오면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수도권 모 구단 A 선수와의 일화였다.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글이라 파장이 컸고, 송 아나운서가 직접 썼는지 여부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이에 대해 송 아나운서는 자신이 쓴 글이 아니며 평소 알고 지내던 A 선수 여성 팬이 자신의 집에 놀러 왔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빨라지던 시기였다. 이 사건과 관련한 가십거리가 중구난방으로 날뛰었다. 이때부터 송 아나운서의 트위터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급기야 예전 남자친구가 송 아나운서를 향한 비난 글을 올리는 등 혼란은 가중됐다. 논란 속에 송 아나운서가 ‘베이스볼 투나잇 야’에서 하차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각종 추측은 멈추지 않았고, 송 아나운서는 억울함을 주장했다. 결국 송 아나운서는 ‘오마이뉴스’ 곽진성 기자와 인터뷰서 "A 선수와 1년 넘게 교제 중"이라고 밝혔다.

충격은 A 선수와 소속 구단 측이 이를 부정하면서 부터다. 여론은 다시 송 아나운서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끝을 알 수 없는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끝내 송 아나운서는 모든 복잡함에서 벗어나길 바랐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다.

여론의 비난으로 궁지에 몰린 송지선 아나운서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 데일리안 스포츠 여론의 비난으로 궁지에 몰린 송지선 아나운서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 데일리안 스포츠

야구를 좋아했던 소녀의 못다 이룬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안타까운 사건은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세상은 빨랐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은 일에 책임론을 운운하는 것도 더는 의미 없는 것처럼 돼버렸다.

언급 자체가 송 아나운서를 둘러싼 지인들과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만 할 뿐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잘잘못을 얘기하는 것 또한 저마다의 해석이 있을 것이며 또 다른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이 있다. 송 아나운서가 그토록 사랑했던 야구만큼은 이 아픔의 책임에서 발 뺄 수 없다는 것이다. 야구는 사람이 한다. 그래서 더 잊혀선 안 된다. 이는 야구와 함께 호흡했던 사람에 대한 야구 전체의 예의이기도 하다.

여전히 송 아나운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대문에는 '저와 함께 가요. 가슴 뛰는 야구장으로. 그 덕아웃으로. 심장이 뛰는. 그 흥분 속으로'라는 글이 남아있다. 안타까운 선택이 일어나기 한 달여 전인 2011년 4월2일에 쓰인 글이다. 그때 분명 송 아나운서는 야구로부터 날아들 배신감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눈길이 가는 글이 있다. 이보다 앞선 2010년 4월 1일 '카메라를 통해 전해지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썼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어 자꾸만 읽게 된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기사 모아 보기 >
0
0
임정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