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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높이로 11층을?…'합성보'의 마법


입력 2015.05.24 09:00 수정 2015.05.24 09:48        박영국 기자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의 장점 동시에…강재물량 절감, 층고 축소 효과

옛 포스코A&C 사옥. 합성보를 사용해 층고를 낮춤으로써 규정상 10층으로 제한된 건물을 11층 높이로 지었다.ⓒ포스코 옛 포스코A&C 사옥. 합성보를 사용해 층고를 낮춤으로써 규정상 10층으로 제한된 건물을 11층 높이로 지었다.ⓒ포스코
서울 강남구 선정릉공원 근처 옛 포스코A&C 사옥은 주변 문화재 경관에 따른 고도제한 규정으로 원래 건물 높이가 10층으로 제한됐었다. 하지만 지금 이 건물은 11층으로 지어져 있다. 규정을 위반한 것일까?

규정 위반은 아니란다. 각 층별 층고를 낮춰 십시일반 확보된 높이로 한 층을 더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실공사일까? 그것도 아니란다. 층고를 절감하면서도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바로 건축 분야에서 빠르게 수요가 성장하고 있는 ‘합성보’다.

합성보와 합성기둥은 강재와 콘크리트의 장점을 극대화해 성능을 향상시킨 구조 시스템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합성보·기둥 제작용 강재 소요량은 2013년 3만7000t 수준에서 올해 5만t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철골조 건축물 중 합성보와 합성기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적 시장규모는 17만t에 이르러 향후 강건재 대표 제품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보(girder)는 기둥과 기둥에 연결돼 건물의 바닥판을 받쳐주는 수평재다. 합성보는 건축 현장의 시공 효율 향상을 위해 강재와 콘크리트를 혼합해 제작하는 수평 골조로, 기존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의 구조적 장점을 하나로 모았다.

합성보의 장점은 크게 경제성과 시공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합성보는 강재와 콘크리트의 구조적 합성으로 강재물량 사용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다.

포스코는 자사에서 개발한 솔루션으로 합성보를 적용했을 때 강재 물량을 종전에 비해 20%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고강도 월드프리미엄 특화 강종을 이용하면 40% 가까운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옛 포스코A&C 사옥의 예와 같이 강재와 콘크리트의 합성구조 디테일 개발기술로 층고를 10~20%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합성보의 장점 중 하나다. 층고가 줄어드는 만큼 마감소재 물량이 감소되고 건물의 층수를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철근콘크리트를 적용한 공정과 비교해 거푸집, 지지대 설치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현장 작업이 용이하고 건축공기가 절감되는 등 시공성 향상에 유리하다.

현재 합성보는 보와 보 사이 간격을 넓게(long-span) 짓는 물류센터와 쇼핑몰, 층고 절감이 필요한 사무용 건물, 주차장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합성보, 합성기둥 개발 현황.ⓒ포스코 합성보, 합성기둥 개발 현황.ⓒ포스코

수평재인 합성보와 대비되는 수직재로 ‘합성기둥’도 있다. 원래 합성기둥은 H형강과 철근콘크리트를 합성한 기둥인 SRC(Steel Reinforced Concrete)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SRC로 건축할 경우 복잡한 현장철근 배근 작업과 외측에 거푸집을 설치하는 작업, 콘크리트 양생 후 거푸집을 제거하는 작업 등을 거치므로 시공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같은 단점을 극복한 기술이 강관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CFT(Concrete Filled Steel Tube) 합성기둥이다.

1990년대 후반 고강도 소재 보급이 확대되면서 포스코와 강구조학회 연구진의 기술개발로 CFT 합성기둥이 건설현장에 보급됐고, 큰 호응을 얻었다. 강관 내부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부 콘크리트 균열에 의한 탈락 등 SRC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즉, 강관 내부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해도 외측에서 강관이 구속하기 때문에 전체 내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내력 상승으로 SRC 구조보다 기둥 사이즈를 20~30% 축소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높다. CFT 합성기둥은 거푸집 공정 생략 등을 통해 공사비를 철골 구조보다 35~50%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안전성 측면에서는 철골, 철근콘크리트 기둥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에서도 CFT 합성기둥을 사용한 건축물들은 거의 피해사례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규모의 건축물 특성에 맞춘 기존 CFT 합성기둥에서 강관 제작성을 개선한 ‘ACT-Column’과 지하층 공사 효율을 높이는 ‘PosCOL’ 등의 기술이 개발돼 많은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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