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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이 새정치연에서 손에 피를 묻힌다고?


입력 2015.05.24 09:36 수정 2015.05.25 12:47        이슬기 기자

안철수 거부한 혁신위원장 내정에 막판 고심중

당내 일각 "경선에서부터 진 사람이 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좌)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우)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좌)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우)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22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당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인선하는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면서 내분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갈등 양상이 극심한 만큼 혁신위의 순항 여부는 미지수다.

일단 위원장 인선 단계부터 혼란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안 전 대표가 추천한 인사이자 SNS를 통해 “문 대표는 육참골단하라”며 계파 타파를 촉구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고개를 돌렸다. 이에 다급해진 문 대표가 급히 나선 끝에 가까스로 ‘김성곤 카드’를 건진 셈이다.

문제는 안 전 대표가 위원장직을 고사하는 과정에서 문 대표가 내민 손을 뿌리친 모양새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후 문 대표의 ‘SOS 요청’에 전직 대표단 등 상임고문 대부분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데 이어, 계파주의 타파를 위해 출범시킨 혁신기구에 대한 내부 반응마저 시원치 않음을 반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뿐이 아니다. 현재 계파 갈등과 문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혁신위가 실제 수행할 수 있는 개혁의 범위와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한길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와 기자간담회에서 혁신기구의 실효성에 ‘태클’을 걸자, 이용득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그런 말하는 분이야말로 잘한 게 하나도 없다”며 정면충돌키도 했다.

일각에서 최근까지 위원장직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던 안 전 대표가 막판에 김 전 대표의 ‘혁신위 회의론’으로 기울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 계파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대표의 연대책임이나 이렇다 할 구속력 없는 혁신위원장직을 맡았다가, 각 계파로부터 공격만 당하고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병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기구가 만약에 실패하면 문 대표도 책임지고 직을 걸어야 한다”며 “어차피 혁신 결과에 대해 궁극적으로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연대책임 없는 혁신위원장직에 홀로 놓였다가는 당내 비판만 받고 내려오게 된다는 것이다.

"'막강한 카리스마' 요구되는데…" 회의론 솔솔

여기에 김 전 교육감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도 회자된다.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광주 출신인 김 전 교육감이 호남의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데다 안 전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인 만큼 당내 모든 계파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선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김 전 교육감이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당 일각의 시선이다. 실제 조 교수가 제시한 ‘4선 이상 의원 용퇴 또는 적지 출마 및 현역 의원 40% 이상 교체’안에 대해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이 동의를 표하고 나서는 등 혁신위원장은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어느 분이 오시든지 혁신위원장을 맡는 분은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며 “조 교수 주장처럼 강한 야당,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다른 여러 교수님들이 지난해 내게 이러한 요구를 했었는데 내가 이것을 밖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김 전 교육감이 경선에서 패한 경험을 언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엇보다 지선 때 당내 경선에서부터 졌던 분이다. 지금 들어와서 칼을 쥘 수 있겠나”라며 “안철수도 안하겠다, 조국도 안하겠다, 대표가 돌고돌아 어쩌다 김상곤을 앉히긴 했지만 솔직히 위원장이 뭘 할 수 있을거라 보나”라고 되물었다.

비노계 의원실 한 관계자 역시 “아예 조국이 위원장을 맡아서 자기들끼리 피 터지게 치고박고 하다가 결국 신진 세력이 이기는 모양새를 보여줘야 다음 총선에서도 가망이 있다”며 “그게 아닌 이상, 이미 창고에 쌓이고 쌓인 개혁 보고서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좋은 말들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전 교육감은 전날 밤 문 대표와 만나 혁신위원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혁신위 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변 상황 정리 및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김 전 교육감의 요청에 따라 공식 발표는 미뤄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이 좀더 숙고하고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혁신위원장을 맡아주실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김 전 교육감께서 확답을 주는 시간이 이번 일요일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주 안에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일정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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