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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에 물뿌리고 대통령 욕한건 5.18이 아니었다


입력 2015.05.19 12:36 수정 2015.05.19 12:43        광주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나가라" 선동 사회자 아닌 좌파단체 회원

결국 행사준비위 측서 사과…진정한 5.18 행사 였는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민주대행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민주대행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민주대행진에서 한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8인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민주대행진에서 한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8인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선거쿠데타 민주파괴, 박근혜정권 퇴진하라'고 씌여진 전단지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선거쿠데타 민주파괴, 박근혜정권 퇴진하라'고 씌여진 전단지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금남로는 전야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이 곳에서 부각된 것은 5·18 광주정신 대신 세월호를 들먹이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단체의 목소리였다.

이날 오후 금남로에는 경찰추산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5·18 민중항쟁 35주년 기념행사위원회(이하 35주년 행사위)의 주최로 민주대행진과 전야제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파로 전야제를 취소한 지 2년 만에 열린 가운데 대규모 희생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세월호 유가족들도 대거 참석해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본격적으로 전야제가 시작되기 전, 금남로 일대는 광주시민의 축제처럼 느껴질 만큼 들뜬 분위기였다. 주먹밥 나눔행사, 민주·인권 음악제 등의 행사는 5월 정신을 되새기며 의미를 기리되 과거의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밝은 느낌의 민주주의 시민축제로 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이 중심이 돼 이뤄지던 민주대행진 대열에 노란색 상의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 수십명이 합류한 이후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란색 상의를 걸친 한 명은 문 대표를 향해 다가가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을 폐기하라”고 강하게 소리쳤다. 자칫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현장 관계자들이 육탄 방어에 나섰고 항의자 역시 물러나지 않으며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혼란을 틈타 일행 중 한 명은 문 대표 쪽을 향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반대하는 전단 수 십장을 던졌다. 전단에는 ‘무너지는 대한민국’이라는 글귀와 함께 ‘세월호 사고가 교통사고면, 그 교통사고에 해경을 해체한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었다. 5·18 전야제에서 강조될 전단은 분명 아니었다.

또한 다른 무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의 탈을 쓰고 나타났고 그 부근에 있던 한 사람은 ‘박근혜 대선자금 수사하라. 박근혜 도둑X 물러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계속되는 5월 광주정신 반하는 행동, 결국 준비위 측에서 유감 표명

이후 본격적인 전야제가 시작됐지만 순수한 5·18 광주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은 계속 나왔다. 무대에 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나가라며 공격적인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람은 무대를 향해 앉아 있는 수천명의 사람을 향해 “지금 이 무대 앞에 김 대표가 와 있다. 금남로의 불청객 되지 말라고 했는데 온 이유가 뭔가”라며 “신성한 금남로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어찌 올 수 있나. 뒤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있다. 좋은 말 할 때 나가라”고 외쳤다. 이 말에 참석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대중은 “김무성 나가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항의에도 몇 분간 움직이지 않던 김 대표는 주변에 자리한 시민들이 “당신이 사람이냐. 세월호법 무력화시켜놓고 무슨 낯으로 왔느냐”고 거세게 몰아붙이자 결국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한 시민이 뿌린 물세례에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사실상 한 사람의 선동으로 인한 대중의 집단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초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사람은 행사 진행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35주년 행사위의 입장을 대변한 것도 아니었다. 이날 행사는 공식 진행자 없이 정해진 식순에 따라 진행됐으며 김 대표를 쫓아낸 사람은 광주진보연대 소속 김모 씨로 전해졌다. 김모 씨는 35주년 행사위에도 소속돼있다.

이와 관련 행사위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현장이 너무 혼란스러워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는 상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모 씨는 이날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거센 말을 뱉었고, 김 대표 퇴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당시 김 대표의 근거리에 있던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5·18 유가족은 김 대표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김 대표가 안전하게 나갈수 있도록 길을 잘 터달라고 다른 언론과 사람들에게 호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작 행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5·18 유가족들이 원치 않는 행동을 한 사람이 주도해 이끈 것이다.

또한 35주년 행사위측도 김 대표에게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위 관계자는 18일 오전 문 대표를 만나 전날 김 대표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주최 측이 아닌 출연자 중 한 사람의 돌발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문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 전야제가 반정부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김 대표가 떠난 이후 진행된 행사에서는 5·18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에 앞서 행사장에는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부스를 설치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세월호 아이들의 밤’이라는 주제로 작품 전시가 진행되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드높인 숭고한 희생정신의 표본이며 이것을 기리는 기념행사는 자유민주주의의 빛을 밝혔던 광주의 얼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장 동력이 되길 바라는 목적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 기념행사는 본질에서 벗어나 반정부집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세월호를 들먹이며 5월 광주정신을 기념하러 온 정치인을 향해 돌진하려 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국가의 수장을 향해 ‘도둑X’이라고 욕설을 퍼붓고 집권여당의 대표에게 ‘좋은 말 할 때 나가라’며 협박을 하는 장면을 5·18 기념행사에서 보는 것을 이해할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25년이 흘렀지만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정착될 때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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