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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아주공갈 염소X은 십원에 열두개랍니다


입력 2015.05.09 10:37 수정 2015.05.09 12:26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동료의원에 막말, 선거 패배엔 '네탓'만

개콘 봉숭아학당은 웃음 줬지만 야당 최고위는 조롱만

8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 비난 발언으로 언쟁을 벌이다 최고위원 사퇴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8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 비난 발언으로 언쟁을 벌이다 최고위원 사퇴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장면이 제1야당 최고위원회에서 나왔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는 그야말로 ‘봉숭아학당’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수준이었다. 취재진으로 가득찬 공식 석상에서 같은 당 의원들끼리 “공갈친다”며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제1최고위원이 말 한마디로 최고위원직을 걷어찼고, 헐레벌떡 따라가는 대표를 뒤로한 채 또다른 의원은 ‘봄날은 간다’는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나홀로’ 봄날에 취했다.

이날 사태의 시작은 ‘일주일간 묵언’을 공언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의 ‘나홀로’ 광주 방문을 비판하기 위해 또다시 친노 책임론을 거론하면서부터다. 주 최고위원은 “당내 패권주의 혁파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최고위원도 모르는 일이라면 당원들이 알 리 만무하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해결을 위해 모든 사안을 공개로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나서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공격했고, 직격탄을 맞은 주 최고위원은 상기된 얼굴로 “치욕스럽다”라며 문 대표의 만류도 뿌리친 채 “사퇴하겠다”는 말을 던지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같은 난리통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경로당을 방문해 노래를 불러드렸다며 한껏 목청을 돋웠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득표 순서에 따라 발언한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최고위원이 먼저 발언할 권리를 얻는다. 새정치연합이 구호처럼 외쳐온 가치는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인 만큼, 유권자가 ‘한 표’로 맡긴 책임의 무게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장 많은 당원들이 책임을 맡긴 주 최고위원에게서 이같은 무게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날 정 최고위원을 향해 “그런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제1최고위원직을 ‘당원들의 대표’로 인식했다면, 재보선 전패와 탈당 바람 속에서도 당에 남아있는 당원들을 대신해 끝까지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 제1최고위원의 말 한마디가 당의 단합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건 강조할수록 사족이다.

동료 의원들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재보선 직후부터 수차례 사퇴론을 내세우며 입장을 번복하는 주 최고위원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당원들이 투표로 ‘책임’을 맡긴 최고위원직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지도부 자리에 연연할 생각도, 미련도 없다”는 전병헌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경솔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책임의식의 부재는 ‘품위’의 부재로도 이어졌다. 당원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서 상대 의원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당 대표는 물론 신임 원내대표와 취재진으로 가득찬 공식 회의 석상에서는 쓰지 말아야 할 단어조차 구분 못하는 정 최고위원의 말 속에는 어떠한 무게도, 품위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막말’로 지도부를 난감하게 했던 적 역시 처음이 아니다.

재보선 직후에도 새정치연합 최고위에는 ‘네 탓’만 난무할 뿐, ‘내 탓’은 없었다. 주 최고위원은 선거 후 첫 회의부터 패배 원인을 ‘친노 패권주의’로 규정한 뒤 “당대표가 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준다고 했는데 취임 이후 친노가 무슨 불이익을 받아느냐”며 문 대표에 책임을 돌렸고, 유 최고위원도 “나는 들러리였다. 마지막까지 광주에서 무공천을 주장했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며 에둘러 발을 뺐다.

이에 추미애 최고위원이 나서 “전당대회 이전에 일찌감치 경선 공고를 냈는데, 그땐 어느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남탓 공방에 일침을 가했고, 당시 유 최고위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벌어진 일련의 사태 안에 새정치연합의 문제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며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조만간 외부기관과 함께 재보선 패인 분석작업에 돌입하겠다는 지도부의 계획이 아무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봉숭아학당에는 웃음이 있고, 주말 예능에는 풍자라도 있으며, 막장드라마에도 해피엔딩이 있는데, ‘새정치연합판 봉숭아학당’에는 끝없는 추락만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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