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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봉인’ 파퀴아오, 메이웨더에 통하지 않은 이유


입력 2015.05.03 20:35 수정 2015.05.04 09: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장점 부각 보다는 상대 맞추려다 오히려 역공

메이웨더, 레프트 잽 위주 견제 전략 주효

파퀴아오의 오른손 위주 공격은 메이웨더에 통하지 않았다. ⓒ 게티이미지 파퀴아오의 오른손 위주 공격은 메이웨더에 통하지 않았다. ⓒ 게티이미지

8체급 석권에 빛나는 아시아 역대 최고 복서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가 더 큰 전설의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파퀴아오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서 열린 'WBA, WBC,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매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의 맞대결에서 심판전원일치로 판정패, 시대의 1인자가 되는데 실패했다.

메이웨더와 살아온 환경, 그동안의 행보 등에서 극과 극을 이루는 파퀴아오의 가장 큰 패인은 본인의 스타일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파퀴아오는 전형적인 사우스포다. 당연히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들은 왼손에서부터 파생되고 결정된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만큼 강력한 사우스포와 많이 싸워보지 못했다. 전력에서 살짝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변수를 기대했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사우스포와 오소독스는 다른 앞 손으로 마주하기에 서로가 까다롭다. 그들의 앞 손은 일차적인 방어도구이자 가장 위협적인 공격무기가 될 수도 있다. 특급선수들끼리 붙었을 경우 서로의 시야 바깥에서 앞 손 공격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소성적인 측면을 감안했을 때 사우스포가 좀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를 맞아 뜻밖의 오른손 무기들을 준비했다. 상대가 자신의 사우스포 테크닉에 경계를 하고 있는 사이 라이트를 통해 흔들어놓을 심산이었다. 실제로 경기 초반 큰 궤적으로 휘둘러대는 라이트훅은 메이웨더를 잠깐씩 움찔하게 했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가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장기인 짧고 정확한 라이트 훅을 노렸는데, 파퀴아오는 한 수 더 떠 역카운트를 시도하는 등 두 선수의 수 싸움은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됐다.

문제는 파퀴아오가 너무 신중했다는 점이다. 라이트 전략을 준비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평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허점을 노려야만 메이웨더를 당황시킬 수 있다. 그러나 파퀴아오는 평소의 적극적인 레프트 펀치를 봉인한 채 지나치게 한방만을 고집하며 스스로의 장점을 잃어버렸다.

사우스포의 특성상 파퀴아오는 대부분의 펀치가 왼손에서부터 시작한다. 짧지만 날카로운 펀치를 상대보다 많이 뻗으며 흐름을 타고 속사포 같은 연타로 주도권을 잡아간다. 하지만 메이웨더를 맞아서는 라이트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스스로 자신의 평소 흐름을 끊어버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마음은 장점을 살린 채 변칙적인 전략을 섞어가고 싶었겠지만 오랜 세월 몸에 익은 패턴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어지간한 상대 같으면 통했을 수도 있겠으나 메이웨더 같은 특급강자가 이 같은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놓칠 리 없었다. 파퀴아오는 라이트 잽으로 선공을 시작한 채 레프트 스트레이트-라이트 훅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전형적인 한방을 노린 전략이었다.

반면 메이웨더는 레프트 잽으로 견제한 후 라이트 카운터를 노리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펀치가 빗나가게 되면 한발 더 들어가는 무리수는 두지 않고 미련 없이 뒤로 빠져버렸다. 자신의 사정거리에서 카운터를 장전하기는 했으나 경기 내내 무게중심을 뒤로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파퀴아오로서는 수 싸움이 어렵다고 느낀 시점부터 ‘진흙탕싸움’도 걸어볼 만 했다. 한 수씩 주고받는 수 싸움이 오래 지속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라 한 방 맞을 각오를 하고라도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정타를 맞춰야만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완전히 어긋난 타이밍을 뒤집는 것은 저돌적인 파이팅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파퀴아오는 평소와 다르게 특유의 자신위주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주도권을 빼앗는데 실패했다.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격언이 되새겨지는 한판이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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