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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취임 전 1분기에 부실 털어낼까?


입력 2015.05.03 09:00 수정 2015.05.03 13:40        박영국 기자

과거 부실 고재호 사장에 떠넘기는 '빅배스' 전략 구사 가능성

현대중공업, 지난해 권오갑 사장 취임 앞두고 2분기 2조원 부실 털어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왼쪽)과 전임 고재호 사장.ⓒ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왼쪽)과 전임 고재호 사장.ⓒ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신임 정성립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1분기 실적에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할지 관심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대형 조선 3사 중 대우조선해양만 유일하게 실적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806억원보다 높고, 전분기 1528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사측은 이보다 더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것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2년 정도 전에 수주한 실적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는데, 1분기도 경쟁사들보다 형편이 크게 낫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회성 비용인 1614억원이 반영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지만, 영업 측면에서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부문에서 반잠수식시추선(semi-rig) 등 특수선박 공정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해양부문에서 호주 고르곤(Gorgon) 공사 등 일부 공사에 대해 발주사와 계약변경(change order) 합의가 늦어진 게 영업손실에 반영됐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1분기 흑자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263억원에 불과했다. 전분기 1017억원 대비 74.1% 감소한 규모다. 회사측은 드릴십 매출 비중 감소와 조업일수 감소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시장 환경 악화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통상임금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1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변수는 ‘빅배스’전략이다. 빅배스의 사전적 의미는 ‘경영진 교체시기에 앞서 부실자산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실적부진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넘기고 신임 경영진 부임 이후의 실적을 끌어올려 공적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딱 그 상황이다. 6월부터 신임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정식 취임을 한 달 가량 앞둔 오는 6일부터 대우조선해양으로 출근해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빅배스 전략 구사가 조선업계에서 생소한 일도 아니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은 이미 권오갑 사장 취임을 앞두고 빅배스 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권오갑 사장 취임에 맞춰 2분기에 그동안 쌓인 부실을 모조리 털어 내며 2조원에 육박(1조9346억원)하는 영업손실을 전임 이재성 회장의 몫으로 떠넘긴 바 있다.

당시 회사측은 “3분기 대규모 적자는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손실충당금 1조858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부실 정리로 불확실성 제거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기대한다”는 말로 빅배스 전략을 사실상 인정했다.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인 4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긴 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2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정성립 사장 취임을 앞두고 과거의 부실을 전임 고재호 사장에게 떠넘길지 지켜볼 일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경영활동이 수년 뒤에 실적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며 “경영진 교체 이후 후임자가 전임자 시절의 부실을 떠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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