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삼키며 떠난 이완구…공무원들은 기립박수
황교안·윤병세 장관 다소 늦게 이임식장에 입장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27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마지막 모습은 침통했다. 하지만 총리실 직원들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그를 박수로 격려해줬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칩거 일주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온 이 전 총리는 이임식이 시작되는 오후 6시 10분 이임식장으로 입장했다.
각 부처 장·차관들은 이임식 시작을 7분 정도 앞둔 6시 3분께 미리 입장해 있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 총리와 거의 동시에 식장으로 들어왔다.
황 장관은 성완종 사건으로 이 전 총리를 수사하게 될 검찰을 지휘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윤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 참석 문제로 이 전 총리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악연이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광경이었다.
행사장에 미리 착석해 있던 공무원들은 이 전 총리가 입장하자 전원 기립박수를 쳤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후에 미리 준비한 이임사를 낭독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면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임사 후 이 전 총리는 연단 위에 서서 장·차관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 총리는 장관들과 악수를 나눌 때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촬영을 마치자 장관들의 호위 속에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본관을 잇는 통로를 도보로 이동해 청사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출입구 앞 계단에는 총리실 직원들이 도열해 있었고, 이 전 총리는 이들과도 기념촬영을 했다.
이 전 총리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직원들을 향해 뒤돌아서서 오른손을 들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직원들이 격려의 박수를 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이 총리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차량이 도착해 문이 열렸지만 그는 한동안 직원들을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지은 뒤 차에 올랐다.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앞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 전 총리는 지난 20일 자정께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박 대통령은 오후 이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고, 결국 취임 70일 만에 물러나며 1980년 대통령 단임제 실시 이후 최단명 총리로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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