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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금융사들, 성완종 게이트에 '울고 싶어라'


입력 2015.04.24 16:49 수정 2015.04.24 17:00        이충재 기자

감사원 "금감원이 채권단에 경남기업 대출 압박"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도 피해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24일 ‘성완종 게이트’가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조사 대상의 핵심은 금융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금융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밀타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채권단의 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0월 경남기업이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당시 금감원은 채권단에 성완종 전 회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총 6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고, 이후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기존 자금까지 합쳐 약 1조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채권단 자율 사안인 기업 워크아웃 과정에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직접 개입한 것을 두고 “금융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라는 말이 돈다. 동시에 채권은행에선 정치권력과 금융당국의 위세에 눌린 ‘을’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권력 사금고화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취업심사' 무사통과할까

경남기업 채권단에는 수출입은행을 포함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피해자론’을 펴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선상에 서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금감원의 압력 행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새회장 내정자인 김용환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성 전 회장과 연계의혹을 받고 있는 NH농협금융은 당장 회장 선임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수출입은행장으로 있던 김 전 회장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간(2년)이 지나지 않아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기 위해선 24일 열리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당초 취업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휩싸이며 무사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취업심사를 중단해야 한다(박원석 정의당 의원)”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권은행들은 당장 금전적 손실보다도 검찰 수사와 이에 따른 혼란과 이미지 타격 등 장기적 손실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불똥이 튀지 않기를 빌고 있을 뿐”이라며 “‘을’인 우리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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