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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967% 올랐지만...'리더스코스메틱'의 '어설픔'


입력 2015.04.24 10:58 수정 2015.04.24 16:23        김영진 기자

[기자의눈]박철홍 사장, 기자 간담회 부실 응답에 기자들 항의

2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가진 리더스코스메틱 기자간담회에서 박철홍 사장이 회사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더스코스메틱 2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가진 리더스코스메틱 기자간담회에서 박철홍 사장이 회사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더스코스메틱
지난해 주식시장에는 뉴 차화정(차이나, 화장품, 정보채널)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중국관련 및 화장품 업종의 성장세가 높았다. 그중 골판지 생산기업 산성앨엔에스는 본업인 골판지보다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화장품 사업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이하 리더스)'으로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

2004년 7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 합성어)이라는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출발한 리더스는 2011년 골판지 생산기업 산성피앤씨(현 산성앨엔에스)에 인수된 이후 급속하게 성장했다.

홈쇼핑에 진출해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최근 몇 년 새 중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 최대 쇼핑몰 사이트인 타오바오몰 마스크팩 부문 매출 1위를 비롯해 주요 쇼핑 채널 마스크팩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산성앨엔에스 주가가 1967%까지 올랐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이런 리더스가 지난 2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리더스의 고속 성장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기자들은 교통이 좋지도 않은 남산 자락까지 일부러 찾아갔다.

간담회의 시작은 중국의 대표 가면극인 변검 공연으로 시작됐다. 간담회치고 낯선 풍경이었지만 중국이 가장 큰 판매 시장이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뒤이어 배우 박민영을 모델로 발탁했다는 내용과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된 광고 동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거기다 사회자는 박민영과 농담 수준의 광고 촬영 에피소드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기자들은 '이게 간담회인가', '도대체 왜 기자들을 불렀지'라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성장의 기쁨에 넘친 박철홍 리더스 사장이 회사의 성과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가지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리더스에 궁금한 게 많았던 기자들은 향후 해외 사업 전략이라든지, 산성앨엔에스와의 계열분리 가능성 등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단상에 있던 박 사장과 인현진 마케팅 이사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들은 심지어 "오늘 이 자리는 리더스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주가만 올라 오해가 있어 마련한 자리"라며 "그래서 비싼 장소를 빌려 비싼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질의응답이 끝난 이후 기자들은 박 사장과 추가 질문 및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자리로 찾아갔다. 하지만 박 사장은 명함도 가져오지 않았다. 거기다 기자들 질문에 리더스 한 직원은 "질의는 제 메일로 공식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박 사장을 재촉해 간담회장을 급히 떠났다.

기자들은 "요즘 업체 대표들이 질문 안 받고 빠져나가는 게 트렌드냐", "메일로 질문받을 거면 왜 이 먼 곳까지 오라고 했냐" 등 항의를 하며 박 사장을 뒤쫓아 갔다.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던 박 사장은 "블로거 불러서 간담회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이런식의 간담회는 하지 않는다" 등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대기실에 나와 질의에 응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하지만 박 사장은 올해 성장 목표와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공시 사항'이라는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고 밝힐 수 있는 것만 간단히 답하는 수준이었다.

리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610억원으로 2013년 대비 3.7배나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배나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했다. 리더스는 중국 시장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3배, 내년은 5배로 잡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같은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더스는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마스크팩에 의존한 '원 프로덕트 리스크'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재하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간담회'를 지켜보면서 마치 리더스가 고속 성장에 따른 성장통으로 사업 전략마저 부실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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