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967% 올랐지만...'리더스코스메틱'의 '어설픔'
[기자의눈]박철홍 사장, 기자 간담회 부실 응답에 기자들 항의
지난해 주식시장에는 뉴 차화정(차이나, 화장품, 정보채널)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중국관련 및 화장품 업종의 성장세가 높았다. 그중 골판지 생산기업 산성앨엔에스는 본업인 골판지보다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화장품 사업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이하 리더스)'으로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
2004년 7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 합성어)이라는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출발한 리더스는 2011년 골판지 생산기업 산성피앤씨(현 산성앨엔에스)에 인수된 이후 급속하게 성장했다.
홈쇼핑에 진출해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최근 몇 년 새 중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 최대 쇼핑몰 사이트인 타오바오몰 마스크팩 부문 매출 1위를 비롯해 주요 쇼핑 채널 마스크팩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산성앨엔에스 주가가 1967%까지 올랐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이런 리더스가 지난 2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리더스의 고속 성장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기자들은 교통이 좋지도 않은 남산 자락까지 일부러 찾아갔다.
간담회의 시작은 중국의 대표 가면극인 변검 공연으로 시작됐다. 간담회치고 낯선 풍경이었지만 중국이 가장 큰 판매 시장이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뒤이어 배우 박민영을 모델로 발탁했다는 내용과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된 광고 동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거기다 사회자는 박민영과 농담 수준의 광고 촬영 에피소드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기자들은 '이게 간담회인가', '도대체 왜 기자들을 불렀지'라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성장의 기쁨에 넘친 박철홍 리더스 사장이 회사의 성과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가지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리더스에 궁금한 게 많았던 기자들은 향후 해외 사업 전략이라든지, 산성앨엔에스와의 계열분리 가능성 등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단상에 있던 박 사장과 인현진 마케팅 이사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들은 심지어 "오늘 이 자리는 리더스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주가만 올라 오해가 있어 마련한 자리"라며 "그래서 비싼 장소를 빌려 비싼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질의응답이 끝난 이후 기자들은 박 사장과 추가 질문 및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자리로 찾아갔다. 하지만 박 사장은 명함도 가져오지 않았다. 거기다 기자들 질문에 리더스 한 직원은 "질의는 제 메일로 공식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박 사장을 재촉해 간담회장을 급히 떠났다.
기자들은 "요즘 업체 대표들이 질문 안 받고 빠져나가는 게 트렌드냐", "메일로 질문받을 거면 왜 이 먼 곳까지 오라고 했냐" 등 항의를 하며 박 사장을 뒤쫓아 갔다.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던 박 사장은 "블로거 불러서 간담회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이런식의 간담회는 하지 않는다" 등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대기실에 나와 질의에 응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하지만 박 사장은 올해 성장 목표와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공시 사항'이라는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고 밝힐 수 있는 것만 간단히 답하는 수준이었다.
리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610억원으로 2013년 대비 3.7배나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배나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했다. 리더스는 중국 시장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3배, 내년은 5배로 잡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같은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더스는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마스크팩에 의존한 '원 프로덕트 리스크'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재하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간담회'를 지켜보면서 마치 리더스가 고속 성장에 따른 성장통으로 사업 전략마저 부실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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