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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오승환 열애'로 본 사생활 보호 vs 알권리


입력 2015.04.24 10:03 수정 2015.08.12 10:15        민교동 객원기자

사진 확보 등 증거 부족시 일단 열애설 부인

연예매체들 갈수록 도 넘은 취재에 의견분분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와 일본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 선수가 열애 중이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DB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와 일본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 선수가 열애 중이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DB

연예인의 사생활이 중요한 것일까, 아님 독자의 알권리가 중요한 것일까. 연예부 기자라면 누구나 갖는 참으로 어려운 딜레마 같은 숙제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열애는 사생활에 포함되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연예인의 열애설은 관습적으로 ‘보호해야 할 사생활 영역’이 아닌 ‘보도가 가능한 취재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열애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딜레마는 계속된다. 과연 어느 수준까지의 취재가 적절한 것인지가 물음표로 남기 때문이다.

요즘 ‘디스패치’라는 연예 매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의 열애설을 지인과 측근의 증언, 목격자의 제보 등을 통해 보도하는 방식이 아닌 밀착 취재 방식으로 데이트 현장을 직접 포착해 열애설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증거주의 보도’라는 원칙에서 볼 땐 ‘디스패치’의 취재 방식이 옳다. 정치부의 예를 들자면 특정 유력 정치인이 어떤 비리에 휘말렸을 경우 정확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보도가 이뤄지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팩트’가 확보되야만 기사화가 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이들은 정치부 기자들이 알고도 정치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기자라는 직업군의 속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광고라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은 어느 정도 힘을 갖고 있지만 그 어떤 힘도 기자 개개인의 특종 욕구까지 짓누르기가 힘들다.

다만 기사라는 대상은 팩트가 확보되기 전에는 생성될 수가 없다. 어느 유력 정치인에게 이러저러한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얼추 알고 있을 지라도 이것만으론 기사가 될 수 없다. 기자들도 얼추 알고 있는 정보를 기사로 완성하기 위해 팩트를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취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의 열애설은 조금 애매하다. 분명 국익을 위하고 공익을 위한 취재 과정은 아니다. 독자들의 알권리, 특히 연예인 가십에 흥미가 많은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취재 과정인데 자칫 지나치면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팩트를 중시하는 증거주의 보도 원칙에 따르면 ‘디스패치’ 스타일의 취재가 불가피하겠지만 대다수의 연예 언론이 이런 스타일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명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이다. ‘디스패치’의 밀착 취재는 잠복 및 미행 등 고된 작업을 동반한다. 그렇지만 지인과 측근의 증언, 목격자의 제보 등을 크로스 체킹해서 해당 열애설이 사실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작성되는 열애설 기사 역시 상당히 수고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런데 연예인들은 너무나 명쾌하게 대응한다. ‘디스패치’의 경우처럼 데이트 현장 사진 등 증거가 완벽하면 열애설을 인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부인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 이렇게 될 경우 어렵게 해당 연예인의 열애설을 보도한 기자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선 특종 기자지만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는 오보 기자로 전락한다. 해당 연예인이 열애설을 공식 부인하는 순간 기자의 열애설 기자는 특종에서 오보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심지어 특정 연예인의 결혼설을 보도한 기자가 해당 연예인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연예인은 소송에서 승소했고 그 연예인의 결혼설을 보도한 기자와 소속 매체는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연예인은 결혼설의 대상과 실제로 결혼을 했다. 결국 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까지 해준 기사는 오보가 아닌 특종이 맞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해당 연예인은 본래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결혼설 기사에 대응해 소송을 진행하며 가까워져 결혼까지 이르게 됐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해명을 했다.

최근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와 일본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 선수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애초 이를 특종 보도한 곳은 ‘일요신문’이었다. ‘일요신문’의 보도가 나온 뒤 두 시간 넘게 기자들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던 유리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결국 공식 입장을 통해 열애설을 인정했다. ‘일요신문’의 열애설 보도는 지인과 측근의 증언과 목격자의 제보로 이뤄진 전형적인 열애설 기사였다.

만약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열애설을 부인했다면 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유리와 오승환 선수의 열애설을 취재했던 것으로 보이는 ‘디스패치’가 ‘일요신문’에 특종 보도 후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트 현장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열애설 공식 인정 직후라 열애설을 공식 인정한 커플의 데이트 현장을 공개하는 기사가 됐지만 만약 SM엔터테인먼트가 열애설을 공식 부인했었더라면 매우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을 수도 있었다. 데이트 현장 사진이 없는 ‘일요신문’의 열애설을 부인한 상황에서 데이트 사진까지 공개한 ‘디스패치’의 보도로 불거진 두 번째 열애설은 부인하기도, 또 인정하기도 어려웠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는 이미 유리와 오승환의 열애가 감추기 힘들 만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소문이 많이 나 있었던 데다 ‘일요신문’의 열애설 보도도 상당히 구체적인 터라 굳이 데이트 현장 사진까진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예인 입장에서 열애설을 인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연예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수익에 지대한 영향이 미치며 자신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이 인기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인해선 안된다. 데이트 현장 사진 등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열애설은 가볍게 부인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연예인의 거듭된 부인이 결국 연예 언론의 취재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패치’ 스타일의 취재를 다른 매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 등의 또 다른 가치를 감안해 자제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요즘 열애설을 무작정 부인하고 그 때의 위기만 넘기려 하는 연예인의 행태는 점차 연예 매체의 취재 방식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연예인의 거듭된 부인으로 오보가 된 특종 기사로 인해 매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연예 언론은 ‘디스패치’와 마찬가지로 잠복과 미행의 현장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잠시의 위기를 극복하려다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요즘 연예인들이 인터뷰나 방송 등에서 ‘디스패치가 두렵다’는 얘길 종종 하곤 한다. 그렇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몇 년 이내에 대한민국 연예 매체의 대부분이 ‘디스패치’처럼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벌써 ‘디스패치’의 아성에 도전하는 몇몇 경쟁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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