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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변화 의지 결핍’ 이동국 본받아야 산다


입력 2015.04.25 09:01 수정 2015.04.25 10:1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뜨거운 관심 속 7년 만에 FC 서울 복귀

플레이스타일-활동량-정신력 모두 기대 이하

박주영의 부진이 거듭되면서 최용수 감독도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박주영의 부진이 거듭되면서 최용수 감독도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국(36·전북 현대)과 박주영(30·FC 서울)은 닮은 부분이 많다.

둘 다 200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나란히 굴곡의 흑역사를 남기며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동국은 2007년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대표팀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고, 박주영은 병역기피 의혹과 올림픽-월드컵 '무임승차' 논란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나란히 유럽무대에서 실패하며 K리그로 유턴하는 과정도 흡사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축구에서 두 선수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동국은 K리그로 복귀한 이후 한동안 절치부심의 세월을 거쳐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로 부활했다.

K리그 역대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2일 가시와(일본)와의 경기에서는 비록 팀은 패했으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득점 신기록(27골)을 경신하며 아시아 축구의 전설로 거듭났다. 축구 선수로서는 황혼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반면 박주영은 2011년 아스날 입단 이후 추락 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 직후 아스날에서 방출당한 이후 중동의 알 샤밥으로 진출해 재기를 노렸으나 역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국내로 유턴했다.

1년 사이에 장기간 무적 선수 신세만 두 번이나 경험했다. 7년 만에 귀환한 친정팀 FC 서울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박주영은 서울 복귀 이후 4경기에서 1골을 넣었지만 동료들이 만들어준 PK골이었고 필드골은 전무하다. 더구나 공격수로서 4경기 동안 슈팅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것은 심각하다. 서울은 박주영이 나섰을 때보다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았다. 이름값에 현혹돼 박주영에 의존하기보다는, 제2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김현성을 더 중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결정적인 차이는 기량이나 환경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커 보인다. 이동국도 K리그 복귀와 동시에 바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복귀 첫 해는 성남에서 부진을 보이다가 방출됐고 전북으로 이적해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이동국 스스로 재기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박주영의 가장 큰 문제는 당시의 이동국에 비해 축구에 대한 절박함이나 열정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팀의 우승과 개인의 명예회복, 국가대표 복귀 등에 대해 자신만의 확실한 목표 의식을 드러냈고 그러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주변의 여론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K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을 때도 활동량이 적고 수비가담에 소극적이라는 선입견이 계속되자 30대를 넘긴 나이에 끊임없이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박주영에게는 이러한 절실함이 없다. 냉정히 말해 박주영의 플레이스타일이나 활동량을 보면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와 비교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어느덧 나이도 먹고 예전만큼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움직임의 예리함이 떨어졌는데 뭔가 자신만의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

박주영이 정작 스스로에 대한 '변화의 의지'가 결핍돼있다는 것은 그가 K리그 복귀 후에 보여준 일관된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박주영은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국가대표 복귀 의지 등에 대해 언제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팀을 위해 무엇을 공헌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자신이 행복해야 팬들도 행복하다"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부진을 거듭하며 슈팅 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자신은 "슈팅을 남발하는 선수가 아니다"고 상식 밖의 주장을 거듭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합리화하는데 급급했다. 한마디로 아직까지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주영의 이러한 정체에는 주변의 과보호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박주영 복귀 확정 후 서울 구단이나 일부 축구전문가들, 미디어의 지나친 '박주영 띄우기'는 선수에 현 주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기 어려웠다. 과거의 이름값에 치우친 장밋빛 전망에 불과했다. 최용수 감독도 이제는 중요한 경기에서 박주영을 과감하게 내세우기 부담스러워졌다.

최근 서울은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근 수원과의 슈퍼매치 완패 등으로 리그에서 하위권에 처져 있는 데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 진출을 위한 벼랑 끝 승부를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공격력 부재로 애를 먹고 있는 서울로서는 비시즌 간 전력보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왜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실적도 없었던 박주영을 영입했느냐'는 비판여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주영은 이동국의 절박함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K리그는 이제 해외무대에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라도 쉽게 정복할 수 있는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6년 전 전북에서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을 당시 이동국의 상황은 지금의 박주영보다 훨씬 열악하면 열악했지, 낫지는 않았다.

박주영은 당시의 이동국에 비해 훨씬 편안한 환경과 팬들의 지지 속에서 정작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박주영이 먼저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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