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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그놈이 그놈이지, 선거는 선거"


입력 2015.04.24 09:42 수정 2015.04.24 09:56        조성완 기자

<4.29 재보선 현장을 가다 - 인천 서·강화을>

서구는 젊은층 신도시…강화을은 장노년층 '변수'

4.29재보궐선거를 앞둔 21일 오후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거리에서 유권자들이 인천 서구강화을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바라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29재보궐선거를 앞둔 21일 오후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거리에서 유권자들이 인천 서구강화을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바라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29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에 출마한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가 21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에서 김무성 대표와 꽃게를 들고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29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에 출마한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가 21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항 젓갈 수산시장에서 김무성 대표와 꽃게를 들고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29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에 출마한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마전동 검단사거리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29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에 출마한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마전동 검단사거리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그까짓 거 뭐...”

4·29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서·강화을은 ‘수도권의 대구·경북’이라고 불린다. 이정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 이후 내리 4선을 할 만큼 전통적으로 여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해당 지역의 특징은 전혀 다른 성격의 지역이 하나의 지역구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는 검단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새누리당의 취약층으로 꼽히는 젊은층이 많이 유입된 곳이지만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예측불가다. 반면 강화을은 새누리당의 주 지지층인 장·노년층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검단지역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5차례의 총선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단결력 때문이다.

21일 ‘데일리안’이 만난 인천 서·강화을의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치권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성완종은 성완종이고, 선거는 선거다”였다.

'성완종 리스트'가 변수? 정작 민심은 “그놈이 그놈이지”

새누리당은 당초 인천 서·강화을 지역에서 낙승을 예상했다.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고, 실제 여론조사도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라는 이변이 터지면서 자칫하면 텃밭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 ‘CBS 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7~18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613명 대상으로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RDD를 활용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 방식, 응답률 3.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96%p) 결과에 따르면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42.8%)와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38.5%)의 격차는 불과 4.3%p차였다. 박종현 정의당 후보는 4.2%의 지지율을 보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기 직전 진행된 1차 조사(3~5일)에서 안 후보가 50.1%를 기록하면서 신 후보(40.0%)를 10.1%p차로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주만에 지지율 격차가 5.8%p 좁혀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연이어 인천에서 현장최고위, 현장선거대책회의를 갖고,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 1박2일 유세를 펼치는 등 집토끼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막상 현장의 분위기는 시큰둥했다.

강화군청 앞에서 만난 임모 씨(80)는 “내가 서울 살다가 여기 온지 13년 됐는데,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그까짓 게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국정을 강타한 성완종 파문과 이번 재보선을 연관시킬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강화군 외포항 어시장 인근에 위치한 한 횟집의 50대 초반 여직원도 “그런거 관심 없다. 성완종 리스트 어쩌구저쩌구 해도 다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인천 서구 마전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학부형(43, 여)은 “그런 것보다 우리 지역 발전시켜줄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정당파 “여기는 박근혜당” vs 인물파 “팔은 안으로 굽는다”

지역 민심이 성완종 리스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강화을의 유권자는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에 무게추를 실었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아무래도 힘 있는 당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주 지지층인 장·노년층은 자신이 던질 한 표의 기준을 인물보다는 당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외포항에서 만난 정병세 씨(72)는 “여기는 박근혜당이야. 성완종 두고 박근혜 대통령 욕하는 사람이 가끔 있기는 해도 여전히 주변에 보면 전부 다 박근혜당이야”라고 전했다. 이기준 씨(73)는 “여기는 1번이 많아. 성완종은 성완종이고 선거는 선거야. 당이 좋아야 지역에도 잘 해주지 않겠어”라고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화군청 인근에서 ‘젓국갈비’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40대 후반의 여직원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누가 누구인지 관심도 없다”면서도 “그래도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누리당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조심스레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단순히 당이 아닌 인물을 두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존재했다.

장·노년층이 집중된 강화도는 대를 이어서 살아온 주민들이 많은 탓에 지역 출신 후보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 모두 강화도가 아닌 외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을 하는 듯 했다.

출마자들도 이를 감안한 듯 강화도와 연계된 경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 후보는 인천시장 경력을, 신 후보는 해당 지역에만 네 번째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만 유일한 강화도 출신이다.

강화중앙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 씨(57)는 “나는 평소 야당을 지지하는데, 요즘 기대치에 많이 어긋나면서 좀 회의적이다”라며 “이제는 당에 대한 신뢰로 투표를 하기 보다는 인물을 보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수산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 씨(52)는 “이 지역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바다사람, 섬사람이다 보니 배타적이다. 외지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우리 지역 출신의 내 새끼를 뽑을 가능성도 있다. 팔은 안으로 굽지 않겠어”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김희자 씨(72)는 “아무리 선거운동한다고 돌아다녀봤자 다 소용없다. 어차피 성실하게 일할 사람 뽑아줄거야”라고 말했다. 전모 씨(47)는 “주변에서는 다 삐까삐까하다고 하더라. 제대로 해 줄 사람 뽑아야지”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는 인천 서구 민심 “지역에 하나라도 도움 된다면...”

강화도가 여당 강세인 것과 달리 검단 지역은 최근 신도시 건설 등으로 직장인 등 젊은층이 대거 유입돼 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특히 강화을의 인구가 6만여명인 것과 달리 해당 지역은 11만여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권자 수가 5만여명 더 많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놓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강화도가 정당파, 인물파 등으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과 달리 ‘검단’을 중심으로 한 인천 서구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연령대별, 출신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표심이 드러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했다.

오히려 인지도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이를 감안한 듯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인천시장을 전면에 내세워 지방정부 부채와 지역 발전 침체 문제는 결국 집권여당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변수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별로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준비된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마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엄모 씨(59)는 “나이든 사람은 안상수를 찍을 것인데,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며 “그런데 안상수가 인천시장도 했고, 인지도가 있지 않겠어. 솔직히 난 저렇게 유세를 하고 있어도 신동근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신기석 씨(69)는 “여기는 출신 지역에 따라 많이 갈릴 것이야. 강화도와는 달라. 호남출신이 많다”면서 “개인적으로는 2번을 좋아하는데 솔직히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와 귀가 중이던 한 학부모(40)는 “별로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손사레를 쳤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 “하나라도 지역에 도움이 된다면 뽑기는 할 텐데...개인적으로는 안상수”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했다.

24세의 이모 씨는 “20대의 취향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안상수를 찍을거에요”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씨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부모님의 영향이 크죠”라면서 “안상수는 인천시장을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신동근은 강화 출신이라는거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강화을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해당 지역이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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