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태극기 태우고 모욕 목적 없었다고? 충분히 모욕했다


입력 2015.04.22 10:35 수정 2015.04.22 10:4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형법 105조 국기의 모독죄 폭넓게 해석해야

그 장면 본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모욕감 느꼈다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워 논란이 된 20대 초반의 남성이 최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당시 태극기를 불태웠던 이유를 밝혔다. 사진은 채널A 뉴스 화면 캡처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워 논란이 된 20대 초반의 남성이 최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당시 태극기를 불태웠던 이유를 밝혔다. 사진은 채널A 뉴스 화면 캡처

18일 밤 수도 서울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태극기가 불에 탔다.

태극기를 불태운 20대 초반의 남성은 좌파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공권력을 이용해서 (시민들이)이동하는 것 조차 막고 최루가스, 마구잡이 연행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고 화가났다”며 “경찰차에 A4로 뽑은 태극기가 붙어있었고 현장에서 주웠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나 국기를 모욕할 거창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태극기가 순국선열들이 죽음으로 지킨 가치, 상징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 취지는 그렇게 공권력을 남용하는 일부 권력자들은 순국선열이 피로써 지킨 태극기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행위를 변명했다.

태극기는 불에 탔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글과 방송이 쏟아졌다. 법률가들은 두가지로 나누어졌다. 국기모독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와 단순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하다는 견해였다. 결국 이 논란은 반국가적 행위↔표현의 자유라는 팽팽한 이념적 논쟁까지 펼쳐졌다.

그렇다면 우리 법은 태극기에 대하여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국기와 국장은 국가권위의 상징물이므로, 이것을 손상, 제거, 오욕, 비방하는 행위는 형법에 의해 처벌된다.

우리 형법은 제3장에서 국기나 국장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다. '국기 국장 '국기 국장 비방죄(제106조)' 그리고 '외국의 국기 국장 모독죄(제109조)'가 있다.

사람의 생명에 관한죄가 제250조에 규정이 되어 있음과 달리 국기에 대한 죄는 제105조에 규정이 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형법체계상으로 국가와 국기에 관하여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문을 살펴보면,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바로 모욕할 목적이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불 태운 남자는 본인은 국기를 모욕할 생각이 없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이 조문에 의한 처벌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기'란 우리나라의 경우 태극기를 말하며, '국장'이란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 이외의 일체의 휘장(徽章)을 말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일체의 휘장을 훼손해도 처벌한다는 것이 바로 이법의 정신이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중에 '손상'이란 국기 또는 국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훼손하여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을 말하며, '제거'란 국기 또는 국장 자체를 손상함이 없이 이를 철거(撤去) 또는 차폐(遮蔽)하는 것을 말한다. '오욕'이란 국기 또는 국장을 불결하게 하는 일체의 유형적(有形的) 행위를 말한다. '비방'이란 언어·거동·문장·회화에 의하여 모욕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충분히 이 법률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포장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헌법 어디에도 표현의 자유라는 조문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출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알권리 등을 모두 하나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대한민국국기법이 있다. 이 법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의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기에 대한 인식의 제고 및 존엄성의 수호를 통하여 애국정신을 고양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6조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때에는 선 채로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편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하거나 거수경례를 한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 경례를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한 것이 또 있을까? 국기는 바로 우리나라인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국기만 봐도 가슴이 찡하고 운동경기가 끝나고 애국가가 울리면서 태극기가 올라가면 절로 충성심이 생긴다는 말을 한다.

태극기는 우리에게 어쩌면 존재가치일 지도 모른다. 태극기를 그리는 시험을 보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국기는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제작된 기인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기를 태운 죄에 대해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성조기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조차도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성조기의 신성함을 지키고자 정치적 의사의 표현으로서 성조기를 소각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989년 제정한 국기보호법은 위헌이 됐고, 이후 성조기 소각 금지 헌법수정안은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형법 제90조a 와 오스트리아 형법 제248조는 국기모독죄를 처벌하고 있다. 법이란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지고 지켜진다. 미국은 독일은 이렇다더라 라는 예는 맞지 않다.
대한민국의 현행법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국가모독죄’(형법 제104조의 2) 규정은 삭제가 되었다. 국가를 대신하는 대표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죄를 ‘국가원수모독죄’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때로는 국가모독죄를 다시 부활하자는 여론도 있다.

사라진 법률을 다시 부활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 제정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폐지이기 때문에 폐지된 법률의 부활은 그만큼 많은 논의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기모독죄’는 형법상 범죄다.

죄형법정주의 대한민국에서는 형법 105조 ‘국기·국장의 모독’의 일부인 국기모독죄는 태극기를 ‘손상·제거·오욕(汚辱)하는 행위’는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국기는 물론 무생물이기 때문에 모욕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국기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얼굴인 것이다. 태극기가 게양되면 뜨거운 가슴을 느끼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를 형법으로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타당한 것이다. 경찰도 국기모독죄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잘못 만들어진 애매한 법조문 때문에 꾀나 애를 먹을 것이라는 것이다.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이를 경찰은 어떻게 입증할까? 모욕의 목적이 있으면 국기모독죄이고 없으면 손괴죄가 되는 결합범의 형태로 만들어진 법 때문에 이제 골치를 썩을 것 같다. 이 죄는 손상 또는 제거에 대한 구체적 위험범이다.

모욕 그리고 고의 목적의 달성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확실한건 목적의 달성은 누가 봐도 이루었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 졌으니.

입법자가 얼마나 한문장 한문장을 신중하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법조문이다. 이 조문을 삭제할 것이 아니라면, 아니 아직은 삭제할 시기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태극기를 태운 이 논란을 멀리 서서 바라보지 말고 조문개정에 고민하길 바란다.

‘목적’이라는 단어만 빼면 간단한 문제인 것이다. 목적. 간단한 단어지만 정말 입증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많은 국민들이 불타는 태극기를 보면서 분노하고 모욕을 느꼈다는 것을.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라는 목적은 기수에 이른 것이 아닐까?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