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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본헤드플레이' 정범모의 잔혹한 하루


입력 2015.04.22 09:08 수정 2015.04.22 11:1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LG 원정에서 '셀프판정' 후 유유히 덕아웃행

인플레이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대패 빌미

경기 후 정범모에게는 팬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졌다(skysports 중계화면 캡처). 경기 후 정범모에게는 팬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졌다(skysports 중계화면 캡처).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또 굴욕적인 패배의 주인공이 됐다.

팽팽한 승부처에서 포수의 어이없는 실수가 결정적인 빌미가 됐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한화는 21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전에서 0-10 대패했다. 이날 LG 선발 헨리 소사(7이닝 무실점) 구위에 눌려 고전하긴 했지만, 4회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0-2 뒤진 5회말 2사 만루에서 생각지도 못한 본헤드 플레이 하나가 나오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대형사고의 주인공은 한화 포수 정범모(28). 풀카운트에서 이진영을 상대로 던진 한화 선발 쉐인 유먼의 마지막 공을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정범모는 이닝이 끝난 것으로 보고 늘 그렇듯 1루 쪽으로 공을 던지고 덕아웃 쪽으로 유유히 향했다.

하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고 밀어내기 볼넷이 선언됐다. 그나마 여기서 끝났으면 1실점에 그쳤겠지만 경기는 계속 인플레이 상황이었고, 정범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상황을 간파한 2루 주자 정성훈이 그대로 홈 플레이트까지 쇄도했다.

투수 유먼이 다급하게 달려와 커버플레이를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점수차는 0-4로 벌어졌다. 한화 측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했지만 심판의 콜을 확인하기도 전에 자리를 뜬 정범모의 잘못이 더 컸다.

김성근 감독은 5회를 승부처라고 판단하고 1사 2루에서 정성훈에게 고의 4구를 내주는 강수를 뒀다. 더 이상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집중력을 잃은 ‘안방마님’의 방심이 벤치의 승부수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가뜩이나 흔들리던 선발투수 유먼에게도 심리적으로 치명타가 되어버린 본헤드플레이였다. 맥이 빠진 한화는 6,7회 연이어 추가실점을 허용, 결국 0-10까지 벌어졌다. 정범모는 7회 허도환과 교체됐다.

경기 후 정범모에게는 팬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졌다. "역사에 남을 본헤드 플레이" "프로선수도 아니다" "스파이 아니냐" 등 혹평 일색이었다. 본헤드 플레이 장면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정범모가 보여준 활약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벌어진 결과였다.

원래 한화의 주전 포수는 조인성이었다. 그러나 조인성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당분간 전열에서 이탈하며 정범모가 갑자기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됐다.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평균 82경기를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역시 아직 한 팀의 주전 포수를 온전히 맡기기에는 경기운영과 도루 저지, 타격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한화가 지난해 조인성, 올 시즌에는 허도환 등 포수 자원을 거푸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정범모가 잘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범모 활약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다는 격려와 분발의 의미가 더 강했다. 그러나 정범모는 이날 경기에서 1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초대형 본헤드플레이로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발등을 찍었다.

물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정범모의 공헌도와 노력이 모두 폄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날의 뼈아픈 실수가 정범모의 야구인생에 더 큰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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