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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김고은의 잔혹한 생존 법칙 '차이나타운'


입력 2015.04.25 09:21 수정 2015.04.25 13:14        부수정 기자

여배우 활약 돋보인 범죄 스릴러…파격 변신

'사이코메트리' 각본 쓴 한준희 감독 연출

배우 김혜수 김고은 주연의 영화 '차이나타운' ⓒ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혜수 김고은 주연의 영화 '차이나타운' ⓒ CGV아트하우스

작은 체구, 짧은 머리, 차가운 눈빛. 지하철 보관함 10번 칸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인 아이에겐 따뜻한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사는 곳은 거칠고 세상과 담을 쌓은 사람들이 사는 차이나타운. 여기서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한 여자를 만났다.

남자 못지않은 다부진 체격, 화장기 없는 얼굴, 탈색한 머리. 엄마는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답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조직을 일구고 주어진 일을 한다. 사람 하나쯤 죽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서슬 퍼런 칼을 들이 내민다.

어느 날 일영에게 변화가 생긴다. 돈을 받으러 찾아간 석현(박보검)을 통해 생전 처음으로 온기를 느끼게 된 것. 인간에 대한 연민, 동정 따위 없었던 일영의 마음이 흔들리고 파장은 엄마에게도 향한다. 망설임이나 감정의 동요도 없던 엄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 일영과 엄마의 생존법칙을 그리는 범죄 스릴러다. 말이 필요 없는 배우 김혜수와 충무로의 샛별 김고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20일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에선 김혜수와 김고은 두 여배우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최근 흥행한 국내 영화에서 남자 배우들이 장악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자 배우들의 전유물이었던 범죄 스릴러물에서, 그것도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두 배우가 이끈 점은 칭찬할 만하다.

조직의 보스로 파격 변신한 김혜수는 김고은보다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검버섯이 그려진 얼굴, 풍채가 드러나는 의상과 몸집, 헝클어진 머리 등은 김혜수만이 소화할 수 있다. 담배를 피워도 어색하지 않고 순식간에 사람을 죽여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특유의 카리스마 덕분이다.

무서울 것 없는 표정과 저음으로 대사 한마디를 던질 때마다 살기가 느껴질 정도. 웬만한 장정들도 엄마 앞에선 '덜덜' 떤다.

배우 김혜수 김고은 주연의 영화 '차이나타운' ⓒ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혜수 김고은 주연의 영화 '차이나타운' ⓒ CGV아트하우스

'은교'(2012)로 혜성처럼 나타난 김고은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일영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돈을 받기 위해 사람을 재떨이를 내리치는 장면, 맞아도 끄떡없는 모습, 막다른 곳에 다다르자 바닷물에 뛰어드는 장면에선 살기가 느껴진다. 가녀리고 여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만만치않다.

장르와 이야기 특성상 여배우가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김혜수는 "영화를 결정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느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배우로서 어떻게 보일지 한 번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역할을 맡은 건 행운"이라며 "촬영할 때마다 온몸에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고은은 "이전 영화에서 힘든 작업을 많이 해서 이번 영화가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외에 엄태구가 엄마의 오른팔 우곤 역을, 고경표가 치도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박보검과 이수경, 조현철, 조복래 등도 나와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사이코메트리'의 각본을 쓴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 감독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며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표현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변명하지 않고 결단을 내린다고 판단해 여자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장르적인 특성도 있는 독특한 영화다. 가장 아쉬운 점은 개봉 시기다. 따뜻한 봄에 잔혹한 범죄 스릴러를 볼 관객이 얼마나 될까. 우울한 분위기와 잔인한 장면이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23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맞서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4월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10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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