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이 본 1주년 추모행사 유감


입력 2015.04.21 09:52 수정 2015.04.21 10:09        한성식 전 세월호 일반인대책위 부위원장

<특별기고>가족들이 한 가슴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단체나 특정 정당에 이용 당하지 않고 순수하게 추모해야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며 광화문 인근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며 광화문 인근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말이나 글로 표현 못하는 유가족만의 아픔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픔이고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한을 가슴에 묻으러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데 그렇지가 않네요.

씨랜드 참사로 자식을 잃고 남은 자식의 안전을 위해 이민 간 분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유가족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한국을 이해하려하고 태어난 조국에 등을 보이는 것이 옳지 않기에 통곡을 가슴으로 울부짖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일반인희생자의 영결식에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고 약속하였기에 지금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보내던 중 지난 주말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는 같은 유가족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실제 저는 지난해 많은 세월호 집회에 참석 요청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 유가족은 모든 집회에 참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요. 왜냐하면 순수하게 진상규명과 유가족들의 슬픔을 같이 해야 하는데 단체의 이권을 위하고 정당의 목적을 위해 이용당할 수 있고 유가족들의 뜻이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세월호 참사 1주기 행사도 이유를 불문하고 엄숙하게 추모제가 행해져야 하는데 과격해지고 폭력이 난무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경찰의 대응 또한 너무한 처사라고 봅니다. 그저 저는 유가족들이 울분과 한을 가슴에 묻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주변에서 도와주시기 바랄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지난 1주년을 돌아보니 가장 아쉬운 것은 지난해 4월 16일, 죽어가는 가족들을 바라만 보고 발만 동동구르며 울부짖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선거 때만 외치는 “국민의 국민에 국민을 위한” 구호가 선거용 구호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국민만 바라보겠습니다” 하더니 바라만 보았고 “국민을 위해 일 하겠습니다” 하더니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고 당리당략만 생각하고 국민을 저버렸던 한해였다고 봅니다.

여당과 야당, 야당과 여당이 과연 국민을 생각하고 유가족을 위해서 특별법을 제정했을까요?
아니면 정부부처가 유가족을 십분 이해하면서 시행령을 만들었을까요? 국민이 뽑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만나기가 절차 등으로 이렇게 어렵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건지요? “국민 앞으로 한 발 다가서겠습니다”라고 하더니 장벽이 너무 많았습니다.

더욱 한스러웠던 것은 참사 초기 모든 제반 지원이 안산(단원고 유가족)에 집중돼 있고 전국에 흩어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본인들이 뉴스나 기타 소식 등을 직접 접해야 사고 수습과정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지역 공무원들에게 문의했고, 공무원들은 지침이 없다고 미루기만 했죠.

일반인희생자 가족만 별도로 조직해서 대책위를 꾸리고 대한변협 부회장, 안산 대책위 등과 만나도 소수라는 ‘핸디캡’으로 외면 당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에게 발품 팔아 300명 국회의원 사무실에 호소문을 일일이 돌리고 우편으로 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묵묵부답. 오로지 학생들의 희생은 억울한 죽음이고 일반인의 죽음은 덤이었습니다.

“많은 학생의 희생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기다려달라”, “여당 특별법 TF간사를 설득해봐라. 그러면 요구사항 삽입이 가능하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안산 단원고 유족들을 위한 법안,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등이 마련됐지만 일반인 희생자들의 의견이 들어간 법안은 없었습니다.

박영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일반인희생자유가족과 만나주기로 한 날 사퇴해버렸습니다. 국회에서 진상규명 등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위해 농성 중일 때 여야 희생자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일일이 세 번 정도 전화했지만 유가족을 만나러 온 국회의원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단원고 유족들만 만나셨고요.

어느 진영의 논리와 희생되신 분들의 숫자를 떠나 아픔을 치유해야 하는 유가족인데 차별보다 더 심한 차별, 외면을 받았던 겁니다. 특히 이제는 합동영결식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존재조차 희미해진 일반인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입니다.

한성식 세월호 전 일반인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데일리안 한성식 세월호 전 일반인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데일리안
저는 지난 1년 동안 가정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산 사람들의 몫을 해야겠지요. 고인도 그것을 원하리라 봅니다. 1년 대책위에서 활동한 것이 최선은 아니었지만 후에 처남을 만나면 미안하지는 않겠죠.

후회와 아쉬움이 있지만 세월호보다 더 큰 대한민국이 좌초되지 않길 바랍니다. 국민들게 고맙고, 잊지 않겠습니다. 이 두마디 밖에 할 말이 없군요.

제 딸은 지난해 고3일 때 세월호 참사로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엄마 걱정 때문에 울지도 못하고 혼자 방에서 흐느껴 울곤 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떳떳하게 혼자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던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더니 외삼촌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들려줬습니다.

딸이 만든 음악을 듣다 아내와 펑펑 울었습니다. 곡이 잘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떠나, 가족으로서의 아픔을 표현했다는 것이 기특하고, 아버지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처남도 하늘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리라 봅니다.

글/한성식 전 세월호 일반인대책위 부위원장(고 이광진 씨 자형)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