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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부재 중 SK 지배구조 개편 왜?


입력 2015.04.20 11:10 수정 2015.04.20 14:07        박영국 기자

사상 초유 경영위기 돌파 '옥상옥 지배구조가 발목' 절박함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SK그룹이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부재 중인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와 SKC&C의 합병을 전격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주)와 SKC&C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하는 회사는 기존 순수지주회사에서 기존 SK C&C의 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이번 합병 결정은 SK그룹이 직면한 사상 초유의 경영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SK그룹은 이번 합병에 대해 “더 이상 지배구조 이슈에 발목 잡히지 않고,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해 미래 성장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명분상 지주회사’인 SK㈜ 위에 ‘실질적 지주회사’인 SK C&C가 존재하는 ‘옥상옥’ 구조였다.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인 SK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시장에서 꾸준히 개선 요구가 있어왔다.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새로운 지주회사가 되는 합병회사의 직접 대주주가 되면서, SK그룹은 그간 ‘최 회장→SKC&C→SK㈜→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가 ‘최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간결해 지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

SK그룹은 “날로 격화되는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그간 지적 받아 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이에 가장 친 시장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SK㈜와 SKC&C의 합병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중대 사안인 ‘지배구조 개선’이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부재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처한 상황이 절박함을 의미한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환경 추가 악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위기 극복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해 이 같은 지배구조 혁신안을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SK그룹은 또, “이번 위기는 경영공백 장기화와 주력사업 ‘게임 룰’의 전면적인 변화 등에 적기 대응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 같은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플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해 비교적 안정적인 정유사업에서 37년만에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경쟁 에너지 출현과 중동 산유국이 가격하락에도 생산을 늘리는 등 새로운 치킨 게임이 시작됐으나,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안팎의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합병으로 태어난 합병회사는 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SK C&C의 적극적인 신규사업 개발 및 글로벌 진출 역량과 SK㈜가 보유한 인적·물적 역량 및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이 결합될 뿐 아니라, 사업자 회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진출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 진다.

따라서 기존 지주회사의 기업가치와 달리, 합병된 지주회사가 영위하는 ICT 사업성과가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든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번 합병으로 일자리 창출형 사업인 ICT 사업이 크게 확대 되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 C&C 인력규모가 2005년말 2019명에서 2010년 3451명, 지난해 말에는 4063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고, 협력업체도 2005년 459개에서 지난해 말 618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SK는 밝혔다.

또한 무형적으로는 여론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해 온 지배구조혁신에 대한 요구를 기업이 수용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한편, SK C&C와 SK(주)의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크게 줄어들지만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합병 배경으로 거론된 바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없는 수준의 지분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SK C&C 주식 1주당 SK(주) 주식 0.74주로, 합병이 성사되면 최태원 회장 지분은 기존 32.9%(SK C&C 지분)에서 23.2%(합병법인 SK 지분)로 축소된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도 10.5%에서 7.4%로 떨어진다.

최 회장과 최 이사장 지분을 합치면 30.6%로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으며, 의결권 주식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은 30.9%까지 올라간다.

경영권 탈취를 목표로 적대적 지분 확대에 나설 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 지분율이라면 안정적이라는 게 SK그룹 측 판단이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총수 일가 보유 지분 하한선 30%도 여전히 상회하게 된다.

물론 양사의 합병으로 지분율이 축소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를 위해 매각해야 할 지분 규모가 1% 이내로 줄어들긴 했지만, SK그룹 측은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지배구조의 ‘옥상옥’ 논란을 벗어나고 지주회사의 사업회사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이번 합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감안했다면 홀딩스(SK㈜) 주가가 올랐을 때나 SK C&C 주가가 떨어졌을 때로 합병 시기를 조정해 지분률을 30% 아래로 낮췄을 것”이라며, “대주주(최 회장과 최 이사장)가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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