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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위기 종합선물세트'…봄날은 언제?


입력 2015.04.19 09:00 수정 2015.04.19 02:12        박영국 기자

실적 부진, 노사관계 악화에 사정 한파까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요즘 국내 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온갖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데다, 통상임금이나 사내하청 문제 등 노사관련 악재도 산적해 있고, 최근에는 사정한파까지 더해지며 몸을 사려야 한다.

이같은 악재들과 한꺼번에 맞닥뜨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조선업계를 이끌고 있는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이 맞닥뜨린 가장 큰 시련은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사상 최악의 부진을 보인 실적이 올해도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올 1분기 수주실적은 13척, 1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척수 기준으로는 76.8%, 금액 기준으로는 80%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미 지난해 ‘배를 만들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몸소 증명해 보인 터라 수주실적이 축소되면 적자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 만큼 상황은 암울하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원가가 높다보니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약 6~7% 가량 손실이 생기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노사 관계도 현대중공업이 넘어야 할 험난한 파고 중 하나다. 전 직장인 현대오일뱅크 시절부터 ‘직원들과의 친화력’으로 명망이 높았던 권오갑 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며 노사 갈등의 해결사로 기대됐었으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취임 두 달여 만인 11월 27일 파업을 단행하며 19년 무분규 기록을 깼다.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노사 관계는 오히려 더 악화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을 살리겠다며 갑자기 나타난 권오갑 사장은 적자 부풀리기, 임금 깎는 성과연봉제, 강제희망퇴직, 여성조합원 퇴직강요, 최근엔 사내하청 구조조정 등으로 현장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며 탄압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배를 만들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의 원인 중 하나인 임금 문제를 건 노조와의 힘겨루기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도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9개월간 사측과 힘겨루기 끝에 올 2월에야 타결에 동의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불과 2개월 만에 내놓은 2015년도 임금요구안에서 지난해 임단협 타결 전 요구안과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 조건을 제시했다.

노조가 지난 10일 사측에 제시한 올해 임금요구안은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기본급 기준 6.77%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성과금 250% 보장, 기본급 3% 노후연금 적립,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이다.

이는 지난해 노조의 최초요구안이었던 기본급 13만2013원에 비해 인상액은 다소 낮지만 인상률(지난해 요구안 6.51%)은 더 높다. 지난 2월 타결된 합의안인 기본급 3만7000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의 차이다.

더구나 노조가 올해 별도요구안 중 하나로 ‘경쟁구도를 심화하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내놓은 것도 노사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해 취임 이래 계속해서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능력에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차만 본다면 지난해 임단협이 무려 9개월간 진통 끝에 해를 넘긴 전철을 또 다시 밟을 우려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국내 조선업체들의 노조 연합 단체인 조선업종 노조연대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사측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이는 노조 측에 ‘세 확장’ 효과를 가져다 줄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진행상황이 다른 사업장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적정 수준에서의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노조와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패소하기까지 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재판부는 노조측 주장대로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청업체들의 인건비 횡령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도 더해졌다. 최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하남기업이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하며 직원들에게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데 이어,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의 하청업체인 KTK선박의 대표가 직원 급여를 개인 용도로 전용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최근 정치권과 산업계를 막론하고 최대 이슈인 ‘사정정국’도 피해가진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해군 잠수함 부실 평가 비리 의혹으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도 2차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지만 사정 당국의 수사 대상이 되고 사업장을 수색당하는 상황이 기업 이미지건 직원 사기에건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는 없다.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각종 악재들은 당분간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업황은 지난해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조차 낙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예상되며,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등에 반발하며 강경 노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노사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언제쯤 긴긴 겨울을 벗어나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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