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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주민들 "자식 잃은 아픔 알지만 우리도 자식 키워야..."


입력 2015.04.18 10:01 수정 2015.04.18 10:11        진도 = 데일리안 하윤아 기자

<세월호 1년 지금 진도는>"진도산 해산물 아예 안팔려"

생계 넘어 생존 문제 "1년 됐으니 이제..." 눈물 호소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364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읍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길가에 전남 장흥, 영암, 해남 등 진도군 인접지역 농민회에서 부착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364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읍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길가에 전남 장흥, 영암, 해남 등 진도군 인접지역 농민회에서 부착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364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4만6천56장의 타일에 쓰고 그려 조성된 기억의벽이 조성되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364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4만6천56장의 타일에 쓰고 그려 조성된 기억의벽이 조성되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식 잃은 심정 모르는 건 아닌디, 우리 주민들도 좀 생각해줘야 안 허겄소?”
“바다 괴기는 진도 이름 붙여나가면 먹도 안 혀요. 살기가 징해 여기는”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를 비통함에 빠뜨린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년째다. 분노와 절규로 신음했던 진도는 이제 새봄을 맞이했다. 산과 들판에는 연한 녹음이 우거졌고 알록달록 향긋한 꽃도 피어났다.

야속하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흘렀고 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아직 실종자 9명은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차가운 바다에 갇혀버린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의 시간은 1년 전 그날 그대로 멈춰있다.

그러나 시간이 멈춰버린 것은 비단 세월호 유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사고 후 지난 1년간 진도의 시간도 함께 멈췄다. 진도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봄꽃이 필 때면 찾아오던 수많은 관광객의 모습도 이젠 찾기 힘들다. 수산물은 물론 농산물을 통한 벌이도 예전만큼 못하다. 진도 주민들의 고민과 한숨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깊다.

세월호 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진도. 특산품을 사려는 관광객으로 북적거려야 할 진도읍 재래시장은 '썰렁'했다. 혹시 손님이 찾아올까 상인들은 저마다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장사 준비를 마친 몇몇 상인들은 마치 미리 맞춰보기라도 한 듯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심심함을 달래려 수다를 떨기도 했다.

진도 출신으로 이곳 재래시장에서 수십년째 수산물 장사를 하고 있는 박난예 씨(66)는 “유가족들이 떠난 후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면서도 “관광객이 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여기(진도) 해산물은 사람이 죽은 바다에서 난 고기라고 먹지도 않고 사가지도 않는다”고 속상해 했다.

"사람들이 진도산 농수산물을 먹지 않아…수입도 반토막"

박 씨는 이어 “다 어렵지만 특히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잘 팔리지 않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여기 진도가 배가 출항한 곳도 아니고 도착할 곳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곳일 뿐인데 어째서 진도만 이렇게 피해를 받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 씨 옆에서 갖가지 채소를 팔고 있던 조모 씨(61)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 씨는 “15년째 장사하고 있는데 여기는 완전 초상 분위기”라며 “수산물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농산물도 진도에서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사간다”고 여전히 장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좌판에 놓인 채소를 가리키며 “우리가 거래하는 식당이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식당이 안 되니까 우리 이것(채소)도 못 들어갔다. (세월호 사고가)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입은 피해도 굉장하다”고 씁쓸해 했다.

진도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철주 씨(59)도 “무조건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김 씨는 직접 운전대 앞에 놓아둔 수첩을 꺼내 들었다. 검정색 빛바랜 가죽 수첩에는 매일 손님을 태우고 택시를 운행한 거리와 택시요금 등 영업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사고가 있기 전에는 그래도 하루에 5만~6만원은 벌었는데 사고가 있고 난 뒤부터는 많이 해봤자 5코스, 그것도 2500원 3000원 짜리라 하루에 1만~2만원 정도 밖에 못 번다”면서 “좌우지간 사람이 다녀야 우리도 장사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무척 어렵다. (사고 전과) 확실히 많은 차이가 나고 회복 기미도 전혀 안 보인다. 진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진도 토박이인 김 씨는 주변에 수산업과 농업을 하는 친구들도 하나 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산물은 서울에 가져가면 무조건 진도 거라고 안 먹는다고 한다더라 전혀 상관이 없는데. 농산물 같은 경우도 검정쌀이 진도 특용작물인데 예년에는 100가마 나갔으면 올해는 50가마로 반토막이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1월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도군 범군민 대책위원회가 진도군 농·수·축산물·관광 피해 반영 촉구와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함으로써 삶의 터전인 청정해역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월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도군 범군민 대책위원회가 진도군 농·수·축산물·관광 피해 반영 촉구와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함으로써 삶의 터전인 청정해역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팽목항 인근 상인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여주인은 “농사야 밭에다 씨앗을 뿌리고 1년 농사해 먹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관광객 위주로 장사하는데 아예 1년 동안 관광객이 들어오질 않았다”며 “우리는 10원 도움도 못 받았지만 보상도 필요 없다. 우리도 장사해서 먹고 살아야할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관광객, 분위기 때문에 먹을수 없다고 말해…유족들, 미안하지만 나가줬으면"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사고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수입도 끊겨 이제는 생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기 오시는 추모객은 분위기가 이래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들 그냥 방파제만 왔다가 싹 가버린다. 정말 우리는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어 꾹 참고 있었는데 이번 1주기 행사가 끝나면 지역 사람들과 다 같이 나가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식당과 매점, 숙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상인 부부도 “1년 동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도 다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고 장사를 해서 자식 공부시키고 해야 하는데 손해가 말로다 못할 정도로 막심하다. 정말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16일 행사 때문에 우리가 지금 참고 있다. 팽목마을 사람들도 우리 가게에 와서 이거(행사) 끝나면 철수해달라고 하자고 이야기했다. 아직 (실종자)가족들하고 말은 안했는데 우리끼리는 일단 그런 식으로 말하자고 이야기는 한 상태”라며 1주기인 16일 이후 팽목항에 상주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철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곳 진도 주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피해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팽목항 횟집 여주인은 진도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금융 지원에 대해 “재난구역으로 선포해서 진도 구민들을 전부 다 빚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신용불량자나 파산을 신청한 일부 진도 주민들의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한 저금리 대출이 불가능하고, 사고 여파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돈을 벌어들이지 못해 대출 상환기일 내 갚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는 돈벌이가 없으니까 대출해서 쓰는데 그냥 주는 돈도 아니고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다. 1년 상환, 2년 상환을 주는데 그 때까지 못 갚으면 다 빚쟁이가 되는 것 아닌가. 아무 대책도 없이 우리들만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팽목항 인근 임회면에서 도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62)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장기저리로 대출해주고 파산신청이나 금융제재 걸린 사람들은 대출 도움도 못 받는다”며 “완전히 죽은 사람을 더 죽이는 셈”이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진도 사람들이 피해본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며 “빨리 인양해서 더 이상 진도에 대한 말이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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