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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와 갈등 조장으로 표류한 세월호 참사 1년...


입력 2015.04.16 09:47 수정 2015.04.16 10: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안전한 나라 만들기' 사라지고 정치공세만

악의적 시선 거두고 치유를 위한 공동체 의식 절실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을 찾은 유가족들이 침몰 위치를 표시한 부표를 향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을 찾은 유가족들이 침몰 위치를 표시한 부표를 향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시청광장의 국화꽃 행렬은 밤 9시를 넘겨서도 길게 늘어 져 있었다. 줄 맞춰 서 바라본 희생자들의 영정사진 앞에선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노란리본에 추모글을 적어나가면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가슴이 답답했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그때는 울음도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모두 자신의 일인 양 슬퍼했던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주기를 맞았다.

정치 진영논리와 유언비어에 표류한 지난 1년

2014년 4월 16일 이후 대한민국은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치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 슬픔과 트라우마에 대한 사후관리, 아픔을 치유하고 보듬어가는 시민의식을 대신한 건 늑장대응과 부실관리, 분노와 갈등의 조장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유언비어와 루머들에 동요되는 한국사회의 민낯도 드러났다. SNS에 퍼진 “식당칸에 사람이 있다”는 글은 구조에 혼선을 초래했고, ‘가짜 잠수사’ 홍가혜 씨의 ‘해경이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고,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황당무계한 발언은 구조상황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체 내부에 시신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구조 당국이 알고 있지만,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인양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는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항로가 변경돼 사고가 발생했다” 등의 낭설도 있었다. 하지만 음모론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슬픔을 봉합하고 치유해나갈 정치권 또한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데 일조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가 제기되자, 정치권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포함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발의한 것이다. 그러자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갈리게 됐다. 이때부터 애도와 치유는 온데간데 없고 서로를 비난하는 정치싸움이 되어버렸다.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경솔한 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은희 의원은 SNS에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면서 욕을 하며 선동하는 이들, 누구일까요? 유가족들에게 명찰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척 하면서 선동하는 여자”라며 한 여성을 비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의심한 당사자들은 실제 실종자 가족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 승선원 구조 동영상에 등장한 마스크 쓴 남자에 대해 “(해경은) 마스크 낀 남자를 가장 먼저 구조했다…그는 탑승자 명단에도 없는 사람”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마스크 낀 남자는 사고 직후 구속된 세월호 기관실 조기수 김모 씨였다.

김광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서 해경 녹취록을 근거로 해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취록 그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고, 김 의원은 사과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각종 논란들이 뒤이은 터였다. 김현 의원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벌어진 일명 ‘대리기사 집단폭행 의혹사건’에 연루됐다. 당시 김현 의원은 이들을 기다리다 지친 대리기사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호통을 쳐 대표적인 ‘갑질’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과 행동이 세월호 수습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분열과 혼란 속에 304명의 죽음에 대한 자성과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로를 물고 뜯고 험담하는 과정 속에서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치료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일부 생존자들은 트라우마센터가 안산에만 있다는 이유로 지금도 트라우마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부끄럽다. 보상금의 규모를 두고, ‘자식을 두고 돈장사를 한다’는 등의 비난들은 듣기조차 민망하다. 유가족들에겐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일 것이다. 불필요한 악의적 시선이야말로 사회를 더 분열시키는 행동이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시대, ‘안전 암행어사’가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실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총체적 비극이었다. 화물 과적, 선박의 무리한 증축 등 부실한 선박운영행태, 감독 태만과 직업윤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선원들이 함께 만든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안전불감증은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과 가족들을 한꺼번에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사회의 숙제로 남아있다. 인재(人災)는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고, 국민 대부분은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해졌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정부의 ‘안전불감증’이 세월호 참사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4월 5일자 서울신문, 에이스리서치 공동조사)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해상훈련, 안전교육 등이 실시되고 있다. 최근 인천해사고등학교 1학년생 130명을 대상으로 여객선 탈출 훈련이 진행된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교육부는 연간 60시간을 7대 영역(재난, 생활, 교통, 폭력, 사이버, 직업, 응급처치)에 걸쳐 학생 안전교육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학교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각종 안전 정책이 오히려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시물레이션 식의 훈련이 얼마나 급작스런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불시에 안전상황을 점검하는 일명 ‘안전 암행어사제’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실제로 언론사가 선박안전 상황을 취재해 보니 여전히 선박의 화물과적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되거나 계획된 안전점검은 의도적으로 준비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불시에 안전 암행이 진행돼 점검과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평상시에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5월, 종각 앞에서 열린 ‘천개의 바람, 나의 약속’이라는 안전약속 국민캠페인에 자원봉사자로 동참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부터 솔선수범해 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과 다짐을 엽서로 적었다. 그 중 한 엽서가 눈에 들어왔다. ‘불안하지 않게 어느 곳, 어느 장소도 갈 수 있는 나라, 안전한 나라(어느 곳이든 안전이 최고인 국가)’.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지금도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안전한 나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제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더 이상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의 부실과 소홀함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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