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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언론은 아직도 기레기인가


입력 2015.04.16 14:53 수정 2015.04.16 15:13        조성완 기자

<침몰 1년 세월호가 남긴 것은③>감성에만 초점

팩트 확인 안하고 유언비어 양산에 일조 더 자정해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어느덧 1년. 1년이라는 시점이 지났음에도 세월호가 대한민국에 남긴 깊은 상처는 상흔으로 남아 여전히 사회 갈등의 씨앗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보도행태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고 여전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불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과 세월호 참사 당시의 보도 행태, 그리고 그들의 곁을 지켰던 자원봉사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희망으로 오소서'라고 씌여진 노란리본과 풍등이 메달려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희망으로 오소서'라고 씌여진 노란리본과 풍등이 메달려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전라남도와 진도군, 세월호참사 진도군 범국민대책위에서 주최해 열린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노란 추모 풍선을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전라남도와 진도군, 세월호참사 진도군 범국민대책위에서 주최해 열린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노란 추모 풍선을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년전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세월호 참사에서 이례적으로 대한민국 언론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수많은 오보와 자극적인 기사,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보여준 부끄러운 민낯을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자정노력은 1년간 언론계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까? 과연 대한민국 언론은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전문가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의 부끄러운 취재 경쟁, 국민 여론의 질타를 맞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각 언론사에서 앞 다퉈 보도됐다. 이어 ‘생존자 전원 구조’ 등 세월호 승객들의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속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내 대부분의 승객들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속보가 터졌다.

대형재난사고에서 오보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불신과 의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구조 지연과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치명적이다. 이날 보도된 각기 다른 내용의 3가지 속보로 언론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마주쳤다. 정부의 발표를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내보낸 결과였다.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생존자와 실종자를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보도가 이어졌다. 한 종편은 자신을 민간 잠수사로 주장한 한 여성의 “민간 잠수사가 생존자를 확인했음에도 해양 경찰이 구조를 막고 있다”라는 주장을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단독’과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를 생산하기 위한 언론이 취재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치열해졌다. 그 결과 유가족의 분노를 사는 일도 진도 팽목항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다음은 그 중 아주 일부분이다.

당시 진도 팽목항 현장에는 유가족들과 일반인들을 구분하기 위해 유가족들에게는 별도의 체육복을 지급했다. A 언론사의 기자는 이 체육복을 입고 유가족들이 거주하던 텐트에서 취재를 하다가 현장에서 들통이 나 곤혹을 겪었다.

B 언론사는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가족들에게 붙들려 있던 현장을 보다 가까이에서 촬영하기 위해 상황대책실 2층에 위치한 여성화장실에 잠입했다. 문제는 해당 기자가 남자였다는 점이고 결국 한 여성 유가족에게 들통이 나 현장에서 쫓겨났다.

이 밖에도 각 언론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의 영상을 계속적으로 반복 보도하거나 유가족들이 받게 될 보험금 등을 미리 계산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동석 뉴욕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지어는 어느 방송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어떻게 해서 그렇고, 배가 떠있는데 그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줘)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에 언론이 철저하게 검증하고 확인하고 사건에 대응하는 언론의 기능에 대해서 자성해야할 때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해외 언론, 내부 준칙 따른 정확한 보도가 최우선 가치

그렇다면 해외 언론사들은 세월호 같은 대형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보도를 할까?

강길호 영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각 언론사별로 나름의 자체 매뉴얼이 존재한다”며 “일단 가장 기본 원칙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주지 않는 보도, 그게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3월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 붕괴 당시 ‘뉴욕타임스’는 정확한 보도를 선택했다. 해당 언론은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1시간 45분만에 첫 소식을 전했다. 붕괴의 원인이 단순 폭발인지 테러인지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었다. 앞 다퉈 속보를 남발하던 우리 언론과 큰 차이점을 보인 것이다.

일본의 ‘NHK’는 2011년 대지진 참사 때 시신 수습 장면은 멀리서 카메라에 담았고, 폭발 등의 충격적인 장면은 담지 않았다. 유가족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 영국의 ‘BBC’는 2005년 런던 지하철 사고당시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정부 발표가 있기 전까지 피해자 수를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모두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이는 철저한 내부 보도준칙에 따른 것이다.

NHK의 재난보도준칙에는 △이재민은 가족과 재산을 잃고 궁지에 몰린 상태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취재와 방송에서는 이재민이 놓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재와 방송에서는 이재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결여해서는 안 된다. 이재민에게 불쾌함을 주는 취재태도는 삼간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BBC도 마찬가지다. 해당 언론은 ‘어떤 개인이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생명의 위험, 사망,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문제를 보도할 때 시청자가 느낄 감정과 두려움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죽거나 부상당하거나 실종된 경우 가능하다면 관련자들이 보도를 통해 알게 되지 않도록 희생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 교수는 “해외 언론들은 재난보도와 관련해 우리 언론처럼 ‘세월호의 이모저모’로 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면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되는지 등 굉장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보도를 한다”고 설명했다.

언론계, 세월호 이후 1년간 자정노력에도 ‘절반의 성공’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내 언론들도 많은 자정의 노력을 시도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재난보도준칙’이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5개 언론단체가 지난해 9월 선포한 ‘재난보도준칙’은 전문, 3개 장(章), 부칙으로 구성됐으며 조문은 총 44개에 달한다.

준칙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제2장 취재와 보도’에는 일반준칙, 피해자 인권 보호, 취재진의 안전보호,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 등으로 세분화됐다. 특히 일반준칙은 △비윤리적 취재금지 △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취재원에 대한 검증 △선정적 보도 지양 등 세월호 참사 거론됐던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 한국언론진흥재단도 △효과적으로 재난뉴스를 전달하는 방법 △취재기자의 안전 유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기자들이 겪는 트라우마 △피해자 인터뷰 방법 등을 골자로 한 ‘취재기자를 위한 재난보도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등에 무료로 배포했다.

강 교수는 “안전 문제에 대한 언론의 대응이 처음보다는 상당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세월호 사고를 보도했을 때 굉장히 우왕좌왕 했는데, 그런 모습들도 많이 사라졌다”며 “어느 정도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3월 발생한 인천 강화군 캠핑장 텐트 화재 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모 군(8)에 대한 인터뷰는 없었다. 세월호 당시 일부 언론이 가족을 잃고 홀로 생존한 권모 양(5)의 얼굴 사진을 싣고 부적절한 질문으로 물의를 빚은 것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재난보도준칙은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하지 않고 부득이 한 경우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개선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한 것은 굉장히 큰 발전이고, 한국기자협회 측에서도 여러 가지 개선점이 보인다”면서도 “다만 재난보도준칙이 기자들에게 체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실 국내 언론계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재난보도준칙(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자극적인 보도와 과열 취재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데 따른 자구책으로 재난구조기관의 공식발표에 따른 통계·명단의 보도 및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인터뷰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초안은 여론 수렴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은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두 차례의 대형재난사고를 겪고 그때마다 자정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또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일부 방송사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의 모습을 반복 보도해 유가족은 물론 생존자들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의 문제인데 (이것은) 언론의 자율적인 문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언론이 다양해지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언론 스스로 정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도 “언론이라는 것은 과거의 사실이 현재와 우리 미래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도를 해야 하는데, 과거에 국한해서 보도를 하는 것은 이미 죽은 뉴스”라며 “그런 식의 보도를 하는 언론사는 뉴스 벨류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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