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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의 앙금 "'선당후사'의 당은 문이 아니다"


입력 2015.04.07 18:34 수정 2015.04.07 18:56        이슬기 기자

"문재인 중심 단합 아냐, 동교동계와 DJ계 중심 단합"

지원 약속 했지만 친노 불신에 재보궐 결과 따라 '내연'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이 7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이 7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의원이 7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의원이 7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그룹인 동교동계가 7일 “선당후사 하겠다”며 4.29 재보궐선거 지원을 약속했지만,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앙금’은 오히려 확연히 드러낸 모습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4.29 재보선 지원에 대한 논란을 종결하고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우리는 적극 협력하고 선거운동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며 “문재인 대표께도 이제 우리가 모두 단합해서 좀더 승리의 길로 가자고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원로들과 오찬회동을 가진 권노갑 상임고문 역시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도와주는 뜻”이라며 “4.29 재보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총선과 정권교체까지 모든 힘을 합치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교동계가 내놓은 ‘선당후사’는 사실상 당내 호남 기득권을 확인함과 동시에, 동교동계의 건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대표이자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서 문재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동교동계의 ‘호남 대표성’에 무게를 실어 오히려 문 대표에 대한 견제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측은 이날 현충원에서 재보선 지원을 약속한 후 "박지원 의원이 ‘선당후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많은 기자들은 ‘선당’이 문재인 대표를 돕는 것으로 이해를 하더라”며 “그런데 ‘선당’이란 말은 말 그대로 당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표’를 돕겠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동교동계 수장 격인 권 고문도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살아 생전에 무엇보다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하나가 되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북돋아 주고 껴안아야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동참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하고 노력을 많이해야하는데, 그 점이 우리가 아쉽다는 것”이라고 앙금을 드러냈다.

그는 또 ‘문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호남에서도 서운한 감정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그것은 사실이고 그런 것은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계파를 초월해서 서로 배려하고 당이 하나로 갈 수 있는 당 운영을 하면서 화합적으로 나가자는 것, 그것을 문 대표와 박지원 대표 간 의견 (합의를) 본 것 같다”는 말로 문 대표와 친노계를 정면 겨냥했다.

특히 박 의원을 비롯해 비노계가 그간 강하게 비판해왔던 ‘친노 독식’ 문제를 제기하며 일종의 ‘지분’도 언급하고 나섰다. 권 고문은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 비율로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잘라 말했다.

이른바 ‘호남 기득권 지키기’에도 힘을 실었다. 동교동계측 한 의원은 통화에서 “동교동계는 우리당 텃밭인 호남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이 점을 알려달라. 호남의 정서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은 동교동계”라며 재차 ‘호남’에 방점을 찍었다.

아울러 이희호 여사가 지난 3일 동교동계 인사들을 불러모아 당부한 ‘단결과 단합’의 의미에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다른 한 의원 역시 “전통적인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와 DJ계의 혼연일체, 즉 공동 행보를 뜻한다”고 말했다.

동교동계는 본래 김 전 대통령의 직계비서 그룹을 지칭하는 뜻으로, 권 고문을 비롯해 한화갑·김옥두·남궁진·윤철상 전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후 박지원·박주선 의원, 정균환 전 의원 등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상 ‘범 동교동계’ 또는 ‘DJ계’라는 용어로 지칭되기도 했다.

이는 권 고문과 박 의원 모두 문 대표가 아닌 범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전제된 단합임을 못 박은 셈이다. 실제 박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측은 이에 대해 “지난 금요일 이희호 여사의 '단합해야한다'는 발언을 두고 문 대표 측에서는 문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기서 단합해야 한다는 주어는 동교동계와 DJ계라는 점을 강조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교동계의 결정에 대해 당내에서도 '부분적 기득권이나마 지키겠다는 의도'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앞서 통합 신당 창당 전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몸 담았던 윤석규 전략기획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교동계의 결정은 호남에 대한 주도권을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에게 넘겨줘 모든 것을 잃느니 문재인에 협력해 호남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새정련 내부에서 비주류로서 부분적인 권리라도 지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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